국내 노동운동이 안정을 되찾고 있다는 사실을 가장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목이 바로 기업의 노사협력선언문 채택을 꼽을 수 있다.

노사는 UR타결이후 국제화, 개방화시대를 맞아 기업의 경영여건이
어려워지자 노사화합을 선언, 공생공존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노사분규가 회사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사실을 지난87년이후 수년간의
경험끝에 느끼기 시작했고 최근의 경쟁시대에 기업이 살아남기 위해선 오직
노사가 합심해서 생산성향상에 나서는 길 밖에 없다는 단순한 "진리"를
체득한 것이다.

노사협력선언문의 내용도 "노조는 생산성등 회사의 경영에 협조하고 회사는
고용안정과 복지향상에 주력한다"로 요약되고 있다.

지난87-88년 극심한 노사분규를 겪었던 대우전자는 지난2월 국제경쟁력강화
를 위한 노사합동경영토론회를 갖는 자리에서 노사공동선언문을 채택했다.

대우전자노사는 이선언에서 국경없는 무한경쟁시대를 맞아 기업의 경제적
위기상황에 대해 인식을 같이하고 노조는 경쟁력강화를 위해 품질향상등에
적극 협조하고 회사는 고용안정등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약속했다.

이 선언은 노조가 먼저 제의해 이루어진 것으로 최근 근로자들의 의식이
크게 변화되고 있음을 엿보게 하고 있다.

"투쟁과 무시" "대립과 갈등"만이 지배하던 국내노사관계에 새로운 변화의
바람이 불고 있는 것이다.

금성사는 지난해5월 노사협력을 선언하면서 기업경영이 눈에 띠게 달라지고
있다.

지난87-89년 극심한 노사분규로 6천억가량의 매출손실을 입었던 이회사는
"노-경공존공영결의문" 채택 첫해인 지난해 6백5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했다.

이회사의 노사화합은 노조를 중심으로 이루워지고 있다.

노조는 노-경선언문 이후 자사제품판매에 앞장서는 "회사사랑하기운동"을
비롯 "불량척결운동" "30분 일더하기운동"등을 벌임으로써 노경협력의
새로운 모델을 제시하고 있다.

또 최근에는 "노동조합이 있는 회사가 없는 회사보다 더 강하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노동문화창출을 위한 캠페인을 벌이기도 했다.

노사화합을 위한 이같은 물결은 전국 산업현장 곳곳으로 확산되고 있다.

만성적자에 시달리던 동국제강그룹계열의 국제종합기계 노사는 지난5월
"회사가 흑자경영을 이룰때까지 단체및 임금협상을 유보한다"는 내용의
노사협력선언문을 채택했다.

지난86년이후 매년 2백억-2백50억원의 적자경영을 흑자로 돌려 놓기 위해선
노사 공동의 노력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을 인식했기 때문이다.

지난91년 노사공동선언문을 채택, 노사화합을 다지고 있는 동국제강 노사는
지난2월 협조적 노사관계를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취지아래 다시한번 노사
협력을 결의하고 "항구적인 무파업"을 선언했다.

이같은 무파업선언은 파업권자체의 영구적인 포기를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항구적인 노사협력관계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들기업을 포함해 올들어 노사협력을 선언한 곳이 현대전자 도투락
금성알프스 동영산업 옥포공영 한국투자금융 현대건설 현대강관등 모두
12개사에 달하고 있다.

연합철강 한라건설 외환은행 한보철강 한국강관노조등도 노사화합선언문은
채택하지 않았지만 임금동결이나 임금인상의 회사일임을 결의, 노사화합선언
못지않게 협력적 노사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노동연구원의 김태기동향분석실장은 "최근 노사협력선언기업이 급증하고
있는 것은 장기간에 걸친 경기침체와 UR타결등으로 기업의 경영여건이
악화, 노사가 합심해야 살아남는다는 사실을 인식한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23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