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전반에 걸쳐 변화와 개혁이라는 외침이 구두선으로 끝나가고
있는 요즘에도 눈에 띄게 변하고 있는 분야가 하나 있다.

바로 기업의 신입사원 채용방식이다.

올해 상반기 대졸 취업시즌에 몇몇그룹에서 나타나기 시작한 사원채용기준
의 변화는 이제 대부분의 대기업들로 번져 올해말 취업시즌에는
취업전선의 판도를 완전히 뒤바꾸어 놓을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두드러진 변화는 원서접수시 학력증명서 성적증명서등의 제출을
없애고 한자와 기술상식 제2외국어등을 시험과목에 추가하는가 하면
출제방식도 주관식 중심으로 조정되고 있다는 점이다.

학벌과 학력위주의 채용방식을 버리고 국제화에 맞는 폭넓은 인간성과
창의력을 중시하겠다는 의지로 풀이된다.

특히 흥미있는 현상중 하나는 전역장교에 대한 특혜가 거의 없어졌다는
점이다.

전역장교의 인기가 하락한 것은 그동안 개인보다 전체,논리보다
의리,창의보다 권위를 중시했던 대기업의 인재채용방침이 국제화시대에
맞는 유연한 사고와 개인능력위주로 바뀌고 있음을 시사하는 것으로
볼수 있다.

채용방식도 다양해지고 있다.

신입사원을 시험없이 미리 확보해 두는 인턴사원제가 뿌리를 내리고
있으며 구직희망자들과 구인기업들을 한곳에 모아 즉석에서 면접을
실시하는 대규모 "채용박람회"( job fair )가 국내외에서 오는 10월부터
잇따라 열릴 예정이라고 한다.

기업들이 이처럼 다양한 방식을 통해 얻으려는 인재는 한마디로
자율성과 창의력이 뛰어난 젊은이라고 요약할 수 있겠다.

동시에 기업들은 대학,나아가 정부와 사회전체에 중요한 메시지를
전 달하고 있다.

즉 "교육도 국가경쟁력강화에 초점이 맞춰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방향으로는 어학.기술중시,지식정보화사회에 맞는 교육내용을
제시하고 있다.

우리 기업들은 그동안 대학의 부실교육을 보충하기 위해 대기업의
경우 매년 그룹당 적게는 수백억원에서 많게는 1,000억원 가까운
사원교육비를 쏟아부어왔다.

이같은 막대한 투자는 기업에 추가부담을 주어 결국 국민부담으로
돌아오게 마련이다.

가장 바람직한 방법은 우리의 대학교육이 국제화.현실화되는 것이다.

선진국의 대학에서는 국제화 과학화 첨단화 흐름에 맞춰 경영학과
컴퓨터공학을 접목한 테크노 MBA를 신설하는등 구체적이고도 현실적인
변화가 잇따르고 있다.

우리 정부당국이나 대학들도 이젠 입으로만 "세계로 미래로"를 외칠
것이 아니라 우리사회는 물론 세계가 요구하는 인재들을 양성해
내기 위해 과감한 교육개혁을 시도해야 할 때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8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