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안 잠잠했던 사정바람이 다시 고개를 들고 있다.

그런가운데 최근 일부에서는 기업을 겨냥한 사정활동강화 가능성이
심심찮게 거론돼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

문민정부 출범초기의 사정활동은 윗물맑기 중심이었다.

주로 고위공직자들이 그 대상이었다.

이에비해 최근의 사정바람은 아랫물맑기에 촛점이 맞춰져 있다.

정부의 개혁의지가 하위직으로 내려갈수록 점점 퇴색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는 판단에 따른것이다.

여기다 최근 터져나온 인천북구청 직원들의 세금착복사건이라든지 추석을
앞두고 뇌물수수 행위가 되살아날 조짐을 보였다는점 등도 사정바람 재연에
영향을 미쳤다는 분석이다.

기업사정활동의 강화 가능성이 권력핵심 일부에서 거론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사회분위기와 무관치않다.

무엇보다 크고작은 부정의 연결고리가 어떠한 형태로든 기업과 연결될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고려되고 있다.

"사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서라면 기업사정은 늘 고려의 대상이 될수
있다"는 한 정부관계자의 밀은 그런점에서 여운을 남긴다.

그러나 청와대를 비롯한 정치권일각에서 최근 기업사정강화 가능성이
부쩍 거론되는 배경은 반드시 이같은 원론적이유 때문만은 아닌것 같다.

우선은 새정부출범후 기업은 사정의 무풍지대 였다는 지적이다.

새정부 출범초기의 침체한 경제와 투자상황을 고려해 기업에 대한 사정
게획은 초기단계에서 중단됐었다.

그러나 지금은 경제상황이 달라진만큼 기업에 대한 사정을 벌일수 있는
적기라는 것이다.

최근 정부와 우리 재계가 빚고 있는 갈등조짐도 기업사정 강화설을
뒷받침하고 있다.

공정거래법개정등을 비롯한 몇몇 경제현안을 둘러싼 재계의 반발이
노골화되며 비롯된 청와대의 불편한 심기가 어떠한 형태로든 기업사정
재개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분석이다.

이밖에 청와대로 흔히 접수되고 있다는 "문민정부가 재계와 너무 밀착되어
있다" "재계가 정부를 앝본다"는등의 루머성 여론도 기업사정 분위기를
부추키는데 한몫을 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이런 분석과 설들에 대한 사정당국자들의 반응은 명쾌하지 않다.

"아무런 결론도 아직 난것이 없다"는 반응이 대부분이다.

그러나 청와대경제비서실이나 경제부처등 일각에서는 기업사정이 확대될
경우 미칠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이미 심심찮게 들린다.

한 고위당국자는 "최근 재계의 태도에서 섭섭하게 느낀점은 몇가지
있었다"고 전제한뒤 "그러나 그것이 곧 사정강화로 연결된다는 것은 많은
부작용이 우려돼 바람직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기업의 개혁는 어디까지나 자율적이어야 하며 정부는
사정활동보단 관련법 체계의 확립등을 통해 깨끗한 기업상을 구현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강조하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 1994년 9월 15일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