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워싱턴과 로스앤젤레스에서 5일간 계속됐던 미일경제포괄협상은
외형적으로는 별다른 합의사항을 도출하지 못한채 막을 내렸다.

그러나 주말에 있었던 막바지 협상에서 상당히 의견의 접근을 보인 것으로
협상관계자들은 전하고 있다.

미국의 경제제재조치 발동시한(9월말)이전에 미키 캔터미무역대표와 고노
요헤이일본외상이 다시 한번 협상을 갖기로 합의한 것도 이같은 협상내용의
진전에 근거를 둔것으로 관계자들은 풀이하고 있다.

따라서 이번 협상이 실패했다고해서 양국관계가 파국으로 치닫을 것이라고
판단하기에는 아직 이르다. 앞으로 남은 2주동안 실무차원의 협상이
계속되고 그과정에서 협상내용이 전부는 아닐지라도 부분적으로 타결될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기 때문이다.

이와관련,월스트리트 저널은 이번 협상이 끝난다음 미통상관계자들이
자동차를 제외한 정부조달부문과 보험부문에서는 9월말까지 협상이 타결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고 보도하고 있다.

협상의 마지막까지 밀고당기는 힘겨루기가 진행되고 있지만 부분타결의
전망은 낙관적이라는게 미통상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일본은 이번협상에서 정부조달부문에대해 미국에 새로운 안을 제시한
것으로 외신은 전하고 있다. 그러나 미국이 미흡하다고 일단 거부,오는
22일경으로 예상되는 캔터-고노회담에서 다시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즉 일본은 정부조달부문에서 매년 외국제품과 서비스의 조달액 및 시장
점유율을 시장개방의 객관적 기준으로 채택할 것을 수용했다는 것이다.
객관적 기준에 따른 평가는 최근 4년간의 실적을 감안, 경쟁력있는 외국
제품이 어느정도 일본시장에 참여하는지를 점검키로 한다는 내용이다.

종전의 주장인 과거부터 현재까지의 중장기적인 조달액과 시장점유율의
변화를 기준으로 한다는 선에서 한발 후퇴,중장기라는 표현대신에 매년
이라는 좀더 구체적인 제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미국은 "현저한 증가를 목표로 한다"는 문구가 포함돼야한다고
주장,일본이 이를 거부함으로써 협상은 결렬됐다.

이번협상에서 또 다시 쟁점이 됐던 것은 시장개방의 척도인 객관적 기준에
대한 양국의 기본적인 인식차이다.

일본은 객관적 기준으로 거론되는 매출액이나 시장점유율을 반드시 달성
해야하는 의무사항으로 해석해선 안된다는 입장인 반면 미국은 이를 시장
개방목표로 해석하고 있다. 미국이 이같은 시장목표에 대해 일본정부의
보장을 요구하는 것은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지만 일본은 이를 불신하고
있다.

하야시일외무차관이 "일본정부의 책임범위를 넘어서는 요구에 대해서는
응할 수 없다"고 강조한 것도 이같은 인식차이를 염두에 둔 것으로
풀이된다.

양국이 정부조달과 보험부문에서 9월말까지 합의에 도달할지라도 진전이
없는 자동차 및 자동차부품은 여전히 미국에 부담을 안겨줄 것으로 예상
된다.

행정명령에 의한 슈퍼301조에 따라 미국은 9월말까지 불공정무역행위에
대한 우선협상국을 지정해야하기 때문이다. 자동차협상이 타결되지 않을
경우 일본이 우선협상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그러나 이럴경우 일본이 정부조달과 보험에서 상당부분 양보, 협상이
타결된 마당에 미국이 과연 자동차부분의 협상결렬을 이유로 슈퍼301조를
발동할수 있느냐는 문제가 발생한다.

슈퍼301조를 발동할 경우 미국이 서부의 무법자라는 비난을 면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미국, 캐나다, EU, 일본 등
4자회담에서 EU가 미국의 수치목표접근방식을 관리무역이라고 지적, 일본
입장을 지지하는등 국제여론이 미국에 불리하게 돌아가고 있는 것이다.

통상전문가들은 따라서 미국이 이러한 난국을 돌파하기 위해 9월말인 슈퍼
301조의 최종 시한을 연기하는 쪽으로 의견을 수렴,슈퍼301조를 발동해야
하는 부담을 피해 나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최완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