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을 중심으로 전세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고 있는 고실업의 원인은
저성장으로 인한 고용증대효과가 낮았다는 점을 꼽을 수 있다.

유럽의 경우 지난 89년 3.4%의 경제성장률을 보였으나 90년대에 들어서면서
둔화되기 시작, 지난해에는 0.5%선에 머물렀다.

매년 4~5%의 성장률을 기록하며 꾸준히 확장됐던 일본경제 역시 91년부터
꺾여 사상최악의 불황에 시달리고 있다.

노동력을 흡수하기보다 기존 인력마저 줄여야할 정도로 저성장의 짐은
무거워지고 있다.

고실업은 그러나 경기둔화에 의한 일시적인 상황이 아니라는데 문제의
심각성이 발견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사무국이 지난 5월말 내놓은 "고용.실업연구"
보고서는 "실업에는 경제성장이라는 순환적 요인외에 구조적 요인이 존재
한다"고 강조하고 있다.

실제로 70~92년 독일의 경제성장률은 75%였는데 고용은 10% 증가했다.

영국의 경우도 이기간중 55%의 경제성장률을 기록했음에도 불구, 고용은 3%
늘어나는데 그쳤다.

80%의 성장률을 보이며 45%의 고용창출효과를 거뒀던 미국과는 판이하게
달랐다.

고용관행등 보다 구조적인 문제점들이 고실업을 낳고 있다는 분석이다.

유럽의 경우 전반적인 임금수준이 높다.

80년대 유럽국가들은 경제성장률이 떨어지고 실업률은 증가하는 이중고에
시달렸음에도 임금비용은 치솟았다.

지난10년간 유럽근로자의 실질임금은 영국이 36%, 독일 22%, 이탈리아는
14%나 증가했다.

신규인력을 보충할 형편이 아니었다.

이기간중 미국근로자의 실질임금은 8% 떨어졌으며 일본 역시 크게 변하지
않았다.

노동자들에 대한 유럽정부의 지나친 보호도 실업을 부추기는 결과를 낳고
있다.

OECD보고서에 제시된 각국 노동규제정도는 유럽의 딱딱한 고용관행을 보여
주고 있다.

이 보고서의 분석에 따르면 미국 영국의 노동규제정도는 0인데 그리스는
8, 스웨덴 7, 독일은 6이나 된다.

이는 기업들이 정규직채용을 꺼리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실제로 스페인은 노동인구의 40%가 임시직에 종사하는 형편이다.

80년대 중반부터 본격화된 정보혁명및 사무자동화추세등 기술발전도
실업률상승의 빼놓을수 없는 요인이다.

기술이 발전하면서 비숙련노동자들은 도태되게 마련이다.

전문기술직에 대한 수요는 증가하고 단순 기능.노무직및 사무직은 감소하는
추세이다.

자연히 노는 사람이 늘어날수 밖에 없다.

유럽의 경우 환경변화에 대한 적응력을 높일수 있는 교육에 대한 투자도
낮다.

미국의 상급학교진학률은 70%에 달하지만 유럽은 나라마다 차이는 있지만
3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다.

유럽은 물론 고용의 안정성을 지나치게 중시해 기술변화에 적응치 못하는
미숙련 근로자의 취업률이 높다.

전체 실업률에 대한 미숙련 근로자의 실업률을 비교해 보면 미국이 OECD
국가중 가장 높은데 비해 유럽연합(EU)은 상당히 낮은 편이다.

높은 임금, 경직된 고용관행 그리고 사회복지제도등이 어우러져 실업과
기업의 경쟁력약화란 악순환이 유럽을 병들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높은 수준의 사회보장제도는 또 적극적인 재취업의욕을 부추기지 못한다.

기본적인 생활수준을 유지할수 있을만큼 사회보장제도가 확실한데 서둘러
직장을 찾는 풍토가 조성될리 없다는 것이다.

미 스탠퍼드대학의 폴 크루그만교수는 "사회보장제도가 완벽한 사회는
실업률이 높을수 밖에 없다는 결론에서 한치도 벗어날수 없다"고 말한다.

노스웨스턴대학의 데일 모텐슨교수 역시 "현재 6개월로 돼있는 미국의
실업수당지급기간을 3개월로 줄이기만해도 실업률을 1.25%포인트 가량
줄일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하고 있다.

물론 사회보장제도는 한계소비성향이 높은 계층의 소득원을 제공, 유효
수요를 늘려 새로운 일자리를 창출하는 긍정적인 효과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치 않다.

국가 그리고 기업간 경쟁격화도 기술발전속도와 맞물려 대규모 해고의
구실을 제공하고 있다.

국경없는 글로벌경제시대에는 경쟁력을 갖춰야만 살아남을수 있다.

기업들은 이를 위한 가장 손쉬운 수단으로 인원감축을 꼽고 있다는 얘기다.

기업비용중 60%의 비중을 차지하는 노동비용을 줄이면서 남은 근로자의
근로의욕을 부추길수 있는 일석이조의 방편을 기업들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

본격적인 성장국면에 접어들어 비교적 실업률이 낮은 미국의 경우도 지난해
경영합리화 차원에서 해고된 근로자들이 62만여명에 달한다.

올들어서도 하루 3천명이상이 일손을 놓는 추세이다.

<김재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