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에서 국가경쟁력이 가장 뛰어난 국가는 어디인가. 그리고 우리의
경쟁국들은 어떤 분야에서 우리보다 강하고 또 약한가. 한국의
국가경쟁력은 세계 어디쯤에 위치해 있는가.

이같은 물음에 대해 스위스 국제경영연구원(IMD)의 "94년 세계경쟁력
보고서"가 궁금증을 풀어주고 있다.

국가경쟁력평가에서 국제적인 권위와 명성을 누리고 있는 IMD의 부속
상설기관 세계경제포럼(WEF)의 이번 보고서는 각국의 경쟁력현황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하고 있다.

지난 80년부터 해마다 세계경쟁력보고서를 내고 있는 IMD는 올해는
처음으로 주요 선진국과 개도국을 종합 평가했다.

작년까지는 선진국과 개도국으로 양분해 경쟁력 순위를 매김으로써
어느나라가 전체적으로 정확하게 몇번째 순위에 있는지를 파악하기가
어려웠다.

이번에 평가대상이 된 국가는 모두 41개국. 현재 지구상의 국가수가
거의 2백개에 이르는 점에 비추어 볼때 이 숫자는 매우 적은 편이다.
따라서 정확한 국가경쟁력평가가 아니라는 지적이 나올수도 있다.

그러나 실제로 국제시장에서 경쟁하는 국가들은 40여개국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이 41개 국가에 대한 평가가 곧 세계 모든
국가들에 대한 평가나 다름없다.

IMD의 평가방법은 국가의 경제현황을 8개분야로 나눠 이들 분야에 대해
상대비교를 한뒤 각 분야의 평가를 취합, 종합순위를 내고 있다.

8개분야는 <>국내경제력(성장률등 거시경제평가) <>국제화(국제교역과
투자에서 차지하는 비중)<>정부(정부정책이 경쟁력향상에 미치는 정도)
<>금융(자본시장규모와 금융서비스의 질) <>사회간접자본 <>기업경영
(기업의 혁신성 수익성정도) <>과학기술(기초및 응용분야 포함)<>인구
(인적자원의 질과 활용도)등이다.

94년 국가경쟁력순위에서는 몇가지 중요한 변화가 눈에 띈다. 무엇보다
미국이 일본을 누르고 9년만에 세계제1의 자리를 탈환했다.

또 그동안 개도권에서 거의 1위를 도맡았던 싱가포르는 선진국과 개도국
을 통합한 이번 평가에서 당당히 일본을 누르고 세계2위를 차지해 세상을
놀라게 하고 있다.

일본은 지난해 1위에서 3위로 미끄러져 지난 10여년간 세계경제를 주름
잡던 일본경제가 마침내 쇠락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의문을 품게 한다.

특히 한국만 빼고 싱가포르 홍콩 대만등 소위 아시아4용중 3마리가
이탈리아같은 쟁쟁한 선진국을 누르고 세계20위권안에 든것은 놀라운
사실이다.

한국은 아시아4용중 맨 꼴찌로 세계 20위권에도 못들면서 한수 아래로
취급해오던 칠레와 태국보다 못한 24위에 불과하다는 것은 충격적인
사실로 받아들여진다.

미국은 이번에 국가경쟁력이 가장 우수한 나라로 평가됨으로써 그동안
일부에서나마 제기된 "미경제가 쇠락하고 있다"는 비관적인 평가를
말끔히 걷어냈다.

기업들의 끊임없는 경영혁신과 사업재편노력, 그리고 90년대초반의
세계경기침체에서 가장 먼저 회복되고 있는 경제상황이 미국을 1등
경쟁국으로 끌어올리는 밑거름이 됐다고 보고서는 분석하고 있다.

미국은 평가대상 8개분야중 국내경제력과 국제화 금융등 3개분야에서
1위를 차지했다. 정부 사회간접자본 기업경영 과학기술 인구등 나머지
5개분야에서도 각각 2위에서 6위까지의 높은 평가를 받았다.

싱가포르는 부족한 천연자원과 좁은 국토라는 한계에도 불구하고
정부와 인력분야에서 1위를 차지, 당당히 종합순위 2위에 랭크됐다.

일본은 기업경영과 과학기술분야에서 1위를 기록했으나 아직 경기침체
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는 국내경제와 정부정책에 대한 국민의 불신감이
커져 종합순위에서 3위에 그치고 말았다.

홍콩은 비록 오는 97년 중국에 귀속되는 약점을 안고 있으나 국내경제와
국제화 정부정책 금융 기업경영등에서 각각 2위에서 4위까지의 좋은
평가를 받으면서 종합순위 4위를 차지했다.

독일은 과학기술과 인력 국제화분야에서는 높은 점수를 얻었으나 국내
경제력과 정부정책 기업경영에서 비교적 낮은 평가를 받아 종합순위
5위에 랭크되는데 그쳤다.

IMD는 이번 보고서에서 세계경제의 새로운 강자로 부상하고 있는 중국과
러시아도 평가대상으로 삼았지만 경쟁력순위에는 넣지 않았다.

따라서 이 두 나라에도 순위가 매겨지면 각국의 국가경쟁력순위에는
적지 않은 변화가 생길 것이다.

특히 중국은 최근 주요국제기관으로부터 2000년대에 세계제1의 국가
경쟁력을 보유할 나라로 지목되고 있어 모든 나라가 무척 경계하고
있는 국가중 하나이다.

지금 세계는 무한경쟁의 글로벌시대로 치닫고 있다. 적자생존의 냉엄한
경쟁쳬제에서 살아남을수 있는 유일한 길은 경쟁력을 키우는 일뿐이다.
국가경쟁력강화는 모든 국가들이 추구하고 있는 절체절명의 과제이다.

이런 상황에서 세계각국이 위치해 있는 경쟁력의 현주소를 확히
파악하는 일은 매우 중요하다. 자신을 알고 남도 알아야 나아가야할
좌표를 정확히 그려낼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선진국과 개도국을 종합,국가경쟁력을 평가하고있는
IMD의 94년 보고서는 각국으로 하여금 경쟁력이 강한 부문과 약한
부문이 무엇인지를 알수 있도록 하고 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