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지내다가 뒤늦게 사업체라는 것을 하나 차리고 동분서주하다보니
참으로 많은 것을 느끼고 깨닫고 있다.
그것은 좋은 직장그만두고 어려움을 자초한 내 개인적 고충이나 애로를
말하려는 것이 아니라 현장에서 겪고 있는 우리나라 대기업의 놀라운
경직성과 관료적 행태를 대한 우려이다.
우선 다이얼을 직접 돌려 통화를 시도해 보면 평소에 잘아는 사이가 아닌
경우 전화연결 자체가 어렵다.
마치 우리나라 지방도시의 도로표지가 낯선사람 중심으로 되어있는 것이
아니라 그곳 주민들 편하게 되어 있듯이 외부인사, 낯선 사람에겐 지극히
폐쇄적인 우리나라 기업문화의 일단이다.
둘째로는 대기업일수록 도무지 회의시간이 길고 너무 잦다. 어느
기업체는 월요일 수요일은 거의 회의로 다 보내는 경우가 허다하다.
일본 이즈모시 같은 행정관청도 모든 회의는 서서 10분이내에 마치는
변화의 시대에 주요간부들이 몽땅 모여서 회의만 하고 일은 언제 한단
말인가.
세째로는 지극히 정상적인 절차를 필요로 하는 사안도 정상적인 절차로는
되는 일이 없다. 사돈의 팔촌이라도 동원해서 연줄을 놓아야 말이라도
건넬 정도로 우리사회는 아직도 인포멀한 인연이 더 중시되는 기묘한
사회이다.
네째로 부서간 이기주의는 공무원사회으리 부처이기주의를 탓할 정도가
아니다. 책임은 지기 싫어하되 권한은 철저히 즐기고 있는 일부 중간
관리층의 관료적 발상과 경영마인드의 부재는 참으로 개탄스러울
정도이다.
이 모든것이 작은 단면일지는 몰라도 우리기업의 선진화와 국제화를
가로막는 최대의 내부적 장애이다. 오죽하면 마누라와 자식빼고 다
바꾸어 보자고 하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