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97년 7월1일 중국으로의 반환까지 앞으로 3년. 홍콩의 변화가 빨라
지고있다.

올해 5월부터는 중국은행이 세번째 발권은행이돼 새로운 홍콩지폐를 찍고
있다. 중.영교섭은 뒤틀려지고 부동산가격 급등은 끝이 보이지 않는다.

화남경제권이 하루가 다르게 확대돼가고 있다. 경공업대신 하이테크투자가
증가하고 있는것도 특징 중 하나다.

유형무형의 변화가 홍콩을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겨우 3년밖에 남지않은
중국귀속을 앞두고 세계가 또다시 홍콩에 주목하고 있다.

홍콩사람들은 인플레정도를 다값에 비유하곤 한다. 그들이 일상생활에서
즐기는 우유로 끓여만든 짙은 밀크차(tea)인 보래이차가 물가를 재는
기준이 된다.

홍콩인으로서 광주쌍용지사장으로 일하고있는 윌리엄씨는 "이 차값이 5~6
년전엔 어느 레스토랑에서나 6.5홍콩달러였는데 올해엔 8~13홍콩달러에
이르고 있다"고 말한다. 두배로 값이 뛰어오른 것이다. 이 차값은
인플레를 상징한다. 5년동안 홍콩경제는 매년 10%의 인플레를 지속했다.

이는 80년대이후의 급속한 경제성장에 기인한 것이다. 국내총생산(GDP)은
착실히 신장됐으며 1인당 GDP도 10년사이에 3배 늘었다.

"80년대까지 홍콩은 미키마우스였다. 그러나 지금은 마이티 마우스
(mighty mouse)로 성장했다"고 이종일 무공홍콩무역관장은 지적한다.
그의 말은 과장이 아니다.

90년대들어서 GDP성장률이 5%로 안정됐지만 홍콩은 산업 경제 정치에
이르기까지 다방면에서 활화산처럼 다이내믹하게 움직이고 있다. 반환후의
정치시스템을 둘러싸고 중.영이 대립돼 있으면서도 역사적인 프로젝트들은
그대로 진행되고 있다.

세계적 대형 프로젝트인 신공항건설은 재정면에서 중.영합의가 돼있지
않음에도 공사가 추진되고 있다. 이미 총면적 1천2백48ha 가운데 6백ha 가
완공됐다.

곳곳마다 반환의 준비가 실시되고 있다. 동양의 마굴로 비유되면서 홍콩의
나쁜 면을 상징하던 구룡성은 지난해 소리없이 해체됐다. 홍콩전역에
재개발공사가 진행되고 있다.

화남에로의 생산이전이 추진되면서 경제면에서 중국과 이미 한덩어리가
됐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유형과 무형,모든 형태의 변화가운데 가장 심하게 변화된 것은 주가다.

주가수준을 나타내는 항셍지수는 93년 1년동안 전년에 비해 1백15%나
상승했다. 이는 올들어 2월에 12,158에 달한후 한때 8,000대로까지
내려갔다. "두배로 올랐다가 4할내린 주가". 홍콩주식시장의 현주소다.

세계적 기관투자가인 샐러먼 브라더즈는 이같은 홍콩을 "기회로 가득찬
시장"으로 분석하고 있다. 올해부터 미.일을 비롯한 세계의 핫머니(hot
money)가 집중되고 있는 것도 이같은 이유때문이다.

요동치고 있는 것은 주가뿐이 아니다. 홍콩부동산가격도 널뛰고 있다.
중국자금이 그 주범이다.

"중국계 기업에 의한 부동산투자액은 올해 1.4분기중 85억 홍콩달러에까지
달했다.

지난 한햇동안의 투자액은 92억 홍콩달러로 이는 대단한 규모이다" 정광현
외환은행 홍콩현지법인 사장의 설명이다.

가격급등은 중국탓만이 아니다. 신규건물공급이 크게 줄어들고 있는 것도
이유다.

홍콩비즈니스 중심거리인 센트럴지구는 마침내 "오피스임대료 세계
첫번째"로 뛰어올랐다.

버블로 가라앉은 도쿄를 대신해 홍콩이 부상하고 있는 것이다. 지난 1월
조건이 좋은 곳의 임대료는 평방피트당 98홍콩달러였는데 4월엔 1백10홍콩
달러로 뛰었다. 불과 3개월 사이에 12%상승한 것이다. 지난해 같은달에
비해 50%이상 오른 값이다.

홍콩에 오피스를 신설하는 기업은 끊임없다. 이는 세계의 기업이 거대한
중국마케트를 노리고 홍콩에 거점을 두기 때문이다. 지난 한햇동안만해도
3천5백개의 외국계기업사무소가 설립됐다.

오피스수요는 크다. 센트럴에 위치한 힐튼호텔까지도 영업을 그만두고
오피스빌딩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고 영국계 부동산회사인 존스랑그
우튼사의 보고서가 지적할 정도다.

경공업자들을 위해 공업빌딩이 오피스로 전환되는것도 새로은 추세다.
자만등 공업거리의 공장용빌딩의 오피스전환은 쉽게 이루어지고 있다.

80년대이후 급속한 코스트상승에 의해 경공업은 채산성이 없어졌다.
그래서 중국화남으로 거점을 옮겼으며 남은 것은 사람없는 공업빌딩이다.

그러던것이 기업의 오피스로 전환되고 있다. 바로 홍콩 산업구조 변화의
상징인 것이다.

생산거점을 화남으로 옮긴 결과 광동성의 홍콩계기업 생산위탁공장은
3백만명의 고용인구를 가졌다.

"88년당시 공인의 임금은 8배의 격차가 있었다"고 손목시계메이커인
데일리윈의 조셉 룬 부사장은 말한다. 유럽과 미국브랜드 시계를 OEM
(주문자상표부착)생산하고 있는 이 회사가 심천 북쪽에 있는 동완시에서
조립을 시작한해가 88년이었다. 홍콩메이커로선 늦은 셈이었다.

당초엔 조립공장만을 중국에 옮겼는데 종업원들의 소질이 좋아 부품제조도
이전했다. 올해부터는 도금공정까지 이전시켰다. 중국에서 일관생산이 되면
코스트가 보다 절감되고 수익성이 높아지는 것은 물론이다.

수출입추진기관인 홍콩무역발전국까지도 "광동성엔 아직 미개발지역이
많다"면서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일본이 뒤떨어져 있는 사이에 한국기업
들이 계속 나타나고 있다. 홍콩회사들과 손잡고 순조롭게 진출하고 있다"
고 은근히 경쟁을 부추기기도 한다.

요즘은 화남쪽에서까지 코스트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심 엔 부가가치가
높은 하이테크기업의 진출이 요구되고 있다.

"5년만 지나면 경공업은 심천으로부터 내쫓긴다"고 완구생산업체닌 히포
인터내셔널의 빌 세아 사장은 예견한다.

화남과의 링크에의해 홍콩의 산업구조는 크게 변화하고 있다.

주요산업의 GNP구성비율을 보면 서비스산업의 부상이 괄목할만 하다.
제조업의 비율이 80년의 23.8%로부터 91년엔 15.5%로 떨어진 반면 상업
무역 음식 호텔은 20.4%에서 25.4%로 높아졌다.

종업원수의 변화폭도 크다. 제조업자가 80년 39.1%이던것이 91년엔
22.5%로 크게 감소된 반면 서비스업에선 19.6%에서 31.2%로 증가됐다.

하지만 이는 홍콩이 제조업을 포기했다는 것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올해는 하이테크의 유치를 앞세우고 대대적인 투자를 계획하고 있다.

홍콩정청의 정책은 "최저간섭,최대지지"이다.
그결과 홍콩제조업에 대한 외국투자잔고는 92년말 3백73억홍콩달러로
전년에 비해 8%증가했다.

이 가운데 일본계기업의 투자는 33%에 해당하는 1백24억4천5백만홍콩
달러로 최대의 투자국이 됐다. 일본다음으로 미국 중국도 투자액이 늘어
났다.

이는 홍콩의 역할이 단지 "중국에로의 창구"만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준다.
특히 전자 전기제품의 비율이 높아져 투자잔고에서 차지하는 비율은
42%(92년말기준)에까지 올라 홍콩정청이 노리던 하이테크산업의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산업구조의 변혁,항생지수및 부동산가격의 변동등에서 알수있듯이 홍콩의
"변화"는 뚜렷하며 격렬하다.

중.영교섭은 곡절이 많은 채로 진행되고 있으며 인프라프로젝트도
제한적이지만 진행되고 있다. 신공항은 반환후에나 완공될것 같다.

경제적으로 일체화돼가는 홍콩과 중국이지만 97년이후에 어떤일이
일어날지는 지금 현재로선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적어도 홍콩이 거대한 경제력을 가진것만은 사실이고 97년이후에도
여전히 중국경제력의 실험장이 되는것만은 틀림없다. 이는 자유도시
홍콩의 체제가 지속되는 것을 전제로 한다.

격렬하게 움직이는 홍콩은 과연 어떤 자세로 21세기를 맞이할 것인가.
계속 세계의 주목을 끌고 있다.

<홍콩=최필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