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허청이 특허분쟁사건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무시하는 심결을
내려 주목을 끌고 있다.

특허청 항고심판소는 최근 여성구두뒷굽에 관한 실용신안 권리범위에
관한 실용신안 권리범위 확인소송사건에서 대법원의 특허청원심결
파기환송판결에도 불구, 원심결과 동일한 청구인승소판결을 내렸다.

일반적으로 상급법원의 판결은 하급법원의 판결에 대해 기속력을 갖고
있어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 하급법원의 원심결이 뒤집히는 것이 관례다.

이번 사건은 여자구두의 뒷굽과 관련된 실용신안을 갖고 이 제품을
생산하던 박모씨가 88년 정모씨를 상대로 자신의 제품과 유사한 상품을
생산하는데 대해 경고장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정씨는 이에 맞서 박씨의 실용신안은 공지의 사실이라며 특허청에
권리범위확인청구소송을 냈고 특허청은 1,2심을 통해 청구인 정씨의
승소로 판결했다.

박씨는 이에 불복,93년 6월 대법원에 상고했는데 대법원은 박씨의 상고가
이유있으며 특허청이 박씨패소판결의 논거로 제시한 내용이 이유없다며
지난 2월말 원심결을 파기하고 특허청 항고심판소에 돌려보냈다.

그러나 이를 환송받은 특허청 항고심판소는 재차 정씨의 승소를 판결
했다. 이에대해 특허청은 대법원환송판결이 특허청에 미치는 기속력은
파기이유가 된 부분에만 적용되므로 그 이유만 피하면 원심결과 동일한
결론을 내릴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실제 특허법 제186조 2항은 "대법원판결에서 심결 또는 결정파기의
기본이 된 이유는 그 사건에 대해 특허청을 기속한다"고 규정하고
있으나 결과도 기속한다는 규정은 없다.

그러나 대법원이 파기환송하면 하급심에서 뒤집히는 것이 관례여서
이같은 예외적 법규를 알 턱이 없는 일반인들은 낭패를 보기 쉽다는
것이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대법원관계자는 특허청만 예외적으로 대법원의 파기환송에 대해 원심결을
고집하는 소위 "박치기"를 하는 경우가 있고 그것도 새로운 이유의 발견이
없이 원심결을 고집,대법원에 동일사건이 재상고되는등 당혹스러울 때가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와 관련,한상호법원행정처조사국장은 지난 7월 국회법사위공청회에서
92년중 대법원 파기율이 형사사건 3.6%,민사사건 8.9%등인데 특허사건은
27.4%나 된다며 특허관련항고심판이 적정하게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을 했었다.

<김정아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