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실명제는 감추어진 금융거래를 노출시킨다는 점에서 세금을 매기는
과세표준(과표)의 양성화에 어느정도 기여할 것이라는 기대를 모았었다.

실명제를 실시한만큼 과거엔 빼먹던 세금을 이제는 꼬박꼬박 내야해
세금도 더 걷히지 않겠느냐는 기대였다. 우선 부가가치세확정신고실적을
보면 세수가 약간은 늘었다는 점이 엿보인다.

지난 1월말에 신고된 93년도 제2기(93년7월1~12월31일)부가가치세과세
표준은 3백11조6천2백억원으로 전년동기대비 18.1% 증가했다. 이는 과세
대상기간인 93년 상반기의 경상경제성장률 11%를 훨씬 웃도는 수준이다.

이같은 부가세과표의 증가는 경기회복에 따른 매출증가와 세무행정강화
노력등에 힘입은 것이나 실명제에 의한 과표노출도 한몫 했다는게
재무부의 평가다. 올상반기 내국세징수실적이 연간목표의 49.7%(진도율)
로 전년동기의 46.8%보다 양호했던 것도 같은 맥락으로 해석하고있다.

그러나 실명제의 과표양성화효과는 실명제실시후 최소한 1년간의 세무
신고자료가 나와봐야 어느정도 알수있다. 소득세의 경우 93년신고분을
현재 전산처리중에 있다. 세무자료분석이 충분하게 이뤄지지 않아
현시점에서 과표양성화정도를 계량화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더군다나 실명제가 실시됐지만 무자료거래가 여전히 적지않게 이뤄지는등
오랜 비실명관행으로 인해 과표양성화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여기에는 높은 세율체계자체가 과표양성화를 가로막는 중대한 요인이라는
지적이 많다. 이때문에 각종 세율을 인하하는 내용의 세제개혁안이
뒤따라야만 실명제의 과표양성화효과를 거둘수 있다는 주장이 나오고있다.

동시에 상거래질서및 유통구조의 현대화를 지속적으로 추진,비실명거래가
발붙이지 못하도록 하는 일도 필요하다.

합리적인 세제및 세무행정의 개혁과 유통구조의 현대화가 3박자로
이뤄져야만 실명제의 과표양성화효과가 제대로 나타난다는게 중론이다.

<고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