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조롭고 무미건조한 도시의 건물에 생명을 불어넣자"

젊은 미술가들이 콘크리트나 벽돌로 만들어진 삭막한 도심의 빌딩벽에
그림을 그리는 작업에 나서 주목을 끌고 있다.

M조형연구소(기획실장 정남준)가 도시환경을 개선해 보자는 취지아래
시작한 "벽화운동"이 바로 그것.

"도시와 대화하는 미술"이라는 이름아래 대형건물의 외벽이나 도로에 면한
담에 벽화그리기를 시작한 미술인은 박찬국(벽화) 백창흠(디자인) 정세학
(동양화) 김용덕 유민하 이경복 김천일 이효범 이구영 박야일(이상 서양화)
씨등 10명.

대부분 30대작가들로 대형건물의 조형물 설치와는 또다른 차원에서의 도시
가꾸기운동을 벌이는 셈이다.

이들의 첫번째작품은 지난달 23일 서울종로구 인사동지역 남쪽입구 홍익
빌딩벽에 완성한 "도시의 꿈".

높이25m 폭11m 크기로 그려진 이 벽화의 내용은 바다위 창공을 나는
갈매기의 모습.

시원한 색채와 구성으로 "회색벽"에 식상한 도시인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있다.

제작비 2천여만원은 MBC와 고려화학의 협찬으로 해결했다.

"사방 어디를 봐도 막혀있는 도시를 탁 트인 곳으로, 도시를 구성하고
있는 빌딩의 벽을 사람과 사람을 단절시키는 닫힌 벽이 아닌 열려진 벽으로
만들기 위해 벽화작업을 시작하게 됐습니다"

M조형연구소 연구팀장 김용덕씨는 일반인 누구나가 미술과 쉽게 소통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매체로 거리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콘크리트구조물의
벽화를 선택했다고 설명한다.

이들이 벽화를 그려넣고자 하는 곳은 오피스빌딩과 고가도로진입로외벽등
도시의 대부분을 형성하고 있으면서도 삭막하기 짝이 없는 분위기의 장소들.

인사동 홍익빌딩에 이어 1~16일에는 서울아현동 미동국민학교담장외벽에
벽화를 그리고 있다.

25일~9월10일에는 서울청량리철로변밑 굴다리벽화를 완성할 계획.

미동국민학교에는 학부형들과 지역민들의 의견을 반영, 교육적이면서도
어린이정서에 부합하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또 청량리굴다리는 근처에 무의탁노인들의 무료급식장소가 있다는 점을
감안, 분위기에 맞는 그림을 그려넣을 예정.

M조형연구소측은 장차 다양한 벽화재료를 개발, 사용함으로써 보존성을
강화하고 앙케트등을 통해 그 지역환경에 맞는 벽화의 내용을 조사해
그려나가겠다는 계획을 세워놓고 있다.

기획을 맡고있는 정남준씨는 "미국이나 멕시코의 경우에는 도시환경개선을
위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아래 벽화운동이 이뤄지고 있다"면서 "우리나라
에서도 정부와 기업이 관심을 가지면 좀더 효율적인 작업이 될수 있을 것"
이라고 밝혔다.

정씨는 "벽화운동의 홍보를 위해 책자도 발간하고 세미나 또는 공청회도
열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신재섭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