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 진양군 정천면 하계리 하동읍 고향에서 1주일간 부모님의 농삿일을
도우며 휴가를 보낸 장형상씨(33.서울성동구도시정비과서기)는 연로한
부모님을 생각하면 지금도 입맞도 없고 당최 일이 잡히지를 않는다.

쩍쩍 갈라진 논바닥과 말라죽은 밭작물을 보시는 부모님의 환갑을 다섯해나
넘긴 모습은 가뭄에 타들어가다 수척하다 못해 참담한 지경이었다.

밭 1천3백여평은 이제 비가 와도 살릴 수 없을 만큼 타들어갔다.

논바닥도 쏟아지는 폭염아래 차라리 붉은 수수밭으로 변해버린지 오래.

부모님께서는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을 5살바기 손주 선웅이를 보시고
단비를 만난 듯 반가와하시면서도 못내 왜 데려왔느냐고 꾸중하셨다.

손주를 씻겨줄 물은 고사하고 먹일 물도 제대로 없었기 때문이다.

식수를 해결하기 위해 밤새도록 우물도 파고 소나기라고 조금 올라치면
자다가도 일어나 논에 나가 물을 댔다.

하지만 부친께서 일흔다섯해 평생 동네 개울물이 마르기는 처음이랄 정도로
모두다 소용없는 일이었다.

다행히 지난 26,27일 비가 내려 논은 목을 축였으나 앞으로 3~4일안에
비가 또 오지 않으면 사정은 달라질게 하나도 없다.

장씨는 지난 10여년 동안 휴가때면 처와 아들, 딸등 가족과 함께 고향의
부모님을 찾아 농삿일을 도왔다.

이때마다 여섯남매 전부 서울로 올려 보내놓고 고향을 외로이 지키시는
부모님을 생각하면 서울로 돌아오는 발길이 개운치 않았지만 올해는 더욱
발길이 더욱 무거웠다.

"아버님 어머님 건강을 생각해서라도 너무 걱정하지 마세요. 곧 비가
오겠지요. 하늘도 무심하지만은 않을 겁니다"

장씨는 서울로 올라오는 길에 부모님 손을 부여잡고 말한 건강걱정이
차라리 사치스럽게 여겨지며 하늘이 원망스러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