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통화기금(IMF)의 외환시장 분석구조를 뜯어고쳐야 한다는 자성의
소리가 높다.

리처드 어브 IMF 부총재는 27일 연례보고서를 통해 "오늘날과 같이
자본시장이 급변하고 있는 상황에서 3-6개월 단위의 구태의연한 분석만으로
는 그 흐름을 제대로 따라잡지 못할 뿐만 아니라 환시에 미치는 충격파에
대해서도 속수무책일 뿐"이라고 역설했다.

어브 총재는 특히 "무역거래와 관계없는 자본이동이 환율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으나 IMF는 지금까지 이같은 자본거래의 역할에 대해
등한시해 왔다"고 지적했다.

지난 4월30일로 끝난 93회계연도의 상황을 분석한 IMF 보고서는 따라서
"IMF는 세계자본시장 흐름및 환율 움직임을 정확히 측정.분석할수 있는
틀을 마련해야 하며 특히 그 예측기능을 강화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이와관련 IMF 보고서가 지적하고 있는 세가지 문제는 <>시기적절한 데이터
의 부재 <>국제자본시장의 급격한 변동 <>거시경제지표및 환율간의 관계
평가방법등 세가지다.

IMF가 다루는 기본 데이터는 3-6개월 단위의 낡은 자료에 불과하며 그결과
단기분석및 예측에는 전혀 손을쓰지 못하고 있다.

IMF가 연례보고서를 통해 이러한 단기예측능력 부족을 공식 인정했다는
것은 사실 별로 놀랄일은 아니지만 엔고로 촉발된 최근의 환시 불안정과
관련해 IMF가 보여주고 있는 ''속수무책''을 읽을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

국제자본시장의 급속한 변화와 혁신 역시 IMF의 입지를 뒤뚱거리게 하는
걸림돌이라고 IMF 보고서는 토로하고 있다.

IMF는 헤지펀드의 움직임에 대해 좀처럼 감을 잡지 못하고 있다.

전문가들도 IMF의 기존통계 시스템으로는 그저 뒷북만 치며 허둥댈수 밖에
없는 실정이라고 지적한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선진7개국(G7) 관리들 가운데는 헤지 펀드가 특별히
환율 불안을 초래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항변도 있지만 민간 경제학자들
은 헤지펀드에 의한 통화 움직임과 외환시장 불안은 명백한 상관관계가
있다고 강조한다.

이들은 최근의 급속한 달러화 약세도 헤지펀드에 의해 가속화된 측면이
있다고 말한다.

IMF 보고서는 이밖에도 경제적 기초여건과 환율간의 상관관계를 평가하는
방법론에도 문제가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현재 IMF가 접근하고 있는 방식은 주로 경상수지와 지속가능한 수준의
저축및 투자간의 상관관계, 인플레율등에 연계시킨 중기적(medium term)
환율평가다.

IMF 보고서는 그러나 개별국가는 물론 세계경제가 급격한 구조조정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거시경제지표상의 균형이란 문제를 어떻게 정의해야 하는지
그리고 과연 이러한 균형을 유지하기 위한 정책적 판단이 가능한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보고서는 결론적으로 환율은 따로 떼서 독립적으로 평가할수 없는 성질의
것이 아니며 구매력 평가지수와 같은 국제경제력 지표등을 포함하는 광범위
한 지표를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촉구하고 있다.

<김병철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