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량으로 따져 세계 13~14위를 달리는 한국이 무역외거래에서는 전형적인
개도국수준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최근의 무역외수지동향" 자료에는 무역외거래에서
개도국수준에 머물고 있는 한국의 자화상이 잘 나타나 있다.

무역외거래가 개도국수준으로 평가되는 가장 큰 요인은 적자라는 점.

무역외거래의 적자규모는 지난 90년부터 줄곧 늘어왔다.

90년 4억5천만달러였던 적자가 91년 16억달러, 92년 26억1천만달러로 늘고
93년 19억7천만달러로 다소 주춤하는듯 했으나 올들어 다시 증가하는
추세다.

올들어 5월까지 적자규모는 12억6천만달러로 작년같은기간(5억5천만달러)
보다 배이상 늘어났다.

여행수지나 운수수지에서 모두 적자를 기록한 탓이다.

선진국들도 여행수지나 운수수지에서 적자를 낸다.

그러나 기술을 팔아 얻은 기술용역수입등에서 흑자를 내 전체 무역외수지를
흑자로 끌고 간다.

한국의 경우 올들어 5월까지 기술용역면에서 7억달러의 적자를 냈다.

여행수지나 운수수지의 적자를 보전하기는 커녕, 전체적자규모를 키우는
역할을 한 것이다.

이는 여전히 고급기술을 수입해서 써야 하는데다 선진국들이 지적재산권
보호를 강화함으로써 수입비용도 비싸지기 때문이다.

무역외거래규모면에서도 개도국형이다.

한국의 상품교역에 대한 무역외거래의 비중은 88년 19.7%, 92년 22.7%,
올1~5월 24.3%로 높아져온게 사실이다.

이는 상품교역이 늘어나는 것보다 무역외거래가 증가하는 속도가 빨랐던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비중이 개도국비중보다 낮다.

상품교역에 대한 무역외거래비중이 선진국은 60%내외, 개도국은 34%내외
인데 한국은 올1~5월이 24.3%로 개도국보다 낮다는 것이다.

이처럼 비중이 낮은 것은 대외지향적인 성장정책의 결과로 다른 나라에
비해 상품교역규모가 큰데다 여행수입과 투자수익거래규모가 다른 개도국에
못미치기 때문이다.

예컨대 투자수익거래가 전체 무역외거래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4%에 불과
하다.

해외자산축적이 미흡한데다 해외직접투자가 부진함으로써 이처럼 투자수익
거래비중이 낮다.

전체적인 무역외거래적자규모는 무역수지흑자를 까먹는 정도로 악화되기도
했었다.

작년이 대표적인 경우다.

작년 무역외수지적자는 20억달러로 무역수지에서 거둔 19억달러의 흑자를
상쇄시키고 말았다.

올들어서는 무역외수지는 물론 무역수지까지 모두 적자다.

한국관광의 해로 정한 올해 여행수지가 오히려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도
자랑스럽지 못한 특징이다.

올들어 5월까지 여행수지적자는 5억달러로 작년같은 기간의 1억7천만달러의
3배로 증가했다.

한국을 방문하는 외국여행객은 작년같은기간보다 17% 증가하는데 그쳤으나
해외여행을 한 한국인은 35%나 증가, 여행수지적자가 대폭 늘어났다.

그렇다고 앞으로 무역외수지적자가 개선될 조짐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늘어날 것이라는 우울한 전망이 우세하다.

한은은 경제성장에 따른 소득증대로 서비스수요가 증가하는데다 우루과이
라운드협상타결로 국내서비스시장의 개방폭이 더욱 확대될 것이라는
점에서다.

항목별 수지전망을 보면 운수수지의 경우 95년이후 정기선화물의 국적선
우선 이용제도 (웨이버제도)가 폐지되고 수출업자들이 해상적하보험가입
대상 보험사를 자유롭게 선정할수 있게 돼 운수경비지급이 늘 전망이다.

여행수지의 경우 해외여행관련 자유화가 확대되고 관광목적 출국이 현저히
늘 것으로 보여 여행경비지급도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선진국의 지적새산권보호강화와 더불어 저작권료 번역권료 공업소유권등에
대한 기술용역가지급도 증대할 전망이다.

한은은 이처럼 무역외수지적자가 개선될 전망이 보이지 않는 상태에서
선진경영기법을 도입, 서비스산업의 경쟁력을 강화하는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또 경쟁력을 갖춘 건설업등의 해외진출을 적극 추진, 외화획득기회를 확대
하는 것도 무역외적자개선을 위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밖에 무역수지흑자기조를 정착시켜 흑자분의 해외운용으로 투자수익수지
를 개선하는 것도 주요과제라고 강조했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