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모리모토 사토시 < 노무라연구소 정책연구센터 주임연구위원 >

김일성사망이후의 북한과 관련, 주목해야할 점은 대략 세가지다.

첫째 국가주석 노동당총서기임명시 어떤 형태로 발표되며 당정인사는
어떻게 될 것인가.

둘째 북.미교섭 재개이후 김정일체제의 대응방식에 어떤 변화가 생길
것인가.

셋째는 남북 부총리급회담을 열기 위한 실무레벨협의시 새 북한정권은
어떤 메시지를 한국에 던져줄 것이냐이다.

이 세가지는 김정일체제의 특징과 향방을 점치는 가늠자라 할수 있다.

이런 것을 전제로 해 나름대로 북한의 행로를 점쳐보기로 하자.

우선 김정일은 기본적으로 김일성정책노선을 계승할 것이 확실시된다.

그렇다해서 새정권의 기반이 탄탄할 것 같지는 않다.

그만큼 김정일은 자기판단으로 여러가지를 타협하거나 새로운 정책을
펴기는 어렵다는 말이다.

그는 마이너스적인 유산을 많이 물려받은 탓이다.

이 유산중에는 김일성이 해결치 못한 경제난이 있다.

대외관계 역시 복잡하게 얽혀 있다.

김정일이 정식으로 국가주석이나 당총서기자리에 앉는다해도 새지도자로서
의 정치적 기반을 확보하기까지는 꽤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김정일체제에는 분명 불안정한 시기가 닥친다.

그 이유는 두가지이다.

하나는 경제난이 좀처럼 해결될수 없기 때문이다.

또하나는 북.미회담의 타결도 어렵다는 점이다.

북한인민군은 기본적으로 핵사찰수용을 반대하고 있어 이를 설득하기가
힘들기 때문이다.

정권이 바뀌었다해서 인민군의 태도가 변화할 것으로는 기대되지 않는다.

김일성자신도 핵문제를 타결할 의사가 없었다.

김일성이 북.미교섭에 나선 것은 막다른 길에서 내놓은 일종의 도박카드
였다.

그가 죽고 김정일이 나선다고해서 북.미교섭의 향방이 결코 낙관적일수
없다.

오히려 비관적인 상황이다.

여기서 북한내의 여러가지 불만이 터지면 그 책임은 김정일이 져야만
한다.

북한이 불안정해지는 단계이다.

그 시기는 길어야 2~3년, 짧게는 연내라는 견해로 나뉘어 있지만 나는
연내에 큰 "위기"가 닥칠 것이라는 입장이다.

그 이유는 경제난보다는 북.미관계의 교착에서 찾고 싶다.

오는 11월은 미국의 중간선거기간이다.

미 클린턴정권은 대북교섭에 별 진전이 없으면 압력을 가할수 밖에 없을
것이다.

장기적으로 보면 김정일정권의 붕괴과정은 곧 남북통일의 기회이기도
하다.

그러한 통일은 늦어도 금세기말까지는 오는게 아니냐는 인상을 강하게
받고 있다.

현재 김정일은 김일성이 있던 가장 "높은 곳"에 올라가 있는 입장이다.

하지만 앞으로는 점점 그 자리에서 추락할수 밖에 없다.

대미교섭을 하든, 남북회담을 하든 그의 위신은 떨어질수 밖에 없는 처지
이다.

단순한 권력계승자일뿐 아직 실권이 없는 탓이다.

김정일세대에 의한 세대교체과정에서 군부대 불만세력이 쿠데타를 일으킬
지도 모른다는 견해도 있으나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

군대란 그들에게 이익이 되고 요구를 잘받아주는 지도자에게는 반발하지
않는다.

김정일은 군의 지지 없이는 살아날수 없다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다.

그렇다면 김정일체제에 도전은 없는가.

두가지가 있다.

하나는 식량문제를 포함한 경제난이다.

작년 북한은 식량부족으로 매우 어려웠다.

2,200만인구를 먹여 살리려면 최소한 650만t의 식량이 필요한데 북한은
지난해 430만t밖에 생산하지 못했다.

부족분을 대부분 중국에서 수입했다.

이런 상태가 몇년 이어지면 북한경제는 아주 곤란하게 된다.

또다른 시련은 핵문제해결이 생각처럼 쉽지 않다는 것이다.

한국은 지금까지 "당근과 채칙"식의 대북전략을 펴왔다.

한편으로는 대화를 통한 경협제의를 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핵문제가
해결되지 않으면 경협을 못한다는 강경정책을 써왔다.

일종의 밸런스를 취하려 했다.

그러나 이제부터는 "더블트랙"전략이 더 필요할 것같다.

남북한간 대화의 채널을 열어두고 대화 회유 압력을 동시에 구사하되
내면적으로는 급격히 닥칠 변화에 대비하는 것이다.

이러한 전략은 미국이 구소련에 구사했던 전략으로 이에 의해 소련은 해체
되고 말았다.

한국은 북한과의 대화를 서두를 필요가 없다.

느긋하게 기다리면서 여유있게 대처하면 된다.

시간이 흐를수록 통일은 한국편에 있다.

김일성사망으로 중국의 북한에 대한 영향력은 매우 커졌다.

중국이 북한을 승인치 않으면 북한체제는 무너지고 만다.

또 한일관계 역시 그 어느때보다 긴밀해졌다.

한국은 이제 통일을 염두에 두고 대북교섭및 인근국가들과의 외교 협력을
긴밀히 해야 할 시점에 서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