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버트 B.라이시 저 <한경 서평위원회 선정>

세계경제가 본격적으로 지구화(국제화)단계에 진입하기 시작한 것은 80
년대 중반의 일이다. 그러나 국제화가 우리에게 현실적인 문제로 다가서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말 UR(우루과이라운드)협상이 타결된 이후의 일이다.

사실 지난 수개월간 우리는 국제화 신드롬에 빠져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국제화 논의에 열중했다.

그러나 국제화의 진정한 의미, 그것의 동인, 그리고 국제화가 몰고올
정치경제적 파장은 아직도 올바르게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지구화가
요구하는 것이 바로 우리의 의식과 행동의 근본적인 변화, 경제구조와
제도의 대대적 혁신이라는 점도 제대로 이해되지 못하고 있다.

우리가 국제화라는 도전에 성공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먼저 세계적 기업들의 경영전략과 그들의 실체를 정확하게 이해하지
않으면 안된다.

국제화에 관련된 책들이 수없이 쏟아져 나왔지만 전하버드대교수인
저자의 "국가의 일(The Work of Nations)"은 이런 면에서 볼때 압권임이
분명하다.

이 책에서 저자는 오늘날의 지구경제의 모습을 명쾌하게 그려내고 있다.
원심력이 작동하는 지구경제시대에 "우리는 과연 누구인가"라는 질문을
던지면서 오늘날 기업 산업 상품의 국적을 따지는 일이 공허함을 밝히고
있다.

더 나아가 "우리"라는 고정관념에 입각한 기존의 국가정책이 모순과 오류
에 빠질 수밖에 없음을 논증하면서 앞으로의 국가정책의 핵심은 국경없는
시대에 유일하게 "우리"것으로 남아있는 국민의 지적.기술적 능력의
향상과 국민통합에 놓여져야 함을 역설하고 있다.

이를위해 교육과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공공투자가 확대돼야 함을 강조
하고 있다.

"국가의 일"은 이 시점에서 우리가 과연 지구경제시대에 어울리는 사고와
국가정책을 갖추고 있는지를 비추어 볼수 있는 좋은 거울이기도 하다.

우리 경제와 기업은 지구경제시대가 요구하는 고부가가치 생산체제로
나아가고 있는가. 아직도 대량생산체제 구축이라는 구시대적 발상과
사고에 묶여있지 않은가.

아직도 외국인투자에 대한 피해의식에 사로잡혀 있지 않은가. 제조업을
중시한 나머지 21세기를 주도할 서비스산업을 백안시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영원한 국가경쟁력의 근원인 국민의 창의성과 능력개발을 위한 교육의
진흥에 얼마만큼의 관심과 노력을 쏟고 있는가.

91년 미국에서 대통령선거를 앞두고 출간된 이 책은 클린턴진영의 승리와
함께 비상한 관심을 모은바 있다. 이것은 단지 이 책의 저자가 클린턴
행정부의 경제정책 입안자이자 각료라는 사실때문만이 아니었다.

애덤 스미스의 "국부론"을 연상시키는 책 제목에서도 짐작해 볼수있듯이
이 책은 21세기 자본주의에 대한 예측서인 동시에 국가정책 지침서라고
말할만하다. (도서출판 까치간)

최 병 선 <서울대 행정대학원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