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이든 후진국이든 대기업이 중소하청업체들에 대한 대금지불을 가능
하면 늦추려는 것은 공통적인 현상인 것 같다.

상도덕이 제대로 발달돼 있다는 미국에서도 최근 대기업의 하청기업에 대한
대금지불이 크게 늦어지고 있다.

이에따라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쓰러지는 영세업체들이 속출하고 있는
형편이다.

전에는 대기업들이 하청업체로부터 물품을 받거나 인보이스(화물송장)를
받으면 늦어도 한달안에 대금을 결제해 주었다.

그러나 요즘에는 대금지불기간이 보통 45~60일로 연장됐고 일부 기업은
인보이스를 받은후 90일이 지나서야 대금을 결제해 주고 있을 정도로 대금
지불시기가 매우 늦어지고 있다.

얼마전 시카고에 있는 대형 통신업체 아메리테크사는 7만개에 달하는 부품
공급업체들에 마른 하늘의 날벼락같은 폭탄선언을 했다.

지금까지 부품을 공급받은후 30일안에 결제해주던 대금을 앞으로는 45일이
지나야 결제해 준다고 일방적으로 통보했다.

회사에 돈이 없어서가 아니었다.

이회사 대변인의 입을 빌리면 "생산코스트를 컨트롤하고 현금흐름을
최적화하기 위해" 이처럼 하청업체에 대한 대금결제를 늦추었다.

대기업의 대금결제시기가 늦어짐으로써 피해를 보는 쪽은 말할 것도 없이
중소및 영세납품업체들이다.

조그만한 조화생산업체인 어쓰리 엘리먼츠사는 대기업의 대금결제지연으로
회사문을 닫아야 했다.

이회사는 작년 11월 전국적인 판매망을 갖고 있는 한 홈쇼핑서비스업체로
부터 1만달러치 조화를 주문받았다.

이 금액은 지난해 어쓰리 엘리먼츠사 매출액중 20%에 달하는 것으로 이
회사로서는 큰 돈이었다.

어쓰리 엘리먼츠는 올 1월에 물건을 모두 납품했다.

그러나 대금결제는 3월이 지나도록 이루어지지 않았다.

자금압박을 견디다 못해 토마스 레사장은 지난 4월 회사문을 닫고 말았다.

회사문을 닫고도 10여일이 지난 4월중순쯤에서야 겨우 대금을 받았다.

회사를 되살리기에는 너무도 늦은 시점이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일부 납품업체들은 아예 대금지불이 늦어질 것으로
여겨지는 대기업에 대해서는 납품을 거부하고 있다.

판매비용이 좀 더 들더라도 대금지불이 빠르고 확실한 기업들에만 선별적
으로 물품을 공급하고 있는 업체들이 늘어나고 있다.

3만5,000여 중소업체들의 자금담당자 모임인 전국신용관리자협회가
회원사들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 따르면 대기업들의 대금결제가 늦어지기
시작한 것은 지난해부터.

작년말을 기점으로 그 시기가 더욱 늦어져 지금은 중소납품업체들이
물품을 보낸후 적어도 2개월은 지나야 대금을 받고 있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