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자금시장에 이상기류가 흐르고 있다. 올상반기만 해도 자금이 넉넉
하다던 기업들도 자금조달에 적극적인 모습이다.

이같은 자금시장의 변화는 곧바로 금리상승으로 이어지고 있다. 특히
장기실세금리가 수직상승하는 추세를 보여 장기적인 금리전망을 더욱
어둡게 만들고 있다.

장기실세금리를 대표하는 회사채(3년만기 은행보증)유통수익률은 지난달
말 연12.48%에서 23일엔 연12.73%까지 치솟았다. 이는 금융실명제의
충격이 잦아들던 작년11월중순이후 8개월여만의 가장높은 수준이다.

이처럼 채권수익률이 뜀박질하게된 구조적인 요인은 무엇보다 물가불안과
통화긴축에 대한 우려감이다.

국제원자재가격이 오름세를 보이는데다 온국민을 용광로마냥 불태우는
찜통더위와 지속되는 가뭄으로 농산품등의 공급부족으로 인한 가격상승이
우려되고 있다. 가뜩이나 실물경기가 회복세를 타면서 인플레심리를
자극할 가능성이 다분한 터였다.

자연히 물가상승을 사전에 억제하려는 당국의 노력은 통화긴축쪽으로
모아지고 있다. 최근 통화당국의 주요책임자들이 "연간 총통화(M2)
증가율을 14-17%로 운용하되 가급적 14%에 근접시키겠다"는 방침을
잇달아 밝히고 있다.

물론 이같은 방침은 연초에 이미 발표된 그대로이다. 다만 그시점이
연말로 잡혀 있다는 점에서 통화긴축에 대한 기업및 일반인들의 심리적인
우려감이 상승작용을 일으키고 있다는 얘기다.

이러한 구조적인 요인으로 인해 시중금리가 오를 것으로 예상한 기업들이
서둘러 자금조달에 나서고 있다. 당장 추석및 연말자금을 미리 값싸게
확보하려는 기업들은 3-6개월짜리의 기업어음(CP)발행에 몰렸다.

그결과 CP금리가 오르게 되자 자금운용기관들도 CP나 이에 연동되는
양도성예금증서(CD)및 개발신탁쪽으로 치중하는 대신 채권매수에는
소극적인 모습을 보여 장기실세금리가 치솟고 있다는 진단이다.

여기에다 경기회복에 따른 기업들의 설비자금수요가 늘어날 것이라는
점도 금리안정에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는 실정이다.

정책당국은 "금리상승을 억제"하면서도 통화를 긴축적으로 운용해 "물가
를 안정"시키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 두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것이다. 금리안정에 대한 당국의 의지는 최근 이틀간에 걸쳐 재무부에서
은행신탁운용부장들에게 채권매수에 나서도록 독려한데서도 금방 나타난다.

문제는 이같은 인위적인 조치가 도리어 금리안정을 해칠지도 모른다는
사실이다. 금리가 일정수준 오르게 되면 그만큼 금리경쟁력이 생겨나
수요가 되살아남으로써 다시 금리가 내려가게 된다는게 자연스런
"시장원리"이다.

이러한 시장원리를 무시한 금리상승 억제노력은 일시적인 효과에 그칠뿐
보다 큰폭의 금리상승을 초래하기 십상이다. 게다가 물가불안등 구조적인
요인을 통해 상승한 금리는 쉽게 꺾이지 않는다는게 과거의 경험이다.

이에따라 증권관련 연구기관들은 올상반기중 평균12.28%였던 채권수익률
이 하반기중에는 평균12.8%대로 보고 자금사정에 따라 일시적으로는
연13%를 넘어설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결국 인플레심리를 억제하는 일도 중요하지만 금리안정을 위해선 하반기
중 자금사정을 어둡게 보는 기업이나 기관들의 불안감을 해소시키는
노력이 긴요한 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