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여름 이상고온현상으로 전력수급상황이 심상치 않다.

산업의 원동력인 전력은 최근 폭염과 경기회복이 맞물려 수요가 급증,
전력예비율이 3%대로 떨어지기도 했다.

한국경제신문사는 관계전문가들의 좌담을 통해 금년 전력수급동향을 점검
하고 중장기 수급안정방안을 찾아보는 자리를 마련했다.

이기성 에너지관리공단이사장의 사회로 진행된 이 좌담회에는 김칠두
상공자원부 전력정책과장, 김기수 한국전력공사 전무, 신정식 에너지경제
연구원 연구위원이 참석했다.
**********************************************************************

<>이이사장=올해 7월의 평균기온이 예년보다 4~5도 정도 높아진 탓에
전력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전력예비율도 당초 예상치인 13%선을 훨씬 밑도는 3%대까지 내려갔다.

그래서 전력문제가 어느때보다 국민적인 관심사로 떠올랐다.

우선 최근의 전력수급동향부터 짚고 넘어가 보자.

<>김과장=전력수요가 요즘 급증하고 있는 것은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다.

먼저 경기회복효과를 들수 있다.

당초엔 7%정도로 예상한 상반기 경제성장률이 8.8%를 기록했다.

특히 이번 경기회복은 과거처럼 서비스나 건설업등 3차산업위주가 아니라
제조업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

물론 국가경제 측면에선 바람직한 일이나 전력수급 측면에서 봤을땐 얘기가
달라진다.

전체 전력수요의 60%가 산업부문에서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한가지의 요인은 고온다습한 이상일기현상이다.

정부는 매년 5월말 발표되는 기상청의 장기일기예보를 바탕으로 여름철
전력대책을 마련한다.

올해엔 7월말까지 장마가 이어지고 8월초부터 더위가 본격화 될 것이라는
예보에 따라 전력시설 보수를 7월말까지 완료토록 계획을 짰다.

그러나 무더위가 생각보다 빨리와 전력공급이 빠듯한 사태가 벌어졌다.

<>신연구위원=외국의 예를 보면 전력예비율은 18%정도를 유지하는게
바람직한 것으로 돼있다.

그러나 표준예비율은 각국마다 조금씩 달라 딱잘라 말하긴 어렵다.

문제는 우리나라의 전력수요 증가추이가 과거와 차이를 보이기 시작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전엔 주로 주택.상업용이 증가를 주도해 왔다.

그러나 최근엔 경기회복과 맞물려 산업용 수요까지 가세해 예상보다
수요가 훨씬 높아지고 있다.

전력수요의 결정요인은 크게 소득 가격 기상효과 기술개발.이용효과등으로
구분해 볼수 있다.

이들 요인을 감안해 장기 전력수요예측의 정확도를 높이는게 중요하다.

<>김전무=최근의 전력사용 패턴을 보면 가정용수요 폭증이 전력비상의
주범임을 알수 있다.

금년 상반기중 전력수요는 작년동기대비 13%정도 증가했다.

부문별로는 산업용이 12%, 주택용이 24%정도로 늘었다.

주택용이 큰폭 증가한 것은 에어컨 사용이 늘고 있기 때문이다.

또 그간 감소추세이던 업무용빌딩의 전력수요가 4%정도 증가로 반전됐다.

가로등이나 농업용도 8%정도 늘었다.

<>신연구위원=지난13일 불쾌지수는 84까지 올라갔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연구결과에 따르면 불쾌지수가 1포인트 오르면 14만kw의
전력소비가 증가한다.

이것만으로도 작년보다 올해가 3~4%정도의 수요변화요인이 생긴 것이다.

<>김전무=한전의 추산은 조금 다르다.

우리는 불쾌지수가 1포인트 올라가면 전력수요가 40만kw 정도 증가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또 기온이 1도 오르면 35만~40만kw 늘어나는 것으로 추산된다.

7월에도 전력공급예비율이 3%대로 떨어졌는데 상공자원부나 한전의 예상
대로 8월중순에 다시 전력수요가 피크에 달하면 전기가 바닥나지 않겠느냐고
염려하는 사람이 많은 것 같다.

그러나 안심해도 좋다는 말을 하고 싶다.

당초 8월8~15일 사이에 피크를 칠것으로 예상해 발전소의 보수완료를
여기에 맞췄기 때문이다.

8월8일 이전에 1백28만5천kw가 추가될 예정이다.

이렇게 되면 총공급능력은 2천7백98만2천kw가 돼 예비율은 7%전후로
높아진다.

<>김과장=앞서도 말했듯이 최근의 전력증가는 여러가지 돌발요인이 복합적
으로 작용한 결과다.

이상고온에 가뭄이 겹쳐 에어컨과 양수기 사용이 크게 늘어났다.

거기다가 월드컵중계와 김일성사망등으로 TV시청이 급증한 것도 한 요인이
될수 있다.

이제 이런 단기요인은 어느정도 수그러졌다고 본다.

정부는 8월 첫째주와 둘째주 사이에 최대전력수요가 있을 것으로 보고
만반의 대비를 하고 있다.

무더위가 가신다고 피크가 지나간 것으로 예단할순 없다.

<>이이사장=전력수급조정 요금제를 활용하면 58만kw의 예비전력을 확보할수
있다고 들었다.

<>김과장=많은 사람들이 수급조정요금제를 제한송전의 일종으로 생각하고
있지만 이는 잘못이다.

수급조정요금은 한전에서 매년 5천kw 이상의 대규모 수용가에 최대수요
전력을 20% 절감할 경우 요금할인혜택을 주자는 취지에서 마련한 제도이다.

전력회사가 일방적으로 송전을 중단하는게 아니고 수용가가 자진해서
전력사용을 줄이는 것이다.

지난91년엔 이제도를 시행해 20%이상의 절전효과를 봤다.

<>김전무=한전에서 기업들을 대상으로 수급조정요금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제도를 "이용하겠다"고 응답한 업체가 예상외로 많았다.

올해는 2백65건이 접수됐다.

작년엔 2백67개 업체가 신청했으나 실시는 되지 않았다.

이 제도의 장점은 수급조정을 하지 않더라도 약정만 하면 전기료를 할인해
준다는 점이다.

<>이이사장=사실 요즘 에어컨사용이 급격히 늘고 있으나 이로인한 냉방병의
발병가능성에는 무관심한것 같다.

국내에서 실태조사를 한 결과를 보면 냉방환경에서 근무하는 여성의 17%가
생리불순을 경험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외국의 조사자료에서도 외부기온이 30~33도일때 실내온도를 21도로
유지하면 여성의 50%와 남성의 20%가 냉방병을 호소하는 것으로 보고됐다.

또 에어컨을 1시간이상 가동하면 습도가 30~40% 낮아져 호흡기장애가
유발될 가능성이 높다.

국민들이 이점을 깨닫고 과냉방을 자제하는 풍토가 정착됐으면 한다.

이제 중장기 수급문제로 넘어가 보자.

우리나라의 전력수요는 80년대초반만 하더라도 안정적이었다.

그런데 80년대 중반부터 전기요금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지고 소득이 증가
한데다 과소비풍조등이 겹쳐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는 실정이다.

중장기 전력수급전망을 어떻게 보는가.

<>신연구위원=오는 2006년에 가면 전력수요가 5천2백10만kw가 될 것으로
전망된다.

사실 특별한 조치가 취해지지 않는다면 지금같은 증가추세는 수그러들기
힘들 것이다.

웬만한 소비자들이 "한달 전기요금이 호텔커피값보다 싸다"는 인식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는 더욱 그렇다.

에너지경제연구원이 조사한바에 의하면 전기수요의 가격탄성치는 현재
0.2다.

이는 가격이 10% 내려가면 수요는 2% 늘어난다는 의미다.

이 탄성치가 장기적으로는 1에 가까워질 것이다.

물가가 5%대로 오르면 전기요금도 5%이상 올려야 수요관리가 가능하다.

<>김전무=한전이 준비하고 있는 전력수요 안정대책은 두가지로 요약된다.

우선 적극적으로 신규설비를 투입해 시설용량을 늘리는 것이다.

예컨대 내년에는 영광3호기(1백만kw급)를 비롯 5기의 발전기가 투입돼 2백
27만kw가 증가한다.

이렇게 되면 공급능력은 총3천1백4만4천kw로 늘어난다.

96년엔 영광4호기를 비롯한 7기가 추가돼 총시설용량이 3천3백64만kw가
되고 5년후에는 약4천만kw, 10년후에는 5천2백만kw로 확충할 계획이다.

또하나는 운전주기를 확대하고 보수기간을 단축하는 등의 방안이다.

하계휴가보수요금제를 더 확대해 많은 고객이 참여토록 하는 것도 안정화
대책의 하나로 볼수 있다.

<>김과장=장기적 전력수요에 대비하려면 오는 2006년까지 76기의 발전소를
더 세워야 한다.

이를 위해선 93년 불변가격기준으로 37조원이라는 막대한 투자재원이 필요
하다.

또 26곳의 부지도 확보해야 한다.

그런데 현재 부지는 17곳만이 확보돼 있다.

대부분의 국민이 발전시설을 공해유발시설로 생각하는등 님비(NIMBY)현상이
심해 입지확보에 어려움이 많다.

정부는 따라서 금년 9월 정기국회때 "발전소주변지역에 관한 지원법"을
상정해 발전소입지가 지역발전의 계기가 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이이사장=현재 한국의 전력값이 다른 나라와 비교해 어떤가.

또 현재 가격에 환경관리비용이 포함됐는지의 여부에 대해서도 얘기를
나눠보자.

<>김전무=한국의 전력요금체계는 개선의 여지가 많다.

현재의 가격체계는 다소 원시적 패턴이다.

하루의 전력요금이 새벽부터 12시까지 같은 요금으로 돼있는데 이게
문제다.

심야시간대와 아침9~11시, 오후 5~6시, 대낮의 피크타임등으로 구분해
책정해야 한다.

그래서 고객이 시간대및 가격에 따라 수요를 조절할수 있도록 나누는 것이
바람직하다.

계절적으로도 현재는 하계 동계로만 나뉘어 있는데 춘추계를 신설할 필요가
있다.

<>신연구위원=현재 전기요금은 적정수준보다 18%정도 싼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전기값이 원가보다 싸 과다사용을 유발하는 측면도 있다.

사실 전기요금 인상이 물가에 미치는 직접적인 영향은 미미하다.

다만 전기요금이 오르면 다른 서비스요금들이 덩달아 따라 오르는게 문제
라면 문제다.

<>김전무=가격수준을 외국과 비교해 보면 한국의 전기요금이 얼마나 낮은지
확연해진다.

한국을 1백으로 할때 미국만이 93으로 한국보다 낮을뿐 대만 프랑스 독일등
대부분의 나라가 모두 1백을 크게 상회한다.

특히 일본의 경우는 2백39로 두배가 넘는다.

이같이 가격이 너무 싸면 소비자들이 전기를 절약해도 돌아오는 이득이
많지 않아 절전할 마음이 생기지 않는다.

<>김과장=가격결정에 어려움이 있는게 사실이다.

요금구조가 선진국형이 아니라는 점도 어느정도 인정한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요금체계를 선진국형으로 바로 바꿀순 없다는 점도
이해해야 한다.

물론 발전소지역주민에 대한 보상액도 점차 늘어날 것이고 환경비용도
전력사업을 위한 고정비용으로 생각한다면 투자재원은 현재보다 훨씬 많이
잡아야 한다.

그래서 전기요금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많다.

하지만 이는 현재 우리의 사회적 여건을 감안해 순차적으로 해결해 나갈
문제다.

<>이이사장=민간자본을 끌어들여 발전소 입지를 해결해 나가자는 계획도
추진되고 있다.

전력문제에서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할 사항은 뭐라고 생각하는가.

<>김과장=민자발전은 전력산업의 경쟁력 강화와 방대한 투자재원확보를
위해 작년 신경제 5개년계획수립때 추진키로 한것이다.

이계획은 유연탄발전소 2기와 액화천연가스(LNG)발전소 2기등 4기의 건설이
골자다.

민자발전이 모든걸 해결해 줄수는 없으나 경쟁을 통한 효율성 제고나
재원마련, 입지확보에 도움을 줄수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

<>김전무=발전소를 건설할 입지를 확보키위해 해당지역주민과 협상을 할
때면 1차 당사자들과는 합의가 잘된다.

그런데 5kw 밖의 2.3차 당사자가 문제다.

이들은 "경계하나 차이인데 우리는 왜 그만큼의 보상을 못받느냐"는
식이다.

송.변전소도 마찬가지다.

가시권내에 있는 사람은 전부 반대한다.

지역이기주의 탈피가 시급한 과제다.

<>신연구위원=정부나 한전측이 제시하는 조건에는 좋은 안이 많은 것으로
알고 있다.

그러나 발전소지역 주민들은 자신들이 손해보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들에 대한 적정보상문제는 계속 연구를 해나가야 할 사항이다.

우선 정부가 주민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하는게 급선무다.

<>이이사장=전원개발을 위한 투자재원확보는 어떻게 돼 가나.

<>김과장=구체적 계획은 아직 없으나 내년의 경우만 해도 한전은 13조원
가량의 투자자금이 소요될 것으로 계상하고 있다.

이중 한전의 자체수입으로 확보가능한 것은 10조원정도다.

나머지 3조원의 자금부족이 예상된다.

한전이 매년 3천억~4천억원의 이익을 남기고는 있으나 투자재원 부족분에
비하면 어림도 없다.

그래서 해외채를 기채하거나 국내에서 전력채권을 발행할 것을 검토중이다.

어쩌면 단기차입금까지 고려해야할 상황까지 갈수도 있다.

공기업이 단기차입금 도입을 검토한다는 것은 그만큼 재원확보문제가 심각
하다는 얘기다.

<정리=김정욱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