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종 범 외저 <한경 서펴위원회 선정>

이종범교수등 7명의 중진및 소장 행정학자들에 의해 공동으로 출간된 이
책은 매우 야심적인 노작이다. 기존 이론들(모두 외국에서 개발됨)이 지닌
한계를 지적하고, 그것을 극복하기 위한 새로운 이론모형을 제시한 다음,
그것의 타당성을 사례연구등을 통해 경험적으로 입증하려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또 한국사회에 대한 특수이론을 개발하려는 것이 아니고 아예
보편적인(따라서 다른 모든 사회에서도 적용될 수 있는) 이론형성을
추구하고 있다.

정책결정을 분석하거나 설명하기 위해 개발돼온 기존의 이론들은 의사결정
에 필요한 정보의 확보가능성을 어떻게 가정하고 있느냐에 따라 몇가지
유형으로 나눠볼 수 있다.

이를테면 의사결정자에게 필요한 모든 정보가 확보되는 확실성의 상황에서
결정이 이뤄진다고 보는 "합리모형"과 반대로 정보의 확보가능성을 가장
적게 보는 불확실성하에서의 결정을 가정하는 "우연모형"을 양극으로하여,
그 사이에 "만족모형" "점증모형"등이 존재한다.

그리고 정보의 불완전성이 커짐에 따라 그만큼 정책결정의 합리성도
줄어드는 것으로 본다.

합리적인 정책결정에 장애가 되는 하나의 요소로서 이 책이 초점을 두어
제시하려는 것이 곧 "딜레마상황"이라는 개념이다.

정보의 완전성여부와는 별개로 의사결정자가 문제해결방안들 가운데 어느
한가지를 선택했을때 다른 대안을 포기함으로써 초래된 기회비용이 너무
크기 때문에 선택이 곤란한 상황을 지칭한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하에서는 대개 정책결정은 비합리적인 것(이를테면
정책의 지연,비일관성,상징적 행동,형식주의의 출현등)으로 귀결된다.

이같은 딜레마상황은 실제의 정책결정이나 조직현상에서 매우 보편적이며
중요한 현상이라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현상들을 설명하고 분석할
수 있는 이론이 현재까지는 개발되지 않은 채로 있었다고 한다.

이같은 딜레마현상에 대한 이론적 명제들을 실제로 입증해 보이기 위해
이 책의 저자들은 모두 7가지의 행정,정책사례들을 선정해 경험적으로
분석하고 있다.

전교조가 처한 조직운영상의 딜레마, 인사제도상의 딜레마, 진화적 정책
결정과정에서의 딜레마, 6공화국 정부정책의 비일관성, 형식주의의 원인
으로서의 딜레마, 상징적 행동의 원인으로서의 딜레마, 기업규제와
딜레마가 그것이다.

이 책은 그것이 제시하는 딜레마경험을 통해 앞으로 세계 사회과학계에서
크게 주목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이러한 정책사례들의 발굴,분석만으로도 학계와 실무계에 충분한
공헌을 한것으로 평가된다. 사회과학자들은 물론이고 모든 공.사조직에서
직접 의사결정을 수행하는 실무자들,그리고 정부가 하는 일에 관심을 갖는
시민들에게 일독을 권한다.

정 용 덕 <성균관대/행정학과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