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유럽에서는 때아닌 "모국어 전쟁"이 일고 있다. 지난달말 프랑스
의회가 반영어법을 전격 통과시키자 영국등에서도 자국어 보호를 위한
법안을 마련하는등 모국어를 둘러싼 유럽국가의 감정대립이 격화되고
있는 것이다.

반영어법은 인쇄및 방송매체를 통한 광보뿐만 아니라 공공장소와
대중교통기관에 부착되는 안내문, 수입상품의 소개서등에 타국어를 쓸수
없게 되어 있다.

따라서 이제 외국기업은 프랑스에서 소프트웨어 에어백 같은 상품을
거래할때 그 이름을 생소한 불어로 바꿔 장사를 해야할 판이다. 유무형의
경제적 낭비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이에비해 아시아 국가들은 비교적 타언어에 대해 관대한 편이다. 세계
공통어인 영어를 부담없이 사용함은 물론 한자에도 꽤 익숙해 있다.

한자 종주국인 중국을 비롯하여 일본 동남아 국가에서는 비록 말이
통하지 않더라도 한자필담을 나눌수 있고 웬만한 거리 표지판에도
한자가 병기되어 있어서 길찾는데 당황스럽지 않다.

그런데 이러한 한자도 아시아 국가간에 가끔 의사소통 장애를 일으키곤
한다. 예를들어 " "자의 경우 우리는 보통 약자인 "풍"자와 병행하여
사용하고 있지만 일본은 약자만을, 중국 본토에서는 간자인 "<>"자를
사용하고 있어서 꽤나 혼란스럽다.

더욱이 일부 한자는 특정 국가에서만 사용하는등 한자표기가 나라별로
천차만별을 보이고 있는 실정이다. 물론 언어왕 그 표기방법은 각국의
역사적 산물이자 사회적 약속이기 때문에 동일문자라도 나라마다 독특한
양태를 띠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같은 논리로 따지자면 국경없는 글로벌시대에 부응하여 동일
문자를 사용하는 나라끼리 서로의 필요에 의해 같은 표기법을 사용하자고
합의하는 것도 결코 턱없는 발상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실제로 아시아 거래선과 비즈니스를 할 경우 이렇게 통일되지 않은 한자
표기법으로 인해 인적 시간적 낭비를 경험하는 일이 종종 발생하고 있음을
고려할때 이제는 당사국간 한자의 통일도 심각히 논의해봄직 하다.

유럽제국이 국가이기주의에 의해 "모국어 전쟁"을 치루고 있을때 아시아
국가들이 한자의 통일작업을 이루어 나간다는 것, 이는 향후 세계중심축이
향방에 하나의 상징적 사건으로 기록될 수도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