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을 방문한 세계적인 석학 폴 케네디교수는 한국경제발전을
위한 기본조건으로서 세가지를 꼽았다.

그것은 새로운 기술개발에 뒤처지지 않는것과 기술에 투자할 충분한
자본금을 비축하는 것. 그리고 새로운 산업디자인을 개발하는 것이었다.

국내기업들도 최근 국제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생산기술 못지않게 산업
디자인이 중요하다는 사실을 깨닫기 시작했지만 아직 이에 대한 대응능력은
초보적 단계를 면치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동안 우리나라의 수출구조는 주로 선진국의 주문생산에 의존해온 관계로
주문자의 까다로운 품질관리에 맞추다보니 생산기술은 상당한 수준에
올랐지만 자체 브랜드개발을 등한히 한탓에 스스로 디자인할수 있는 능력을
배양하지 못했다.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산업디자인 수준은 미국 일본
유럽등 선진국의 약40~50%, 홍콩 싱가포르 대만등 경쟁국의 70~80%선인
것으로 나타났다.

기술수준은 경쟁국보다 오히려 높으면서 산업디자인수준이 낮은 것이
해외시장에서 경쟁력을 약화시키는 요인이 되고 있다.

심지어 태국이나 말레이시아 중국등 저개발국가들은 저가공세로 우리를
바짝 뒤쫓고 있고 경쟁국은 산업디자인으로 우리를 추월하고 있어 이중의
고통을 당하고 있는 처지이다.

디자인수준에 대한 지표의 하나로서 자기브랜드보유율이 평가요소로 작용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현실은 기업이 자체적으로 개발한 것은 약20%밖에 되지
않는다는게 디자인개발원의 설명이다.

그러나 이것도 전체적인 평균치이고 중소기업의 경우는 10%도 채 안된다.

나머지는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50%)과 해외도입브랜드(9%)이고 21%는
모방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산업디자인수준으로서는 국제경쟁에서 살아남기 힘들다고 봐야
한다.

정부도 이의 심각성을 깨달아 상공자원부 산하의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
기능을 활성화시키는 한편 93년5월을 처음으로 산업디자인주간으로 선포
하고 94년부터는 매년 5월2일을 산업디자인의 날로 제정했다.

기업체 및 전국민들이 산업디자인의 중요성을 깊이 인식하고 디자인발전의
기폭제로 활용하자는 취지이다.

특히 지난해부터는 산업디자인성공사례발표대회를 개최해 산업디자인의
개발이 실제적으로 기업의 발전에 도움을 주고 유용한 것이라는 확신을
주는데 주력하고 있다.

오랫동안 우수디자인시상제도를 통해 표창해 왔지만 시상행위로 그쳐
버리고 그것이 실제 상품화되고 판매에 연결되는 사례가 부진했던 과거를
반성한데서 비롯된다.

그래서 산업디자인포장개발원은 이같은 성공사례 발굴과 함께 기업체에
대한 디자인업무컨설팅과 교육진흥에 높은 비중을 두고 있다.

특히 상품의 경쟁력을 주도하는 요소로서 산업디자인을 기술개발측면과
비교해 중공업은 50대 50의 비율을 나타내지만 경공업에서는 70%, 농산물등
1차상품에서는 90%의 높은 비율을 나타내는 점을 감안, 중소기업위주의
경공업제품디자인과 농수산물 디자인개발지도에 역점을 둘 방침이다.

아무튼 이제 기업들은 상품의 성능과 품질의 기반위에서 예술적인 멋과
엔지니어링및 마케팅력이 조화를 이룬 새로운 산업디자인전략을 수립할
때이다.

<김대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