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비 도시오/스자와 다카요시 공저

"일본의 멀티미디어산업은 미국에 10년 뒤떨어졌다" 1993년 11월, 뉴욕
타임즈의 진단이었다. 이제는 모두들 인정하고 있지만 그때만 해도
이러한 노골적 표현은 양국 지식인 모두에게 충격이었다.

특히 일본인들로서는 무엇 때문에 이렇게 되었는가라는 자성과 함께
이제부터라도 서둘지 않으면 일본의 미래 정보통신 산업은 걷잡을 수
없는 종속형 구조를 갖게 될 것이라는 위기감을 느끼게 했던 것이다.

이책 또한 그런 문제의식의 연장선상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고 있다.
결론은 일본의 정보통신 혁명은 리엔지니어링식 발상이 전제돼야 한다는
것이다.

요즘 우리나라의 각 기업들도 리엔지니어링에 대해서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아직은 총론 성격의 논의에 그치고 있는 것 같기는 하다. 아무튼
개혁의 필요성을 느끼고 있는 것이라는 차원에서 긍정적이다.

다만 이제 우리의 논의는 보다 각론적일 필요가 있다. 또 보다 한국적인
색채를 띨 필요가 있다. 결국 리엔지니어링은 각 단위 사업체를 중심으로
그 전통과 기성 체질 속에서 이루어져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이 책은 미래 산업의 근간을 이룰 정보통신 부문의
리엔지니어링을 집중 조명하고 있다. 물론 일본 상황을 전제한 논의이다.

그러나 정보통신 부문이라는 소재 자체도 그렇거니와 일본의 경우가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는 크다. 일본이 이렇게 심각한 반성을 하고 있는
현실이라면 우리 한국은 도대체 어떤 수준의 논의를 해야 하는 것인가.

본문은 총7개장으로 구성돼 있다.

1장에서는 춘추전국시대를 맞게 된 세계 정보통신 산업의 현주소를 조명
하고 있다. 2장과 3장에서는 미국과 유럽에서 추진되고 있는 통신혁명을
소개한다.

현재 미국은 정보통신 산업의 능력을 "경제성장의 에너지"라고 생각할
정도로 그 분야에 대한 인식이 높다. 클린턴 정부는 민간 활동지원, 각종
규제완화, 정보통신기반시설(NII)구상 등을 통해 가능한한 모든 지원을
하고 있다.

4장에서는 정보통신 혁명을 추진해 가는데 있어서 무엇이 핵심인가를
다루고 있다. 미국 기업에서 이루어진 성공적 리엔지니어링의 사례들을
보면 정보통신 시스템의 역할이 얼마나 큰지를 알수 있다.

그런데 그러한 리엔지니어링에 있어서는 하드웨어보다는 소프트웨어, 즉
정보활용능력이 필수적이었던 것이다.

5장에서는 "멀티미디어"를 이용한 "신정보화 사회"의 모습을 그리고
있다. 6장에서는 다시 정보통신 인프라(Infrastructure)구축을 통한
신정보화 사회의 실현 가능성과 그 선결 요건에 관해 언급하고 있다.

국제적 표준화,규제의 완화,교육환경및 구조개선등은 그 선결 요건의
일부이다. 마지막으로 7장에서 필자는 정보통신의 혁명이 어떠한 차원
에서 추진돼야 하는 것인지 서술하고 있다.

미국과 일본의 차이는 무엇때문에 발생하는가.

필자는 "일본은 미국에 비해 국가차원의 지원태세가 미흡하다. 또한 더욱
중요한 것으로 일본의 기업환경은 모험적 시도를 받아들이기에는 지나치게
보수적이다.

이래서는 안된다. 신정보화 사회는 무엇보다 소프트(soft)가 존중되는
사회인데 이런 환경이라면 미국에 대해 경쟁력을 갖기 어렵다. 지금
일본은 국가적 차원의 리엔지니어링이 필요한 상황이다"라는 요지의
주장을 펼친다.

그리고 이 책의 말미에서 필자는 일본이 현재 상황을 타개하고 국면을
주도하기 위해서는 8가지 문제를 직시하고 실천해야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글로벌 시대를 대비해 시내 시외 국경이란 울타리를 없애야 한다"
"관민이 협력해 차세대 통신망을 완성해야 한다"등인데 그 내용은 일본
뿐 아니라 우리들에게도 곧바로 해당되는 것들이라고 생각된다.

"신정보화 사회"를 준비해야할 우리로서는 결코 놓칠수 없는 지침서가
될 것이다. <1994년 강담사간. 3백42면 1천7백엔>

손 풍 삼 <국제사회문화연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