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5일 대구은행본점전산센터. 전산팀의 손길이 갑자기 바빠졌다. 대형
모니터에 적색경고표시가 나타난것. 원인은 수신부문 대기건수의 과다. 각
영업점에서 입금하기위해 온라인을 작동했으나 제때 처리되지않고 대기중인
게 24건에 달한 탓이다. 전산팀이 가장 먼저 검색한건 온라인장애가 발생
했는지 여부. 그러나 장애는 없었다. 그렇다면 월급날등의 영향으로 업무가
폭주,처리시간이 길어진게 이유였다. 곧바로 여유가 있는 대출부문 전산
용량의 일부를 수신처리용량으로 돌려놓았다. 수신부문대기건수는 다시 "0"
으로 돌아왔다. 이때까지 걸린 시간이 불과 2분여. 각 지점에선 고객을 기
다리게 하지 않고 즉시 업무를 처리할수 있었던것은 물론이었다.

대구은행이 업무지연상태를 이처럼 신속히 정상으로 되돌릴수 있었던 것은
지난 2월부터 가동중인 "원격온라인 감시시스템(ROMS)"덕분이었다. ROMS는
말그대로 전국 영업점의 온라인거래사항을 언제 어디서든지 파악할수 있는
장치이다. 수신 저축 대출 내환 외환등 11개 항목별로 그때그때의 처리건수
와 대기건수를 한눈에 알수 있다. 대기건수가 많아지면 수시로 용량을 조정,
정상으로 복구시키게 된다.

이런 선진적인 시스템을 가동하는 은행은 국내에선 대구은행이 유일하다.
뿐만 아니다. 시중.지방은행을 통틀어 대구은행이 가장 먼저 실시하고 있는
전산제도는 많다. 대형시중은행을 무색케할 정도다. "현금카드즉석발급
제도"도 마찬가지. 종전에는 현금카드를 신청하면 대개 보름정도는 기다려야
찾을수 있었다. 그러니 신청한 사람중 절반이상은 찾아가는 걸 아예 포기
했었다. 대구은행은 지난해 10월 신청 즉시 창구에서 카드를 발급해 주는
현금카드즉석발급제도를 개발,이런 불편을 해소했다. 역시 금융기관중 처음
이었다.

대구은행은 일본은행들도 아직 실시하지 못하고있는 이 제도에 대해 지난
2월4일 특허청에 특허출원(제94-2078호)을 내기도 했다. 이런 예는 얼마
든지 있다. 대구은행에서는 통장만 있으면 현금자동지급기(CD)를 이용할
수있다. 카드로만 CD사용이 가능한 다른 은행하곤 다르다. 이 역시 전산팀
이 자체개발한 "카드.통장겸용 현금.수표자동지급기"덕분이다.

대구은행 전산개발의 특징은 고객편의에 초점이 맞춰져있다는 점이다.
그렇다고 자체의 사무자동화가 뒤진 것은 아니다. 홍희흠행장은 지난
23일밤 집에서 5건의 결재를 처리했다. 이른바 "전자결재"를 한 것이다.
집에서뿐 아니다. 출장중에도 휴대하는 노트북컴퓨터를 통해 얼마든지
결재가 가능하다. 지난해 6월부터 "사무관리시스템(OASIS)"이 가동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 시스템의 가동으로 언제 어디서든 간편하게 결재함
으로써 업무지연을 방지할수 있게 됐다는게 홍행장의 설명이다.

대구은행이 이렇듯 전산부문에 앞서가는 이유는 간단하다. "궁극적으론
전산에 앞서가는 은행이 경쟁에서 이길수 있다는 평범한 진리를 꾸준히
실천에 옮기고 있는데 따른 것"(김재환사무전산부장)이다. 그러나 자세히
들여다보면 다른 은행하곤 다른 점을 찾을수 있다. 누가 시켜서라기보다는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업무개발에 앞장서고 있다는 점이다. "경영혁신운동이
성과를 거둬 직원들이 일찌감치 고객만족개념으로 무장, 스스로 하려는
의욕이 몸에 배인 것이죠"(이광태경영혁신사무국장). 대구은행의 독특한
경영혁신운동이 성과를 거두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창구대기시간단축
<>신속한 대출상담및 실행 <>점외CD확충 <>전자금융활성화등으로 나뉘어
시행되고 있는 경영혁신운동은 모든게 "고객만족"과 연결돼 있다.

대구은행이 왜 고객편의와 직결된 전산개발을 리드하고 있는지가 쉽게
설명되는 부분이다. 대구은행은 분명 지방은행이다. 그러나 전국은행의
"하위개념"으로써 지방은행은 아니다.

뿌리나 바탕이 지방은행일뿐 전산업무는 오히려 전국은행인 시중은행들을
앞서가고 있다. 그래서 "지방화시대의 일류은행"이라는 호칭이 어색하지
만은 않아 보인다.

<하영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