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화 시대에 키보드는 한나라의 언어를 담아내는 그릇 역할을 한다.

PC보급이 활발해지면서 키보드를 통해 한글을 처음 익히는 어린이들이
생겨나고 있다.

이들은 "가나다라마바사"보다는 키보드의 글쇠를 처음 익히는 순서인
"라아나마가다자바"차례로 우리말을 배워 나간다.

또 컴퓨터 세대가 어려운 일을 당해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청할때는
"SOS"대신에 "F1"이라고 소리친다.

대부분의 프로그램이 도움말 기능을 키보드의 "F1"키를 통해 제공하는
것에 익숙한 신세대들이 하는 말이다.

현재 사용되는 키보드는 크게 XT형과 AT형으로 구별된다.

이 두종류의 차이점은 AT형 키보드가 XT형 키보드보다 몇가지 편리한
기능키를 추가로 제공한다는 점이다.

가장 많이 쓰이는 AT형 키보드는 대개 1백1개의 키로 구성돼 있으며
여기에 "한/영"키와 "한자"변환키가 첨가된 1백3키도 있다.

외국에서 표준으로 정한 1백1개의 키에 우리 문자를 전부 담을수 있다는
것은 정보화 사회를 맞아 우리에게는 커다란 행운이다.

갖가지 방법을 동원하고도 키보드에 자신들의 문자를 표현하지 못해
고민하다가 일일이 화면에 글자를 불러내 입력해야 하는 중국사람들에
비하면 우리는 엄청난 문화적 혜택을 보고 있는 셈이다.

키보드로 인해 컴퓨터 사용자들 사이에 "문화논쟁"이 벌어진 적도 있다.

키보드에 한글을 배열하는 방식을 2벌식으로 할것인가 3벌식으로 할것인가
의 문제였다. 2벌식은 왼손에 자음을 오른손에는 모음을 배치하는 방식이며
3벌식은 초성 중성 종성을 따로 배치하는 방법이다.

이 문제는 국가 표준이 2벌식으로 정해짐으로써 일단락됐지만 키보드를
통한 "한글 가꾸기"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김승환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