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높은 실업률, 사회보장제도의 붕괴위기, 통화통합의 어려움등 실질적인
유럽의 통합이 이루어지기까지는 산적한 난제가 많다.

오는 24일부터 2일간 그리스에서 코푸에서 열리는 유럽정상회담에서는
이러한 난제를 극복하는 방안이 논의될 것으로 보인다. 이를 계기로
격변기의 유럽경제를 진단한다.

< 편 집 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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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 실시된 이탈리아총선에서 베를루스코니가 이끄는 포르자
이탈리아는 "40만명에게 일자리를 새로 만들어주겠다"는 공약을 내세워
집권에 성공했다. 11%가 넘는 심각한 실업난에 시달려온 이탈리아
국민들이 표를 몰아준 결과였다.

이달 9일과 12일 양일간 실시된 유럽의회선거도 유럽통합의 방향과 그
속도보다는 각국이 겪고있는 실업난이 주요 이슈로 부각되면서 대부분의
집권당이 참패하는 곤욕을 치루었다. 지난 의회선거에서 두각을 나타냈던
환경보호단체인 그린당도 이번 선거에서는 실업문제 앞에 무릎을 꿇었다.

실업문제가 유럽정치권의 판도를 좌우하는 으뜸변수로 작용하고 있는
것이다. 올들어 유럽의 각국정부는 경기회복을 나타내는 각종 장미빛
전망치를 앞다투어 내놓고 있으나 국민들은 의구심을 버리지 않고있다.

유럽의 실업률은 해마다 급증, 이제 전후최대란 수식어조차 진부하게
느껴지는 실정이다. 지난 91년까지 8%대에 머물던 유럽연합(EU)12개
회원국의 평균 실업률은 92년 9.7% 지난해는 10.9%수준까지 치솟았다.

올 4월에는 드디어 11%선을 넘어섰다. 노동인구 10명중 1명이상이 일자리
없이 놀고 있는 셈이다. 스페인의 경우 20%선을 넘어선지 오래됐다.

이 실업률은 경기가 회복조짐을 보이는 올해도 계속 늘어나 금년말에는
11.7%에 이를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같은 양적 증가외에도 젊은층의
실업이 급증하는 구조적 모순은 보다 심각하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가 최근 발표한 실업통계에 따르면 유럽젊은층의
평균 실업률은 20.6%. 이는 미국 13.3% 일본의 5.1%에 비해 엄청나게 높은
수준이다.

유럽을 대표하는 프랑스의 경우도 젊은층의 실업률이 24.9%에 이르고
있다. 이로인해 사회범죄가 급증하는 악순환까지 일고있다. 물론 이같은
실업난은 유럽만이 겪고있는 현상은 아니다.

90년대이후 세계경제가 침체국면에 빠져들면서 곳곳에서 실업난에
시달리고 있다. 부유한 국가집단인 OECD회원국도 현재 노동인구의
8.5%인 3천5백만명이 일자리없이 놀고있는 실정이다.

올들어 잇달아 열리고 있는 OECD각료회의나 선진 7개국(G7)정상회담이
의제를 실업난해소에 맞추는 사실만봐도 그 심각성을 알 수 있다.

문제는 유럽의 실업난이 일본이나 미국보다 훨씬 심각한 수준에 있다는
사실이다. 꼭같이 어려운 경제상황속에서 미국과 일본은 한자리수
실업률을 유지하는 반면 유럽은 두자리수를 넘고 있다는 점이다.

현지전문가들은 그 이유로 유럽의 경직된 노동시장구조와 서비스분야의
고용창출 실패를 꼽고있다. 경제성장 속도가 실업난을 해소하기에 미흡한
것도 사실이나 이보다는 해고의 어려움등 노동시장에 대한 유럽정부의
지나친 보호가 오히려 실업을 부추기는 결과가 되고있다는 시각이 강하다.

장기적 치유책으로 노동시장의 구조적 모순을 바로 잡아야한다는 얘기다.
실제로 노동조건에 대한 정부규제가 강한 스페인의 경우 기업인들이
정규직채용을 꺼려 노동인구의 40%정도가 임시직에 종사하고있는 실정이다.

또지난 10년간 미국의 실질임금은 평균 8%떨어진 반면 영국 36% 독일 22%
이탈리아는 14%가 올랐다. 유럽정부의 규제로 임금의 하향경직성이 그만큼
강하게 작용한 결과였다.

최근 독일및 영국정부가 실업문제를 해결하기위해 노동시장에 대한 정부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력히 밀어부치는 것도 이같은 분위기를 반영한
것이다.

헬무트 콜 독일총리는 지난주초 "EU회원국간 사회보장제도를 통일하기
위한 기준마련이 시급하다"면서 독일이 EU순회의장직을 맡는 오는
하반기중 이를 관철시킬 것임을 강조하는 열의를 보였다.

EU위원회를 중심으로 이에대한 반발도 만만치않다. 자크 들로르 EU위원장
은 "경기침체를 이유로 서구사회가 1백50년간 발전시켜온 사회보장제도를
파괴해서는 안된다"며 모든 시민이 최소한의 권리를 누릴수 있는 민주적
유토피아론을 주장했다.

EU위원회 집행위원인 파드래크 플린도 "경제적인 측면에서의 경쟁력도
중요하나 그 사회가 갖고있는 경쟁력도 존중돼야한다"며 사회보장제도의
변혁에 반대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일 룩셈부르크에서 열린 EU경제장관회의는 독일과 영국이
제안한 규제완화위원회 구성에 합의했다.

오는 24일 그리스에서 열리는 EU정상회담도 실업난의 해소방안으로 범유럽
네트워크구축과 함께 규제완화란 원칙에 합의할 것으로 관측되고있다.

결국 유럽은 사회보장제도의 변혁이란 댓가를 치루면서까지 실업난이란
중병치유에 나선 것이다.

[브뤼셀=김영규특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