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6,97학년도 대입제도에 대한 교개위와 교육부 합의안 발표가 예정된 22일
오전 11시, 감청색 양복을 말쑥하게 차려입은 김윤태 교개위 부위원장이
교육부 기자실에 들어섰다.

"...국민과 더불어 숨쉬는 교육개혁위원회가 되도록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김부위원장은 96학년도 대입제도를 어떻게 하겠다는 알맹이는 뺀채,
미사여구로 가득찬 "대입제도에 대한 교개위 입장"을 5분여 동안 발표했다.

뒤이은 기자들의 질문공세에 "질문은 받지 않겠다. 곧 차관이 교육부와
합의한 내용을 발표할 것이다"라며 "도망치듯" 기자실을 빠져 나갔다.

오전 11시 10분, 이천수 교육부 차관이 기자실로 올라왔다.

"...입시제도의 예측가능성과 고교 재학생의 신뢰이익을 존중한다는 원칙을
준수하는 세부시행방안을 강구하고..." 이차관은 교육부와 교개위의 합의
내용 발표는 커녕, 수수께끼같은 말만 되풀이했다.

기자들의 질문이 계속되자 이차관도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로 "96학년도
입시계획은 내년 2월에 발표하는 것"이라며 오찬약속을 핑계로 서둘러
자리를 떴다.

오후 2시 40분 교육부 대학정책실장실, 96학년도 대입제도 합의안 내용을
재차 확인하기 위해 몰려든 기자들에게 이태수실장은 "교개위가 당초 입장을
철회해 오는 97학년도까지 기본골격을 유지하기로 합의했지만 교개위 체면을
생각해서 애매하게 발표한 것"이라며 "발표대로만 써 달라"는 주문까지
곁들였다.

오후 3시50분, 이실장이 다시 기자실에 나타났다.

"97학년도까지는 현행 대입제도 기본골격을 유지하기로 최종 결정
했습니다" 내년 2월에나 알 수 있다던 96학년도 입시제도가 무려 8달이나
앞당겨 발표됐다.

교개위와 교육부가 "합의사항 없는" 희귀한 합의안을 발표한지 5시간,
교육부가 확정된바 없는 것으로 써 달라고 거듭 주문까지 한 이후 1시간만
이었다.

한 교육부 관계자의 말대로 "정치적 차원"에서 이뤄진 합의안 발표가
"여론의 눈치를 보다가" 금새 번복된 셈이다.

말끝마다 "수험생 입장에서"를 들먹이던 교개위, "수험생의 혼란을 막기
위해"라며 교개위의 개혁안 강행에 분개하던 교육부, 모두가 헛소리였음이
명백히 증명된 하루였다.

<노혜령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