석유화학경기가 긴 침체의 터널에서 서서히 벗어나고 있다. 석유화학
제품의 국제가가 큰폭으로 뛰고 재고가 바닥을 드러내는 등 경기회복
조짐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석유화학이 공급과잉으로 인한 지난 4년여동안의 장기침체국면에서
탈피, 급속도로 정상을 회복하고 있는것이다.

>>>> 현 황 <<<<

석유화학의 경기회복을 가늠케 하는 지표는 국제가의 대폭적인 상승.
기초원료인 에틸렌의 경우 t당 3백80달러선으로 올초의 2백95달러에
비해 29%(85달러)나 올랐다.

PVC 중간원료인 VCM(비닐클로라이드)은 4백60달러에서 7백달러로 52%
(2백40달러)나 급등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기만 해온 HDPE(고밀도폴리에틸렌)도 6백달러로
22%(1백10달러)가 뛰었다. PVC는 6백50달러에서 9백달러로 38%(2백
50달러)가 올랐다.

기초유분에서 부터 중간원료 합성수지에 이르는 석유화학의 거의 모든
품목에 걸쳐 가격의 동반급상승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세계적인 공급과잉의 여파로 지난 90년부터 계속 떨어져온 석유화학제품의
가격이 마침내 강한 반등을 시작한 것이다. 급속도로 균형을 되찾고 있는
석유화학제품의 국내수급상황도 경기회복을 알리는지표의 하나가 되고있다.

대표적인 공급과잉품목으로 지목돼온 PE(폴리에틸렌) PP(폴리프로필렌)등
폴리올레핀조차도 수급이 빡빡해지고 있다. 일부 합성수지의 경우 가수요
까지 겹치면서 구득난이 표면화하고 있다.

가격이 크게 오른 VCM(비닐클로라이드) SM(스티렌모노머)을 비롯한 중간
원료와 HDPE(고밀도폴리에틸렌)등 합성수지는 재고가 바닥을 드러낼
정도이다.

사고가 발생한 삼성종합화학등이 공장을 조기에 보수, 가동하고 기존업체
들이 공장을 풀가동하고 있는데도 이같은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석유화학업계를 괴롭혀온 공급과잉현상을 어디서도 찾아보기가
어려워졌다. 고질병 처럼 인식돼온 출혈과당경쟁도 말끔히 사라졌다.
원료를 더 달라는 수요업계의 아우성이 현재의 시장사정을 간접적으로
대변해 주고 있다.

이같은 상황은 미국의 경기회복으로 수요는 크게 늘어나는데도 한국을
비롯 중국 말레이시아등의 사고로 인한 잇딴 공장가동중단으로 공급은
오히려 줄어들고 있는데 따른것이다.

가격상승에 대비한 수요업체들의 사재기도 수급상황을 급속도로 타이트
하게 만드는 요인의 하나로 분석되고 있다. 경기를 가늠할수 있는 이들
지표를 통해 볼때 석유화학 경기는 뚜렷한 회복조짐을 드러내고 있다.

수치상으로 나타난 결과만을 근거로 할때 석유화학산업은 빠른속도로
정상을 회복하고 있다는 결론을 내릴수 있다. 세계적인 신증설러시가
몰고온 공급과잉으로 지난 90년부터 가라앉기 시작한 석유화학경기가
바닥에서 탈출, 상승세로 돌아서고 있다는 얘기이다.

이같은 결론은 세계적인 연구분석기관이 내놓은 경기전망보고서의 내용
과도 일치한다. 미국의 켐 시스템스사는 세계석유화학경기가 지난해
중반을 바닥으로하여 상승하기 시작, 올부터는 본격적인 상승국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미국석유정제협회(NPRA)도 세계석유화학경기가 올해를 기점으로 하여
상승세로 반전, 98년에 가서는 완전히 정상을 회복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의 테크논(TECNON)사도 93년을 고비로 석유화학제품의 공급과잉률이
줄어들면서 가동률이나 가격이 점진적으로 회복될것으로 전망했다.

>>>> 전 망 <<<<

문제는 이러한 "바닥탈출"이 국내 석유화학경기를 본격적으로 회복시킬
수 있는 단계로 까지 연결될수 있을것이냐 하는데 있다.

결론적으로 말해 현재의 시장은 "회복 국면이기는 하나 수익성은 여전히
떨어지는" 상황이라는게 관계자들의 하나같은 지적이다.

최근의 가격상승과 수요증가로 경기가 회복되고는 있으나 석유화학업계의
경영을 정상화하기에는 아직도 역부족이라는데 의견을 같이하고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분석은 잇딴 가격인상에도 불구, 내수판매가가 원료가 인상분
조차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할 정도로 현실화하지 못하고 있는데 따른
것이다.

올들어 2차례나 가격을 인상했지만 주요합성수지의 내수가격은 원가의
65%에서 최고 75%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PP내수가는 t당 5백56달러로
총원가(8백55달러)의 65%선에 머무르고 있다. HDPE는 8백달러로 70%에,
LDPE는 9백11달러로 75%에 각각 불과한 형편이다.

최근의 상황은 그동안 떨어지기만해온 가격을 반등시키는 바닥탈출로서의
의미를 갖고 있을 뿐이라는 지적이다.

국내업체가 공급능력의 한계로 내수가에 비해 최고 t당 1백달러이상이나
비싼 해외시장을 집중 공략할수 없는것도 경기의 본격 상승을 지연시키는
요인으로 꼽힌다.

석유화학업체들의 정기보수에다 사고로 인한 삼성종합화학 현대석유화학
공장의 가동중단사태로 국내 생산물량은 내수공급에도 빠듯한 형편이다.

국내업체들은 이미 계약된 물량을 해외로 내보내기 조차 만만치 않은
입장이다. 내수가격과 큰 차이를 보이고 있는 동남아등 해외시장을 적극
개척할 수가 없다. 정부의 가격통제에다 수요업체의 반발로 원가에도
훨씬 못미치고 있는 내수시장에 계속 의존하고 있다.

수급불균형이 몰고온 동남아 "특수"를 그저 "그림의 떡"정도로 인식할
수밖에 없는 처지인 것이다. 경기의 본격상승 전망을 흐리게 하는 또
하나의 변수는 해외시장 공략을 위한 일본업계측의 공장조업 조기정상화
움직임.

일본업체들은 공급과잉으로 바닥에 머무르고 있는 경기가 정상회복됐다고
판단할 경우 가동을 중단 또는 연기중인 공장들을 언제든지 정상화할
채비를 갖추고 있다.

일본공장들의 조업정상화는 동남아시장의 수급상황을 크게 완화, 가격의
급격한 상승에 제동을 걸 수 있다는 분석이다.

유공 대림산업 현대석유화학 삼성종합화학등은 최근의 바닥탈출을 경영
정상화의 호기로 판단, 가격회복 출하증대에 안간힘을 쏟고있다.

그러나 업계와 시장의 여건이 호황을 일궈내기에는 아직도 많은 한계를
드러내고 있다. 석유화학산업이 지난 91년부터 계속된 엄청난 적자부담
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앞으로 상당기간이 흘러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