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인하를 통한 대형유통업체들간의 본격적인 힘겨루기 경쟁은 갖가지
파장을 낳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눈에 두드러지고 있는 것 중의
하나가 중소형유통업체들간의 전략적 동맹이 크게 강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소업체들간의 동맹은 한마디로 생존을 위한 동맹이다. 다이에
이토요카도 세이유 등 내로라하는 대형업체들이야 이윤폭을 줄이더라도
많이 팔면 되는 것이고 설사 판매량이 늘어나지 않는다 하더라도 버텨
나갈 여력이 있다.

하지만 중소업체들의 입장은 다르다. 고객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중소
업체들로서는 대형업체들이 하는대로 뒤따라만 가다간 회사를 거덜내기
십상이다. 말하자면 이들의 동맹은 고래싸움에 새우등 터질 수없다는
몸부림인 셈이다.

중소업체들간의 동맹내용은 제품의 공동구입과 각사가 함께 판매하는
공동브랜드의 도입으로 요약할 수 있다.

공동구입은 구매단위를 늘려 단가를 낮추자는 것이고 공동브랜드는
소비자들이 신뢰할 수있는 상표를 만들어 무명제품이 갖는 취약점을
극복해 보자는 취지다.

중소업체들간의 유통동맹으로 가장 대표적인 것은 일본유통산업.

헤이와도(평화당.시가현) 라이프코퍼레이션(오사카) 야오한저팬
(시즈오카현)등 상권이 겹치지 않는 20개 수퍼업체들이 지난70년대에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다. 전체 가맹점포의 매상을 합하면 2조5천억엔에
달해 다이에와 어깨를 나란히 한다.

일본유통산업은 당초 공동구매를 통한 원가절감만을 목표로 했었지만
최근엔 대형유통업체들의 공세에 대항하기 위해 월드초이스란 공동
브랜드를 개발 판매하고 있다.

이회사가 올들어 내놓은 월드초이스 브랜드의 미국제 캔콜라와 국산
캔커피제품은 대형업체들의 의표를 찌른 일대 히트작이었다.

캔콜라는 3개에 98엔 캔커피는 2개에 88엔으로 대형사들의 PB상품가격을
크게 밑도는 파격적 가격이었기 때문이다. 콜라의 경우 캔당가격이
33엔선으로 78엔의 클래식 (이토요카도)에 비해선 40%선에 불과하고
48엔의 아메리칸 (세이유)보다도 훨씬 저렴하다.

코카콜라사로 하여금 가격인하조치를 취하지 않을 수없게 만들었던 대형
업체들보다도 더욱 싼 가격의 제품을 개발, 중소업체들도 이에는 이로
맞설 수 있다는 저력을 과시한 것이다.

게이오스토어 도큐스토어 등 사철계열의 8개업체가 연합해 결성한 8사회
(현재의 회원사는 15개사)도 총매상고가 1조4천억엔에 이르는 대형조직
이다.

8사회는 자신들이 갖고 있는 공동브랜드 V마크 시리즈상품중 1백%과즙
음료부문의 상품수면에서 PB상품개발이 가장 활발한 다이에를 추월했다.

지난달중순부터 파인애플과 포도제품을 추가하면서 상품수를 5개로 늘려
PB브랜드로는 3개종류만을 판매하고 있는 다이에를 2개차로 제친 것이다.

간사이수퍼마킷(효고현) 서미트(도쿄) 등 소형73개사의 동맹인 전일본
수퍼마킷협회(총매상고 1조2천억엔)역시 공동브랜드인 생활양호의
상품수를 급속히 늘려가고 있다.

이에따라 80년대후반까지만해도 30억엔대에 불과했던 공동브랜드상품
매출액이 올해는 1백20억엔선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유통동맹을 통해 원가를 절감하고 값싼 공동브랜드상품을 더욱 많이
개발.판매하는 것은 중소업체들로서는 사활이 걸린 문제라고 할수 있다.

저가공세로 밀어부치는 거대유통업체들을 대상으로 가격경쟁력을 확보
하고 뒤지는 고객흡인력을 조금이라도 만회할 수있는 유일한 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들의 저가상품개발은 여타업체들에게 또다른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 생존을 위한 이들의 몸부림도 결국은 확산되고 있는
가격경쟁을 더욱 격화시키는 역할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