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부모가 없는 사람이 없다. 사람은 부모의 정기를 이어 받고
세상에 태어난 뒤 그 슬하에서 자라고 인생을 배우고 지식을 익히고
사람다운 마음가짐과 몸가짐을 닦으면서 하나의 인격체로 완성된다.

그처럼 사람이 세상에 태어나서 사람답게 살게 되기까지 부모의 보살핌과
가르침을 받는 은덕은 그 어느 것보다 크다하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사람은 옛부터 부모의 은덕을,갚는 것을 온갖 행실의 근원으로
삼았다. 부모를 성심으로 모시고 섬기는 효도가 그것이다. 효도는 사람을
다른 동물과 구별되게 사람답게 해주는 덕목인 것이다.

그렇다면 효도란 도대체 어떠한 것인가. 부모에게 의식주만을 마련해
드리는 것으로는 효도가 되지 않는다. 거기에 마음에서 우러나온
받들음이 수반되어야만 참다운 효도에 접근하게 된다.

"논어"에서 "오늘날 효라하면 부모를 먹여 살리는 것을 의미하는데 개와
말까지도 다 먹여 살려주는 사람이 있으니 공경하지 않는다면 짐승을
기르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고 "신약성서 에베소서에서도 "네
부모를 공경하라 하신 계명은 약속이 붙어있는 첫째 계명"이라고 했듯이
공경이 없는 부모 모심은 불효에 해당된다.

중국 당나라의 고종이 어느날 큰 잔치를 베풀었다. 식탁에는 많은 음식과
먹음직한 포동송이가 놓여 있었다. 그런데 시증이라는 신하만은 포도에
손을 대지 않기에 고종이 이상하게 생각하여 그에게 물었다.

그러자 그는 "병중에 계신 어머니께서 포도를 원하시므로 사방으로
구했으나 얻지 못했는데 어떻게 먼저 먹겠느냐"고 대답했다. 고종은 그의
효심에 감복하여 그 포도를 모두 주어 그를 치하했다.

이처럼 효도란 물질에 앞서 마음가짐에 그 근본이 있다. 그러나 요즈음의
한국사회의 세태를 돌아다 보면 마음가짐은 커녕 물질 보상마져도 기피
하려는 경향이 짙다.

부모를 모시기가 싫어서 양로원등에 내팽개치거나 자녀와 떨어져 외롭게
살다가 이웃도 모르게 죽은뒤 며칠만에 시신이 발견되는 사례들이 적저
않았다.

이번에는 딸부부에게 전재산을 맡겼다가 이를 잃게 된 노부모가 소송을
하자 딸부부도 이에 맞서 부양댓가를 요구하는 반소를 한 끝에 "부모
봉양은 의무"라는 판결이 나와 변질된 효도일망정 이땅의 도덕률로
아직도 살아있음을 보여 주었다.

언젠가 늙어 후대에게 당할 "인과응보"가 두려워질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