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크몬트(미펜실베이니아주)=김흥구기자]

이곳 오크몬트CC에 모인 선수들은 비오기를 고대한다. 의외의 얘기겠지만
거기엔 다 까닭이 있다. 이곳의 그린은 무려 건장한 남자 8명이 겨우 끌수
있는 0.7톤의 롤러로 다진다. 2.4mm이하의 커팅에 그같은 롤러로 꾹꾹
다져놓으니 그린이 세계최고의 빠르기를 가질수 밖에 없다.

날씨가 계속 맑고 건조하면 그린은 더욱 빨라진다. 그같이 단단한 그린은
아이언샷도 받아주질 않으니 백스핀을 기막히게 먹이는 "하이볼 히터"만이
겨우 볼을 그린에 세울 수 있다.

그러나 비가 오면 얘기가 달라진다. 비가 오면 그린스피드가 느려지게
마련이고 잔디결도 촉촉해 진다. 선수들이 한결 치기 편하다는 의미로
다른대회때와는 달리 선수들은 비를 기다린다.

지난 83년 이곳에서 열린 US오픈에서는 대회기간중 비가 왔음에도 4라운드
합계 언더파를 친 선수는 단 3명에 그쳤다. 우승자는 4언더파 280타를 친
라리넬슨으로 그는 3,4라운드에 65,67타를 쳤다.

그러나 이번대회때 맑은 날씨만 계속되면 "언더파 우승"이 불가능 할
것이란 얘기가 지배적이다.

<>.오크몬트CC의 회원들은 선수들이 "언더파를 치는 꼴"을 못본다.
러프세팅을 길게 하는 것으로 유명한 USGA도 지난 83년대회때 오크몬트의
러프세팅을 보고는 "해도 너무했다"고 불평했을 정도이다.

발목을 덮는 러프에 볼이 들어가면 영락없는 1타손실. 오죽하면 83대회때
세베바예스테로스는 하루평균 10번이상,4일동안 42번을 드라이버를 안쓰고
1번아이언으로 티샷했을까. "오크몬트에서 감히 누가 언더파를 칠 수
있느냐"가 이곳의 자존심이다.

<>.스코어가 어떻건 우승자는 나오게 마련. 문제는 누구냐는 것이다.
사실 참가선수 159명중에서 우승자를 예측하는것은 부질없는 짓이다.

이곳의 코스특성상 뒤죽박죽의 우승경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고 선수
수준이 워낙 근접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두가지의 "흐름"은 끄집어 낼수 있다. 하나는 2온2퍼트 형태의
"하이볼 골프", 즉 미국스타일의 골프가 그린주변에서의 잔재주에 강한
유럽골프 보다 유리하다는 것이고 또 하나는 "나이든 선수"의 우승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지난 82년이래 US오픈만은 미국선수의 아성으로 지켜져 왔다. 그것은
바로 미국식의 코스세팅에 기인하는 것으로 이번엔 오크몬트라는 괴물을
다스리는 노련미가 필수적이라는 의미이다. 다시말해 30대후반의 유명
선수를 눈여겨 봐야 한다는 것이다.

<>.유럽이 아니더라도 선수는 많다. 우선 닉프라이스(37.짐바브웨)가
있고 그레그노먼(39. 호주)이 있다. 그들은 사실 미투어선수로 국적만
아닐뿐 99%아메리카나이즈된 선수로 볼수있다.

미국선수중에는 톰레이먼(35) 헤일어윈(49)필미켈슨이 통계상의 기대주.
어윈은 금년PGA투어에서 드라이버정확도부문 2위에 퍼팅부문 3위이고
미켈슨은 퍼팅부문 5위, 레이먼은 파온율에 있어 리더이다. 여기에
톰카이트(44)와 세계제일의 퍼팅고수 벤크렌쇼(42)도 주목된다.

<>.독자중에는 "오크몬트의 그린이 그렇게 빠르다면 퍼팅 잘하는 프로가
특히 유리하지 않으냐"고 반문할지 모른다. 그러나 드라이버샷을 잘 쳐야
퍼팅도 좋아지는게 골프이다.

티샷을 우선 정확히, 멀리 뽑아내야 어프로치샷을 핀에 붙일 수 있고
어프로치샷이 핀에 가깝게 붙을수록 3퍼트의 근본원인이 없어지는
것이다.

골프는 모든 게임을 잘해야 스코어가 만들어진다. 메이저는 거기에다
"뱃심"이라는 보이지 않는 무기까지 갖춰야 한다. 이번 US오픈은
"오크몬트"라는 괴물과 만나 한층 흥미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