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흥구 < KIEP 지역정보센터 소장 >

수십년간 이념의 벽에 가린채 경제협력은 물론 일체의 공식관게가 단절
되어 왔던 한국과 러시아가 한.소수교(90년9월)를 통해 본격적인 협력의
시대를 연지 4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수교를 전후한 시기부터 현재까지 한.러사이에는 교역.투자의 증가와 함께
자원개발, 과학기술협력등 다양한 분야에서 경제협력을 증진시키고 있다.

지금까지 한.러사이의 경협현황에 대해서 먼저 개괄해 보기로 하자.

우선 양국간의 교역현황을 보면, 8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한.소간의 교역은
수교다음해인 91년까지 교역량에 있어서 연평균 70%에 가까운 빠른 성장을
보였다.

92년에 들어 한.러간 교역이 갑작스럽게 감소한 이유는 91년12월 구소련의
붕과와 독립국가연합(CIS)의 탄생을 전후하여 러시아가 처했던 극심한
정치적불안정으로 교역이 전반적으로 침체하였고, 또한 구소련의 붕괴로
인하여 우리정부가 92년초에 합의한 대소경제협력차관의 집행을 유보키로
결정한 것이 우리기업의 대러수출에 타격을 주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93년에는 91년 구소련 전체와의 교역량을 훨씬 상회하는 수준으로
다시 회복되었으며, 금년도 1/4분기의 교역실적으로 미루어볼때 올해도
한.러간의 교역에 있어서 이러한 증가초과는 계속될 것으로 보여진다.

한편 우리기업의 대러시아투자는 금년 2월말현재 48건, 4,167만달러가
허가되었으며, 이중 25건(2,372만달러)이 실행되었다.

실행된 투자분야중에는 무역업이 가장 많고 소비재제조업분야와 식품.
수산물가공분야등에서 투자가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교역과 투자이외에도 러시아의 풍부한 천연자원과 지리적 근접성들을
고려하여 지금까지 우리정부에서는 3차례에 걸쳐 러시아에 자원조사단을
파견하여 자원개발의 가능성을 모색한바 있으며, 개별기업차원에서도
수차례의 자원조사를 실시하였으나 대부분의 경우 사회간접자본설비의
미비등 개발여건이 열악한 것으로 드러나 아직까지 실제 자원개발에 착수한
예는 없다.

이는 김영삼대통령의 방러기간중 양국이 시베리아의 야쿠트가스전개발사업
을 본격 추진키로 합의한 것을 계기로 앞으로 러시아지하자원 개발사업에
우리기업의 활발한 참여가 기대된다.

지하자원개발사업과 함께 러시아의 풍부한 산림자원의 개발사업도 한국
기업의 주요한 관심대상이며 이밖에 러시아수역내에서 어로사업도 우리에게
중요한 자원개발진출의 하나로 들수있다.

러시아가 보유하고 있는 높은 수준의 기초과학기술의 도입 또한 수교초기
부터 우리의 관심을 끌어온 분야이다.

그동안 한.러양국은 세차례에 걸친 과학기술장관회담을 통해 79건의 첨단
기술의 상업화문제에 대해 공동연구키로 합의한바 있다.

이밖에도 한.러과학기술협력센터가 설립되었고, 최근 한국정부는 러시아
현지 연구기지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또한 우리기업은 러시아현지에 과학기술협력을 위한 사무소및 연구소를
개설하거나 전자.의료기계분야등에서 합작투자를 추진중에 있다.

이와같이 한.러경협관계는 다양한 분야에서 비약적인 발전을 보여왔음에도
불구하고, 수교를 전후한 시기에 기대되었던 수준에 못미치고 있는 것이
사실이다.

한.러교역량은 16억달러정도로서 이는 작년 한국전체 교역량의 1%에도
미달하는 수준이며 러시아전체의 교역량의 2%정도에 이를뿐인 것이다.

그러면 한.러간의 경협이 활성화되지 못했던 요인은 무엇인가, 우선
러시아의 경협환경이 아직 미비하다는 사실을 들수있다.

현재 허시아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사회전반에 결쳐서 구체제의 급격한
전환에서 오는 과도기적 혼란현상에 처해 있다.

이때문에 우리기업들은 그동안 러시아와의 교역, 투자등을 투진하는데
있어서 러시아측의 복잡하고 불안정한 조세제도나, 수출입규제제도, 러시아
국내의 외환부족및 은행제도의 불합리성으로 인한 대금결제와 과실송금의
어려움, 원자재조달의 어려움등과 허가기관및 구체적인 경협파트너의
불확실성등 여러 장애요인에 부딪혀야 했다.

뿐만아니라 러시아에 대한 우리의 지식과 정보의 부족을 들수있다. 다른
나라와의 경협을 원활히 추진하기 위해서는 우선 우리자신이 그 나라의
자연과 사회 그리고 역사.관습연어에 관하여 기본적인 지식과 정보를
습득해야 할것이다.

러시아는 오랫동안 우리에게 미지의 세계였으므로 이로인한 우리의 정보
부족이 지금까지 우리기업들의 러시아진출을 가로막는 장애요인이 되었다고
할것이다.

한.러간의 경제협력관계는 이제 겨우 수년에 지나지 않으므로 두나라는
앞으로 여러분야에서 광범위한 경협관계를 구축할 가능성을 지니고 있다.

특히 부족자원과 생산구조의 측면에서 볼때 양국은 서로 보완적인 협력
관계를 유지하며 장기적으로 상오이익이 되는 경협파트너로 성장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하겠다.

따라서 우리는 러시아가 가지고 있는 경제적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한.러
간의 경제교류가 본격화할 것에 대비하여 장기적인 시각에서 경협전략을
세우는데 게을리해서는 안될 것이다.

이러한 시각에서 볼때, 현재 한.러 양국정부사이에 가장 큰 경협현안인
경협차관의 원리금상환문제에 있어서도 상업적인 손익계산이라는 단기적
차원이 아니라 한.러간의 정치.경제.문화등 모든 분야에 결쳐 차원높은
협력관계를 증진하기 위한 장기적인 투자기금이라는 인식위에서 러시아측
과의 협상에 임하는 것이 바람직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