컴퓨터는 응용 프로그램에 따라 변신을 거듭한다. 워드프로세서를 사용
하면 문서편집을 할 수 있고 사운드 카드나 TV수신카드를 꽂으면 가정
노래방이나 TV역할을 한다.

컴퓨터가 가전제품과 달리 여러가지 일을 할 수 있는 이유는 주기억장치
인 메모리가 작업책상 노릇을 하기 때문이다. 메모리는 언제나 썼다
지웠다 할 수 있는 칠판과 같다.

메모리는 RAM(random access memory 임의접근기억장치)으로 되어 있기
때문에 전원공급이 끊기면 그동안 기억한 모든 내용을 잃어버리고
백지상태로 돌아간다.

사용자가 워드 프로세서 작업을 하기 위해 프로그램을 실행시키면 컴퓨터
는 프로그램 내용을 메모리에 옮겨놓고 일할 준비를 한다. 글을 쓰기 위해
책상위에 종이와 볼펜을 올려놓는 것과 마찬가지 이치다.

프로그램을 끝내면 메모리에 있던 내용은 남김없이 보조기억장치로
돌아간다. 책상을 정리해야 다른 작업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언제나 모든 것을 잃어버릴 각오가 되어 있기 때문에 메모리는 그만큼
자유롭다. 메모리로 인해 생겨난 자유는 컴퓨터사용자에게 무한한
가능성을 열어준다.

사용자가 쓸 수 있는 메모리의 크기는 PC의 발전과 함께 확대됐다. 현재
PC 운영체제로 사용하고 있는 DOS에서 활용가능한 메모리의 크기는
640KB며 윈도즈에서는 16MB까지 사용가능하다.

80년대 초반 국내에 도입된 애플 개인용 컴퓨터가 쓸 수 있는 메모리의
크기는 단지 64KB였다. 10여년 사이에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책상크기가
10배이상 커진 셈이다.

프로그래머들은 지금도 소프트웨어가 메모리에서 차지하는 크기를 줄이기
위해 밤을 새운다. 기술의 발전으로 사용자가 쓸 수 있는 작업공간이
넓어진만큼 작업책상을 잘 정리하는 사용자의 능력도 더욱 중요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