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시장의 강세전선이 좀체 걷히지 않을 전망이다. 국제시장에
공급과잉현상이 나타나면서 원자재가격이 올해초반 급락하리라던 대다수
전문가들의 예상과는 달리 큰 폭의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최근 이코노미스트지가 집계산출하는 원자재가격지수에 따르면 작년 6%
상승에 머물렀던 1차상품가격은 지난 1월부터 5월초까지 무려 14%나
치솟았다.

면화 설탕등 일부품목의 경우 작황부진이라는 공급사이드의 뚜렷한 요인
으로 단기적인 상승세를 맛보고 있으나 이들 일부품목을 제외한 비철금속
이나 원유등 대다수 상품의 강세는 많은 전문가들을 당황케 하고 있다.

원자재의 공급량이 평년에 비해 월등히 풍족한데도 불구하고 가격은
상승, 수급에 의한 가격의 결정이라는 공식이 맞아 떨어지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금속거래소인 런던금속거래소(LME)재고는 현재 구리를 제외
하고는 모두 사상 최고수준에 근접할만큼 넉넉하다.

알루미늄재고는 지난 92년초에 비해 1백60만t이 늘어난 2백60만t에
달하고 있으며 아연재고도 1만5천t에서 무려 1백만t으로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석유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다. 올들어 영국 노르웨이 등 북해산유국의
생산이 늘어만가고 석유수출국기구(OPEC)가 지난 3월 감산합의에
실패하는 등 석유시장은 하락분위기가 지배적이었다.

이에따라 유가는 3월말 배럴당 13달러까지 하락했으나 최근 서부텍사스
중질유(WTI)가 배럴당 19달러를 넘보는 등 유가는 다시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일부에서는 이같은 원자재가격상승이 시장의 수급요인보다는 원자재기금,
헤지펀드등 투기성자금의 유입에 따른 단기적인 것이라고 단정짓고 있다.

그러나 많은 전문가들은 여기에 이의를 제기한다.

첫째, 원자재시장의 공급량이 생각보다 많지 않다는 것이다. 예를 들어,
미국과 구소련공화국의 산유량은 예전에 비해 크게 줄었다. 미국의
투자은행인 모건스탠리사에 따르면 세계 원유재고량은 전년도에 비해
2천5백만배럴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속류의 경우도 LME재고량이 외형적으로 늘긴했으나 이는 일반 기업과
투자은행들이 보유했던 물량이 LME에 대거 유입됐기 때문이라는 지적이다.

즉 이들이 직접 보유했던 원자재물량이 회사의 슬림화정책과 재고감축에
따라 국제시장으로 방출됐을 뿐 총량에 있어서는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둘째, 전세계적으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또한
선진국 경제가 회복되면서 석유등 에너지에 대한 수요가 꾸준히 늘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산하단체인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올해 하루
석유소비량이 전년도보다 1백만배럴 늘어난 6백80만배럴에 이를 것으로
내다봤다.

마지막으로 전문가들은 원자재가격상승의 기폭제로 아시아의 경제성장을
꼽는다. 이는 이들국가들의 원자재소비가 어느 지역보다 왕성하기
때문이다.

베어링 증권의 시장전문가 에민 아이는 "중국의 경우 GDP대비 철강소비량
이 미국보다 10배나 많고 에너지소비량은 5배를 웃돌고 있다"고 지적한다.

현재 세계 원자재의 66% 이상을 생산하는 개도국들은 전체 원자재의 50%를
소비하고 있다. 이는 10년전 이들국가의 소비량이 33%에 머물렀던 것과는
대조적이다.

결국 개도국경제가 성장할수록 이들국가의 원자재수요가 늘어난다는 것은
불을 보듯 뻔하다. 게다가 회복기미를 보이고 있는 선진각국의 경제가 본
궤도에 오를 경우 수요량은 걷잡을수 없이 확대돼 원자재 파동까지 재연될
가능성도 없지 않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주장이다.

<이영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