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도 옛날식 한옥의 가정에 가보면 안방이나 대청마루의 벽에 붙여진
빛바랜 흑백사진액자들을 쉽게 볼 수 있다. 그사진들은 대개 결혼식
모습에서부터 가족끼리 야유회갔을때의 광경등 그집가족에 얽힌
추억들을 담은 것이 대부분이다.

추계예술학교의 영상연구회를 줄여 이름붙여진 "추영회"도 세월이 흘러
생각나는 그리운 추억 만큼 남기고 싶은 일들과 장면을 사진에 담는
모임이다.

처음에는 순수창작에 몰두하는 미술학부의 학생들이 서로 친목을
도모하고 작품사진을 찍자는 취지에서 지난80년 창립되었지만 지금은
미술학부 문학부 음악학부등 9개학과의 학생들은 물론 교수들까지
가담하는 인기있는 동호회가 되었다.

단순한 사진촬영에서 벗어나 교수들과 학생들이 격의없이 대화를
나누면서 서로의 개성과 철학을 교환하는, 사제간 정을 키우는 모임으로
발전한 것이다.

매주 야외촬영에 나서는 이모임은 1년에 장기촬영대회가 여름 겨울로
나눠 2번있고 작품발표회가 한번있는데 장기촬영을 한번 갔다오고나면
힘든 만큼이나 재미있는 에피소드와 추억거리를 낳는다.

수년전에 있었던 일이다. 변산반도 채석장 겨울야외촬영을 끝내고
열명되는 인원이 한방에서 여장을 풀때였다.

지도교수가 한 학생에게 추위를 녹이려고 방에 장작을 때라고 지시했는데
그학생이 장작을 때다 다 떨어지자 짚을 구해 밤새 열성껏 때는 나머지
일행이 모두 뜨거워진 방을 뛰쳐나오는 소동이 벌어졌다.

문제는 아침에 일어나보니 요, 이불, 방바닥이 모두 타버린 것이었다.
할수없이 지도교수의 주머니를 털어 집주인에게 위기를 모면하고 서울에
돌아와 그장면을 전시했는데 웃음을 자아내기 충분했다.

아름다운 겨울풍경과 함께 그와 대조적인 전쟁터같이 검게 탄 요, 이불,
방바닥사진들. 이런저런 모든 일들은 단순히 카메라에 의해 찍혀지는 것이
아니라 그속에 우리의 마음을 넣어 찍어져야 진정한 작품으로서 가치가
남게되는 것이다.

회원은 필자를 비롯 모임의 명예회장인 서정희교수(판화과) 임진수강사
(동양화과) 이승하강사(동양화과),그리고 학생들,모두 20여명에 이른다.

추영회는 세월이 흘러가도 많은 사람들의 마음속에 진정 남기고 싶은
장면들을 위해 오늘도 무거운 장비를 챙겨 긴 여로에 오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