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통상관계가 아무래도 걱정된다. 불편하고 불안한 기류가 갈수록
짙어지고 있다. 그런데도 쌍방간에 해소하려는 빛은 보이지 않는다.
신경전만이 계속되고 있는 느낌이다.

지난해 12월 UR타결을 전후해서 일었던 쌀시장개방소동과 이를 둘러싼
갈등은 일단 옛일로 치고 금년들어 양국은 자동차 지적재산권 CATV 학원
CNN방송문제에다 소시지분쟁등 끊임없는 마찰과 갈등으로 하루도 편한 날이
없는 상황이다.

문제의 발단이나 본질은 모두 미국측의 파상적인 개방공세에 있다.
하나를 주면 곧이어 또 다른 것을 새로 요구하는 식이다. 요구와 주장
가운데는 심히 굴욕적인 억지도 들어 있다. 유럽연합(EU)수준인 자동차
관세율을 저네(미국)수준으로 낮추라는 것이나 소시지유통기한을 자기네식
으로 해서 통관시키라는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을 정도다.

그러나 문제를 이런 지경으로 만든 책임은 우리 정부쪽에도 있다. 실은
그점이 더욱 답답하고 화가 치미게 한다.

우선 정부의 일처리가 매끄럽지 못하다. 소시지분쟁이 바로 그런 경우에
해당한다. 법을 들먹이지만 몇년동안을 방치해온 법조항을 아무런 사전
예고없이 물품이 도착한뒤에 들먹인건 결코 세련된 행정이라고 말하기
어렵다.

다음은 정부 부처간의 대립과 불협화가 너무 쉽게 노출되고 또 오래 끈다.
정부는 가급적 빨리 분명한 입장을 정리해서 확실하게 대응하는게 중요하다.
상대의 부당한 요구에는 강력하고 설득력있는 대응논리로 맞서야 한다.

통상전담기구설치와 전문가확보 필요성이 새삼 거론되는 터이지만 그건
나중일이고 지금 당장 한.미간을 포함한 통상문제의 책임부처가 상공자원부
인지 아니면 외무 재무 보사부 경제기획원 공보처인지 갈피를 잡기 힘든
현실이 문제다.

걸핏하면 301조발동 운운으로 위협하고 개방요구가 관철안되면 "경협대화"
(DEC)를 중단함은 물론 기한을 연장하지 않겠다는 등의 고답적 자세에 너무
동요할 필요는 없다. 정해진 개방일정을 최대한 충실히 지키는 것으로
족하다. 또 어디까지나 우리의 경제현실과 국가이익을 고려해야 하고 국제
사회의 규범과 보조에서 벗어나지만 않으면 된다.

한편 미국은 더이상 "만약"이라는 단서를 달아 무리한 개방요구를 제기하고
심지어 한국의 소비자의식까지를 문제삼아 정부를 상대로 시정압력을
가하는 것과 같은 일은 삼가는게 옳다. 미의 통상정책의 잣대가 한국 일본
중국사이에 다르다는 사실은 미국 자신도 부인못할 것이다.

우리는 대미 무역수지가 약간의 흑자에서 최근 적자로 반전된 사실에도
주목한다.

아무튼 최근의 이상기류는 어느쪽에도 유익하지 않다. 갈등을 해소하고
진정한 협력관계를 구축할 획기적인 노력이 있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