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국경제신문사 - 일본 노무라종합연구소 공동기획 ]]

일본의 경제번영을 가져온 일본형경영시스템의 큰 특징인 고정적고용(종신
고용)이 변화조짐을 내보이고 있다.

신흥공업국가들의 급속한 추격에 따라 국제경쟁력확보를 위해 일본기업은
연구개발과 기획력을 강화하고 있으나 이같은 업무를 담당하는 창조적인재는
일의 보람을 중시하기 때문에 전직을 귀찮아하지 않는다. 창조적인재의
증가와 함께 일본 기업사회에서도 인재유동화가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일본기업은 기업전략상 중요한 인재를 확보하기 위해 종래의 고용시스템을
어떻게 새로운 시스템으로 전환시키는가가 중요해졌다. "일본기업의 도전"
시리즈 4번째로 노무라종합연구소의 노다 미노루 경영컨설팅실장이 쓴
"고용시스템의 변화와 기업전략"을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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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도성장기이래 일본기업은 노동자에게 임금을 지불하는 외에 후생복리
부문도 고려하는 등 처우향상에 노력해 왔다.

또 기업조직을 어디까지나 가족처럼 정신적으로 연결된 것으로 생각하는
인식을 바탕으로 각기업이 기업조직의 정신적연대를 강조하는 사내교육을
철저히 실시했다.

처우향상은 능력이나 업적보다 연공을 기준으로 삼아 오래 회사에 근무하는
만큼 승급이나 승진이 보장됐다. 이같은 상황에서 사원은 회사를 그만두기
어렵게 됐고 결국 사원은 기업과 일체화되는 길을 선택, 기업에서 내쫓기는
일을 두려움으로 느끼게 됐다.

사원은 조직구성원으로 계속 남기위한 대가로 단기적인 과잉노동제공요구를
받아들였다. "이번만"이란 식의 언밸런스(임금이 노동의 강도보다 낮은
상태)가 구조적으로 계속되면서 전체적으로 낮은 코스트에서 높은 실적을
올리는 일이 가능해졌다.

일본기업은 이같이 종신고용관계를 효과적으로 낮은 코스트.높은 실적의
경영시스템으로 연결시켜갔던 것이다.

일본의 경제구조는 고용관계뿐만이 아니라 일본형경영이라 부를만한 큰틀에
의해 지탱돼왔다. 틀의 특징은 종신화에 의한 경제이점의 추구이다.

틀의 하나는 기업계열이라 불리는 조직대조직의 관계다. 기업은 계열내
거래처로부터 신축적인 이윤, 납기엄수, 고도의 품질관리, 지속적인 개선
노력등의 면에서 계열외기업에 비해 양호한 서비스를 받을수 있었고 이의
반대급부로 계열내 거래처는 대형의 장기안정적인 발주보증내지는 기대라고
하는 이점을 누려왔다.

계열내기업은 마케팅코스트를 최소로 억제할수 있었고 그만큼 품질.서비스
향상에 노력을 기울일수 있어 경쟁우위를 획득하게 된 것이다.

또 금융에 있어서도 은행계열은 기업의 부담코스트를 낮게 억제, 주식의
상호보유제도는 적대적인 매수의 위험을 최소한으로 했으며 단기적 재무
내용의 악화를 겁내지 않고 기업이 과감히 설비투자를 전개할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줬다.

물론 은행측에도 장기안정적인 융자처의 확보라고 하는 이점이 있었다.

이같은 고정성이라고 하는 일본경제의 특징은 행정, 특히 통산행정에
의해서도 추진되어 왔다. 경쟁의 공정보다 경제성장에 의한 고용확대를
중요한 정책목표로 삼아 항상 장래의 매출증대나 높은 자본수익을 기대하게
하는 성장지상주의적인 제도 정책 행정지도등으로 기업의 적극적인 투자
행동을 유발시켜 왔다.

이같은 틀은 전체로서 일본 사회시스템의 구성주체 모두에게 정도의 차는
있어도 꾸준히 양적성장을 기대하게 만들고 실질적인 질적성장에 적합한
사회출현을 가능케 했다.

지금에 와서 성장에 과잉적응된 일본의 사회시스템은 많은 측면에서
본질적인 변화를 강요당하고 있다.

그가운데 가장 드러매틱하게 변화하고 있는 것중의 하나가 고용시스템이다.
나중에 되돌아본 결과이지만 무리하게 일하는 것을 구조적으로 계속해와
높은 실적을 올리는 성장지향의 고용시스템이 한계에 다다른 것이다.

오해를 피하기 위해 지적하면 고정적고용시스템에 의해 이익을 본 것은
경영자측만은 아니다. 진지하게 노력하는 많은 노동자덕에 "대충대충
혼나지 않을 정도만 일하고 종신고용 연공서열의 혜택은 누려 승진 승급에서
다른 사람에 뒤지지 않는" 요령있는 노동자가 있었던 것도 사실이다.

즉 기업측은 고정적고용시스템때문에 극단적으로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
마저 해고하지 못하는 상황을 감내해야 했던 것이다.

이처럼 높은 고용수준을 유지하는데 필요한 코스트는 중도채용문제에
부딪쳤을때 가장 큰 영향을 주게 된다. 기업은 새로운 사업전개나 기술개발
을 위해 외부에서 창조성이 풍부한 인재를 끌어오려고 해도 성장이 멈춘
상태인 경우 사내의 인력을 줄여 그만큼 채용하는 방법밖에 없다.

성장이 멈춘 상황에서 사업전개 기술개발을 하기 위해서는 고정적고용
시스템이 가장 골치아픈 걸림돌이 되는 것이다.

한편 노동자측에서도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젊은층, 그것도 고도의
교육을 받은 지식산업노동자를 중심으로한 의식변화가 그것이다.

일본에서는 고정적고용시스템을 전제로해서 "전직은 나쁜 것"이란 의식이
암암리에 공유돼 왔으나 이것이 흔들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회사에 충성을
다하는 것에 대해서도 변화가 보여 보다 자기자신의 경력향상에 시선이
돌아가고 있다. 일본특유의 집단적가치관이 변모하고 있는 것이다.

노무라종합연구소에서는 작년11월에 수도권기업에서 전문적인 지식.기능을
필요로 하는 직종에 있는 20대후반~40세까지의 이른바 창조적인재를
대상으로 앙케이트를 실시한 바 있다.

여기서 얘기하는 창조적인재란 신기술을 개발하거나 신상품.신사업을 기획
하거나 기업의 경영혁신을 추진하는등 기업의 지적창조활동의 중핵을 담당
하는 인재를 말한다.

1천명을 대상으로 조사, 4백86명에게서 유효응답을 얻었다.

조사결과 업무나 회사에 대한 만족도는 모두 높지만 양자를 비교하자면
회사에 대한 만족도가 업무에 대한 그것보다 낮은 편이다. 업무에 대해
"불만"이거나 "크게 불만"인 경우는 19.1%이며 회사에 대해서는 28.2%로
상당히 높았다.

잠재적인 전직의향도 전체의 약30%에 달한다. 전직의향이 없어도 종래
일본기업에서 유일한 성공루트였던 조직관리직에 대해 별다른 매력을
느끼지 못하고 오히려 전문직지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회사의 틀을 넘어서 외부인재와 자유롭게 업무를 추진하는 네트워크
지향이 꽤 높았다. 나아가 자신의 전문지식에 대해서는 자신이 있고
86.2%가 지금 몸담고 있는 회사를 벗어나 타사에서도 충분히 인정받을
수있는 수준에 도달해 있다고 생각하고 있다.

노동의식에 대해서는 우량기업에 속해 있다는 점보다 어떤 일을 하고
있는가를 중시하고 승진보다 업무의 보람을 소중히 생각한다.

근무시간단축이나 여유가 사회적으로 중시되고 있는 가운데 창조적인재는
여전히 하드워크(열심히 일하는 것)를 꺼려하지 않는다. 그러나 하드워크는
어디까지나 업무의 보람과 재미를 느끼게 하기 때문이지 회사에 대해 몸과
마음을 바치는 멸사봉공스타일의 하드워크는 아니다.

여기서 끌어낼 수있는 결론은 창조적인재의 유동화가 진전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인재의 유동화에 대해서는 유동화가 "바람직스럽다"라고 생각
하는 층이 80%를 넘는다.

위의 조사에서는 실제 전직경험자가 13.2%에 지나지 않고 있으나 그중
대부분이 경력향상을 목표로 한 전향적인 전직이어서 어두운 면이 없다.

창조적인재는 지금있는 회사가 싫은 것은 아니지만 그이상으로 자신의
인생 전문성을 중요시하고 있으며 종래 일본인회사원에 현저했던 회사제일
주의의 가치관은 희박해졌다.

이같은 의식의 변화에서 볼때 일본의 고정적고용시스템은 회사내부로부터
붕괴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고정적고용시스템에서 유동적고용시스템으로의 이행은 기업에게 장점과
단점, 두측면을 제공한다.

장점은 우수한 창조적인재를 외부에서 받아들이기 쉬워지고 나아가 생산성
이 낮은 인재를 용이하게 조직밖으로 내보낼 수있게 된다는 점이다.

단점은 반대로 자사의 창조적인재가 외부로 유출되기 쉽다는 것이다. 이때
기업이 취할 수있는 전략은 하나다. 창조적인재에게 매력적인 기업이 되는
것이다. 그러자면 창조적인재에게 매력적인 기업은 어떤 것인가를 알아야
한다.

창조적인재에게 매력있는 기업은 우선 그들의 직종중시지향에 부응하는
곳이다. 그들은 자신의 전문성 능력 경험 하고싶은 업무등을 자신이 결정
하는등 어떤일을 할수 있는가에 관심이 높다.

원하는 회사가 있어 그곳의 사원이 되기만하면 어떤 일이라도 즐겁게 하는
것이 아니다.

직종별채용이나 직종별전문회사를 설립해서 특정의 직종을 택할수 있도록
보증하는 것이 필요해진다. 일본최대의 증권회사인 노무라증권이 세계제일의
기획조사력을 자랑하고 있는 것은 노무라종합연구소라고 하는 직종전문회사
를 설립, 증권영업맨과는 별도의 연구원을 채용, 분석가지향의 우수한 인재
를 확보하는데 성공했기 때문이다.

두번째 매력은 평가와 처우의 명확화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다. 창조적인재는
자신의 능력이나 업적이 어떻게 평가받아 그것이 처우에 어떻게 반영되는가
에 관심이 높다.

일본기업특유의 애매한 평가를 싫어한다. 평가결과를 공표하고 개별적으로
보상과 관련된 대화에 나서기를 원한다. 또 목표관리의 도입이나 목표달성에
의한 평가 연봉제등과 같은 드러매틱한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세번째 매력은 자기성장의 요구에 대응하는 것이다. 창조적인재는 일을
통한 자기성공에 높은 가치를 두고 있다. 이때문에 개인별CDP(Career
Developing Program,경력개발프로그램)가 정돈돼 있기를 요구한다.

기업이 개인의 경력에 관심을 보이도록 요구, 그표현의 하나로 커리어
카운셀링기능에 충실해 줄것을 중시하고 있다.

후지 제록스등 몇개의 선구적 기업에서는 이미 개인경력에 관한 인사제도를
충실히 하고 있으며 이같은 움직임은 경향을 제대로 읽은 것이다.

네번째 매력은 창조적인재의 가치관.미의식에 대응하는 것이다. 앞에서
언급한 조사에서 전직을 고려할때 상위조건으로 오른것이 "회사의 사상
이념 비전이 우수한 점"이었다.

이들은 자신의 창의성을 인정, 발휘하도록 해주는 곳이 이념 비전에
뛰어난 품격있는 기업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다.

리크루트기업랭킹에서 항상 상위에 위치하는 소니나 혼다등의 우량기업은
그이념 사상의 탁월함이 학생들에게 어필되고 있는 것이라고 판단된다.

이상 언급한 창조적인재에 대한 매력만들기는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에게는
별로 매력적이 아니거나 오히려 불쾌한 것이다. 예를 들어 평가의 공개등은
생산성이 낮은 노동자에게 가장 불유쾌한 제도가 될 것이다.

고용시스템의 유동화기운은 높아지고 있으나 유동화를 건전한 것으로
만들기 위해서는 기업측의 노력만이 아니라 사회기반의 정비가 필요하다.
사회기반정비로서는 우선 노동시장의 효율화가 있다.

이를 위해서는 전국규모의 구인.구직정보네트워크의 구축이 불가결하다.
또 네트워크에 실어보낼 정보의 질높은 컨트롤(통제)이 중요하다.

두번째로 필요한 것은 전직의 불이익을 완화하는 것이다. 전직해도 근속
연수를 통산할수 있는 포터블 펜션(Portable Pension)제도, 기업으로부터의
주택융자를 (전직회사로) 옮겨갈수 있는 포터블 론(Portable Loan)제도등을
생각할 수있다.

대기업에서 중소기업으로의 전직을 막는 요인의 하나로 복지후생면의
격차를 지적하지만 이에 대해서도 몇개의 중소기업이 복지후생시설을 공유할
수있는 제도를 연구할 필요가 있다.

사회기반정비의 세번째는 인재의 재교육기능을 충실히 하는 것이다.
단순한 기능직의 기술훈련만이 아니고 화이트칼러로서의 능력향상을 필요로
한다.

고용시스템이 유동적이 됐을 때 일본기업의 특징중 하나였던 "안"과
"밖"의 개념은 애매해진다. 우리사람이라고 생각했던 인재가 밖으로 나가고
바깥사람이라고 여겨졌던 사람이 우리쪽이 되기 때문이다.

이같은 상황이 되면 대기업안에 잠자고 있는 지식이나 기술이 유출되는
인재와 함께 사회의 네트워크가운데서 재축적돼 활용될수 있게 된다. 또
인재끼리의 네트워크를 통해서 기업끼리의 연대도 보다 긴밀해질 것이다.

기업은 종래와 같이 폐쇄적인 존재에서 사회적창조네트워크의 안에서 열린
존재로 거듭날 것이다.

일본전체에 있어서 지금 필요한 것은 효율성의 추구가 아니라 창조성의
향상이다. 이때문에 고정적고용시스템을 하루라도 빨리 건전하게 유동화
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기업과 사회모두가 고용시스템유동화를 향해서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