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대통령의 ‘한여름 밤의 꿈’은 ‘날개 없는 추락’으로 끝났다. 대통령과 입법부 간 갈등을 계엄으로 해결하려는 행위를 국민이 절대로 용납하지 않을 것을 몰랐다면 착각이다. 국민을 오판한 것이다. 국가 지도자로서의 정상적 판단이 아니다.무엇이 대통령의 눈을 가렸을까? 참모를 패싱하고 국가 최고정책심의기구인 국무회의의 반대조차 누른 독단성에 주목한다. 개인의 주장을 앞세우지 않고 주변과 토론하고 의견을 경청하는 민주적 의사결정이 단독 결정보다 나은 결과를 보장한다는 것은 평범한 진리다. 대통령과 국방부 장관 2인의 집단 오판이 초래한 비상계엄은 이제 국가 재앙이 됐다. ‘집단사고에 매몰’된 오판으로 재앙이 된 미국의 ‘쿠바 피그만 침공’과 비슷하다.정치 위기, 지금 꼭 점검해야 할 일이 있다. 갈등 해결 방식 부재의 정치 시스템, 개헌의 타당성, 그리고 경제 불안이다. 대통령제는 대통령과 입법부 모두 국민이 직접 선출한 대표라는 ‘이원적 정통성’을 가진다. 정치학자 후안 린츠는 이 ‘이원적 정통성’ 때문에 ‘항상 대통령과 의회 다수당은 갈등할 가능성이 있고 언제 폭발할지 모른다’고 경고했다. 행정부와 입법부 사이의 교착을 해소할 기제가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은 ‘초헌법적 해결’을 찾는다. 바로 린츠가 지적한 ‘대통령제의 위험’이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제의 위험’을 경험하고 있다. 린츠는 내각제를 통해 ‘민주주의 안정’에 기여하는 방안을 대안으로 제시했지만 조심스럽다.결국 대통령제하에서 행정부와 입법부 간 교착을 해결하는 방법은 ‘정치적 타협&rsquo
“부하들에게 ‘반란군’ 오명을 씌워주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최근 우연히 TV를 켰다가 보게 된 한 야전 지휘관의 울먹이는 듯한 발언이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다. 누군가의 자랑스러웠던 아버지, 부하들에게 존경받던 강직한 군인이 하루아침에 내란죄의 주요 임무 또는 조력자로 전락한 게 딱했다.“문을 부수고 들어가 국회의원을 끄집어내라”는 윤석열 대통령 지시에 소극적으로 대처한 현장의 군인들에게 “면피성 해명만 한다”고 비판하는 게 옳은지는 모르겠다. 다만 이런 일이 위계질서가 뚜렷한 군인과 검찰 조직에서나 일어날 법한 일이라고 여긴다면, 그건 다시 생각해볼 일이다. ‘밥그릇’이 달린 직장에서 다소 부당하고 무리한 지시를 받았을 때 “이건, 안 됩니다”라고 자신 있게 말하는 직원이 있을까. 우리 회사는 반대 의견을 자연스럽게 말할 수 있는 조직인가. 조직 소통 가로막는 권위주의권위적인 조직 문화는 내부의 원활한 소통과 협력을 가로막는다. 대통령 행사에 참석한 정·관·재계 관계자는 “대통령 참모들이 격식과 의전을 너무 챙긴다”고 입을 모았다. 이런 조직에선 대통령이 만나고 보는 사람들이 제한되고, 경호와 의전 담당자가 정책 실무자보다 우선된다.획일적인 조직도 권위주의가 자라나는 토대다. 관료와 검찰 중심의 대통령실 ‘서·오·남(서울·50대·남성)’은 평생 질서에 순종하는 법을 배웠다. “공무원과 민간 인재, 해외 동포, 패기 있는 젊은 인재 등 실력만 있으면 누구라도 국정 운영에 참여시키겠다”던 대선 공약은 실종됐다. 부처 위에 군림하는 대통령실의
‘12·3 비상계엄’ 사태 다음날인 지난 4일. 기획재정부 대변인실엔 새벽부터 기자들의 문의가 빗발쳤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계엄 선포 직전 열린 국무회의에 참석했는지를 묻는 질문이었다. 참석했다면 반대 의견을 개진했는지에 대한 질문도 잇따랐다. 대변인실은 ‘확인할 수 없다’는 답변만 내놨다.그 당시 본지 취재 결과 최 부총리는 비상계엄 선포를 위한 국무위원 간담회에서 대통령을 향해 반대 의견을 강하게 밝힌 뒤 자리를 박차고 나온 것으로 확인됐다. 계엄 선포 직후 열린 거시경제·금융현안 간담회(F4 회의)에서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경제 사령탑 자리를 비워놓으면 안 된다’고 만류한 것도 확인했다. 최 부총리가 최측근에게만 털어놓은 이 같은 내용은 이 총재와 야당 의원들의 간담회를 통해 언론에 공개되면서 뒤늦게 알려졌다.최 부총리는 계엄 사태 다음날 ‘F4 회의’와 경제관계장관회의 등 회의를 잇따라 주재한 뒤 취재진과 만나 이런 사실을 자연스럽게 알릴 수 있었지만, 그렇게 하지 않았다. 사태 수습이 우선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본지가 인터뷰한 경제학자들은 ‘최상목·이창용’ 경제 투톱이 계엄 사태 이후 비교적 큰 위기 없이 경제를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평가했다.최 부총리에게 이번 계엄 사태에 대한 면죄부를 주자는 뜻이 아니다. 최 부총리는 대선 캠프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에서 활동했고, 현 정부 출범 후 첫 경제수석을 맡는 등 대통령의 최측근 참모였다. 계엄 사태에 대한 법적 책임은 없다고 하더라도 정치적·도의적 책임은 져야 한다.다만 새 정부 출범 전까지 현 경제팀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