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적없는 경영시대가 펼쳐지고 있다.

지금까지는 소위 국경없는(borderless) 경영시대였다. 그러나 이제는
각국의 개별적인 시장특성을 접어두고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는
국적없는(stateless)경영시대로 한발한발 나아가고 있다고 미경제전문지
비즈니스위크는 보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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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경없는 경영과 국적없는 경영은 둘다 시장의 글로벌화아래에서 진행되고
있는 점에서는 같다. 하지만 세부적인 경영전략에서는 차이가 있다.

국경없는 경영은 다국적기업들을 중심으로 각국에 자회사를 설립, 그나라
특성에 맞게 상품을 개발하고 마켓팅전략을 추구한다. 국가나 지역단위로
서로 다른 경영전략을 갖는게 보통이다.

이에 반해 국적없는 경영은 세계를 하나의 동일시장으로 보고 표준화된
상품을 개발, 통합마켓팅전략을 구사한다.

90년대들어 글로벌화가 심화되면서 세계각국 소비자들의 상품기호가 점차
같아지고 있는 탓이다. 각국시장이 하나로 수렴되는 시장의 글로벌
라이제이션이 한층 빨라지고 있어 국적없는 경영여건은 조성되고 있다.

실례로 전에는 이탈리아와 프랑스국민들이 좋아하는 세탁기의 모양이
달랐다. 세탁기의 경우 이탈리아인들은 세탁물을 앞에서 집어넣는 것을
선호했고 프랑스인들은 위에서 세탁물을 투입하는 방식을 좋아했었다.

지금은 이들의 기호가 비슷해졌다. 그결과 미월풀사는 유럽시장에서
표준화된 동일형태의 세탁기를 생산, 국가별로 다른 형태로 생산판매하던
종래방식에서 벗어나고 있다.

국적없는 경영전략의 선두주자는 주로 미국기업들이다.

전세계시장을 대상으로 한 월드카개발에 나서고 대대적인 구조재편에
착수한 포드자동차는 가장 대표적인 케이스로 꼽힌다.

포드는 최근 그동안 별개의 시장전략을 취해온 유럽과 북미시장을 하나로
묶어 통합생산및 판매체제로 경영전략을 바꿨다. 앞으로는 중남미와 아시아
태평양지역도 하나의 시장으로 통합, 동일한 생산전략과 같은 판매방식을
쓸 계획으로 있다.

알렉산더 트로트먼 포드회장은 급속도로 글로벌화되고 있는 경쟁업체들에
대항, 기술과 신제품개발효율성을 높이기 위해서는 이같은 경영전략이
불가피하다고 말한다.

포드는 이 경영전략을 통해 연간 30억달러의 경비가 절감되는 부수효과도
누린다. 원자재를 총괄구매할수 있고 지금까지 국가별로 따로따로 진행되던
신제품개발프로그램을 한곳으로 통합, 잡다한 경비를 줄일수 있기 때문이다.

이달초 판매및 마켓팅조직에 대수술을 가한 IBM도 국적없는 경영전략을
펼치기 시작한 기업들의 한 모델이다.

IBM은 국가별로 그나라 특성에 따라 나뉘어진 마켓팅조직을 14개의 사업
부서로 개편했다. 국가나 지역특성을 뒤로 제쳐두고 일단 모든 나라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 각제품에 대해 공통된 판매전략을 펼치기 위해서
이다.

일본 소니도 포드나 IBM처럼 본격적이지는 않지만 국적없는 경영으로
조심스럽게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아직까지는 일본 미국 유럽 기타지역등 세계를 4개시장으로 구분해놓고
각지역특성에 맞게 제품과 마켓팅전략을 서로 다르게 실시하고는 있다.

그러나 최근들어 일본에 있는 소니본사가 4개지역의 마켓팅을 통합관리하는
방향으로 전략을 수정하고 있다. 전에는 각지역본부가 거의 독자적으로
생산과 마켓팅을 관리했다.

이같은 국적없는 경영에 대해 일부 업계전문가들의 시각은 다소 비판적
이다.

시기적으로 국가나 지역의 특성을 무시하는 경영전략을 취하기에는 위험성
이 많다는 것이다. 시장의 글로벌화가 급속도로 진행되고는 있지만 전세계를
하나의 시장으로 간주하기에는 시기상조이며 여전히 지역과 국가간의 시장
차별성이 상존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이에따라 기업들은 국적없는 경영이 어느 특정지역이나 국가에서는
먹혀들수 있지만 다른 지역과 국가에서는 실패작으로 끝날 위험이 있다는
점을 항상 염두에 두어야 한다고 충고한다.

<이정훈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