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끼리 뿐 아니라 국제사회도 무한경쟁시대로 돌입하고 있다. 이제
외국의 농산물 변호사 자동차 학교등이 밀려들어 올 것이다. 겉으로는
화해 협력 더불어 사는 공동체등 따스한 어휘로 포장되어 있지만 밑바닥에
깔린 경쟁의 틀은 더욱 냉엄해지고 있다.
학교생활 직장생활 그리고 이웃관계, 동료관계도 경쟁의 틀안에서 조금씩
달라지고 있다. 어차피 경쟁은 차갑고 엄격한 것이다.
우리는 경쟁에 의해 성장해 왔다. 경쟁은 상호 동기유발의 촉매이다. 자칫
부패와 안일로 흐르기 쉬운 사회의 소금이다. 그리고 자본주의 사회의 발전
철학이다.
최근 문교부에서 국공립대 교수들에게 연구성과에 따라 연구비를 차등
지급하기로 하고 추가로 예산을 확보하였으나,교수들이 이를 균등 배분해
달라며 연구비 수령조차 거부하고 있다고 한다. 심오한 연구활동이 어떻게
외형적인 성과물만으로 평가될수 있느냐는 논리라고 한다. 경쟁이나 평가
자체를 회피하고 있는 것이다. 이 사회에 만연하고 있는 "나눠먹기"의
극명한 예를 보는 것 같아 씁쓸하다. 나눠먹기는란 공짜를 탐하는 것이다.
어쩌다 제일 시대에 앞서 가고 진보적이어야 할 대학사화마저 이 꼴이
되었는가.
일단 전임강사로 대학에 들어가기만 하면 연구실적이 어떻건 테뉴어
(종신제)를 얻는 나라가 우리 말고 또 어디있는가. 미국이나 영구에서 교수
자리를 지키기위해 얼마나 치열한 경쟁을 치르고 단계별로 엄격한 심사를
받는지 우리 교수님들도 잘 알것이다.
따지고 보면 이같은 현상은 대학사회뿐 아니라 사회 전반에 걸쳐 나타나고
있다. 우리사회는 가부장적 유교사회였다. 연공서열을 항상 앞세우고
"나아가 곧 벼슬"인 사회였다. 자본주의의 경쟁철학이 아직 뿌리를 내리지
못한 탓도 있다. 그래서 경쟁이 두렵다.
며칠전 김대통령은 경제부처 국장들과의 오찬자리에서 인사제도를 개혁하여
능력위주로 두 계급 특진도 과감하게 시행하겠다고 말했다.
기업체도 저마다 연공위주 인사제도를 능력위주로 바꾸어 연봉제를 도입
하고 능력성과급을 확대하겠다고 법썩을 떨고 있다. 방향은 잡혀있는 것
같다. 앞으로의 경쟁사회는 그 길로 가야한다는 원칙에는 모두 동의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에는 심한 저항이 따르고 있는 것이다.
교수협의회가 나서고 노조가 나서고 협회가 나서곤 한다. 차례차례하면
언제건 나에게도 차례가 온다는 것이다. 무서운 안일에 빠질수밖에 없다.
뿐만 아니라 누가 조금만 출세가 빨라도 존경의 대상이 되기보다 질시의
대상이 된다. 모두 경쟁이 두려운 것이다.
힘들게 경쟁을 하여 정당한 댓가를 받기 보다 적당히 편하게 나눠갖고 싶은
것이다. 일종의 담합이다. 집단이기주의다. 개인적으로 경쟁을 하기보다
집단적으로 시위를 한다. "우리"속에 "나"를 묻고 집단이기주의에 호소한다.
우리처럼 협회니, 학회니, 단체니 하는 이익단체가 많은 나라도 없지
않을까.
최근 사회개혁에 대한 공무원의 복지부동도 이같은 집단이기주의와 같은
맥락에서 볼수 있다.
서양은 개인주의가 발달되어 있다. 경쟁을 자연스럽게 받아 들인다.
승부근성이 있어서 필요하면 목숨을 걸고 결투를 하기도 한다. 조직내에서
인사고과도 필요하면 공개하고 일단 결정되면 승복한다. 그러나 우리는
어떤가. 인사고과에 말도 많고 평가 자체를 부인하기도 한다. 대학 문호를
넓히되 졸업을 엄격히 하자는 취지에서 만들어진 대학졸업정원제도 엄격한
사정의 어려움 때문에 시행되지 못했다.
기업도 마찬가지다. 우리의 기업이 어떻게 컸는가. 관 또는 정과 손잡고
독점하거나 끼리끼리 담합하여 얻은 것이 더 많았다. 창의적인 또는 힘든
경쟁을 통하여 성장하여 온 것이 아니다. 그래서 나약하고 도무지 경쟁에는
익숙지 못하다.
지금 건설하고 있는 고속전철사업을 보면서도 비슷한 실망스런 기분을
나는 갖고 있다.
전동차를 제작하는 현대나, 대우나, 한진이 일찍부터 기술개발을 해왔으면
아마 지금쯤 한국형 고속철도를 개발했거나 아니면 기술도입이라도 했을
것이다. 그러나 한국업체들간에 벌어져야 할 경쟁이 일본 독일 프랑스등
외국업체의 경쟁으로 돌려지고 한국업체들은 "서로 안 죽기" 담합을 한
것이다.
그래서 지급은 서로 프랑스회사에 추파를 보내는 신세가 되어 주간사회사
마저 없는 모호한 상태가 되어 버렸다. 기술개발 경쟁보다 나눠먹는 담합에
더 신경을 썼던 것이다.
경쟁력을 강화해야 할 이때 왜 우리는 경쟁을 두려워 하는가. 경쟁없는
사회는 하향평준화의 길을 가게 마련이다. 조직에 있어서 부패보다도 더
무서운 병은 안일과 타협이다. 우리의 체질을 경쟁으로 단련시키고 키워야
할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