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사부의 이번 약사법 시행령 및 시행규칙개정(안)은 한의사와 약사,
양쪽 주장을 일부분씩 수용한 절충안으로 볼 수 있다.

한약취급약사의 한약조제시험과목을 본초학등 한약조제의 기초 4과목
으로 정해 비교적 시험과목을 줄여준 것은 보사부가 약사들의 의견을
대부분 들어준 것이다.

대한약사회는 약사국가시험에 이미 합격했고 기득권인정 차원에서 시험을
치르는 만큼 시험과목을 1~2개로 해줄 것을 요구한 반면 대한한의사협회는
필기시험과목은 10여개로, 한약재감별시험은 2백여종으로 해야 한다고
주장했었다.

이와함께 약사와 앞으로 배출될 한약사가 한의사의 처방전 없이 조제할
수있는 한약처방범위를 1백처방이내로 한정한 부분은 한의사들의 주장을
거의 수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보사부는 지난해말 약사법을 입법예고하면서 한약취급약사의 한약조제
범위를 50~1백 처방으로 할 방침이었다.

이에대해 약사회가 처방범위를 더 넓히도록 요구했고 한의사협회는 개정
약사법의 정신을 살려 방침의 최소단위인 50여범위로 하자고 맞섰었다.

결국 보사부는 1백처방으로 결론냈다. 한방의 처방범위는 학술이론적으론
2천~3천여가지에 이르나 실제 4백~5백여가지이면 웬만한 질병에 대한
처방이 가능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했다.

특히 시중에서 처방이 일반화된 것은 50~70여가지에 불과, 이번에 정한
1백처방으로도 약사들이 한약조제영업을 충분히 할수 있다는게 보사부
설명이다.

하지만 보사부의 이번 발표에도 불구, 한의사와 약사들의 한.약파동
재연조짐이 완전히 가신 것은 아니다.

신설될 한약학과를 어느 단과대에 두는 지를 놓고 한의사들과 약사들이
서로 자기네 단과대에 두자고 첨예한 이해대립을 보여왔다. 보사부는
이문제를 교육부와 대학측에 떠넘겨 앞으로 이 결정과정에서의 분쟁의
불씨가 남아 있는 셈이다.

특히 대한약사회는 이날 보사부 발표에 대해 "한약사의 대학이수과목
20개중 한약약리학 등 3개는 학문성이 모자라며 교수요원도 없는데다
약대의 일부과목과 중복되는등 문제가 많다"고 성명서를 통해 즉각
반박에 나섰다.

이는 이수과목을 줄여 한약학과를 약대쪽으로 편입하려는 의도로 풀이할
수 있다. 약사회는 또 "약사들에게 한의사와 달리 한약재 감별실기시험을
보게 하는 것도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한의사들도 이날 "약사의 한약조제시험 과목이 너무 적어 앞으로 배출될
한약사와 형평에 맞지 않고 한약사등의 수급조절등에 관해 아무런 언급이
없다"며 강력히 이의를 제기했다.

또 "개정안은 약사의 한약조제시험과목으로 본초학 방제학등을 제시하고
있으나 이는 한약조제를 위해 필요한 최소 요건"이라며 "한약조제약사가
앞으로 배출될 한약사와 동등한 자격을 가짐에도 불구하고 이처럼
최소한의 검증만으로 막대한 권능을 갖도록 하는 것은 엄청난 특혜"라고
지적, 조만간 하위법개정안에 대한 공식입장을 보사부에 전달할 방침
이라고 덧붙였다.

<정구학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