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봉제를 도입하는 기업들이 늘어나고 있다.

두산그룹이 올해초부터 과장급이상 관리직사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를
도입한데 이어 일진그룹은 통신기술연구소 연구원들에게 적용해온 연봉제를
전계열사 관리직사원들로 확대했다. 삼성물산도 에스에스패션사업부의
디자이너등 전문직에 한해 연봉제를 실시하는등 많은 기업들이 이제도
도입을 추진중이다.

연봉제는 종업원들에 대한 임금을 연간단위로 계산해 지급하는 형태다.
국내기업들의 연봉제도입은 형태상으로만 보면 일 또는 월단위로 계산해온
임금을 연간단위로 바꾼것에 불과하다. 그러나 임금자체가 종업원들에 대한
효과적인 관리수단이 될뿐만아니라 근무실적을 평가한다는 점에서 연봉제
도입은 기존의 임금체계까지 변화시킬 것이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프로선수들이 구단측과 매년 갖는 연봉협상에서 보여지듯 연봉제는 업무
실적에 대한 평가를 바탕으로 임금액을 결정한다. 생산직근로자들을 중심
으로 적용되고 있는 시간임금제는 대량생산체제하에서 "노동의 양"을 평가
하지만 연봉제는 실질적인 경영성과를 낳는 "노동의 질"을 중시한다. 시간
임금제는 추가근무시간에 따라 수당을 더 받는 반면 연봉제는 기대이상의
성과를 달성해야 더많은 연봉을 받게된다.

관리직 사무직등 시간단위로 업무성과를 평가하기 어려운 직종의 경우
종업원들은 연공서열위주로 일정한 임금을 받아왔다. 그러나 연봉제가
실시되면 이분야 근로자들도 업무성과에 따른 임금을 받게된다.

연봉제는 개인의 능력과 성과에 따라 임금을 차등지급한다는 점에서 일단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다. 회사는 종업원의 능력발휘를 촉진시켜 경영
성과를 높일수 있고 종업원은 많이 일한만큼 임금을 많이 받을수 있다.

그러나 화이트컬러와 블루컬러에 대한 사회적인 차별이 잔존해 있는 상황
에서 연봉제도입은 시기적으로 빠르다는 견해도 있다. 많은 기업들이
관리직과 전문직사원들을 대상으로 연봉제도입을 추진하고 있어 시간제임금
을 받고있는 생산직근로자들의 상대적인 박탈감이 심화될 것이란 지적이다.
시급제 일급제 월급제 연봉제등 4개의 임금형태가 혼재돼 있는 상황에서
연봉제가 합리적 측면보다는 신분차별의 이미지가 더 강하게 부각될수 있다
는 우려때문이다.

또 업무수행능력을 객관적으로 평가하기가 쉽지 않다는 것도 연봉제도입의
장애요인으로 평가되고 있다. 근로자들이 받아들일수 있는 평가기준을 마련
하고 합리적으로 운용될수 있는 토대가 마련되야 한다는 것이다.

연봉제를 도입하기에 앞서 연공서열위주의 임금체제를 능력급 직능급
등으로 바꾸는게 시급하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연공급 능력급등 임금
체계를 정비한후 임금지급형태(시급제 월급제 연봉제등)를 손대는 것이
올바른 순서라는 얘기다.

생산성본부 김현석선임연구원은 "능력위주의 신임금체계가 갖춰지지 않은
상태에서 임금형태를 바꾸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며 임금등을 포함한
신인사제도를 먼저 수립해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현승윤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