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병호계리인실과장은 요즘 직장인의 과로사에 대한 자료수집으로 눈코
뜰새없이 바빴다. 생명보험업계의 새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는 직장인대상의
단체보험신상품을 만들기 위한 사전준비작업때문이다.

"1달가까이 뛰어다녀 봤지만 직장인과로사에 대한 연구등을 담당하는
공식기관은 국내에 한군데도 없어 놀라웠다"는 천과장은 수소문끝에 노동
문제를 연구하는 재야단체에서 우리나라와 일본의 과로사현황 등 관련자료
를 얻었다고 말했다.

관련자료가 입수되자 상품개발작업은 급진전됐다. 과로사한 직장인의 87%
가 심장질환 뇌혈관질환 간질환등 3대질환으로 숨졌으며 나머지 13%는
아직 정확한 사망원인이 밝혀지지 않고있다는 사실을 감안해 4가지 유형
의 상품초안을 만들었다.

지난4월초 일선에서 뛰고있는 50명의 영업관리자들로 구성된 상품개발역
과의 회의에서 이상품초안들을 놓고 난상토론이 벌어졌다.

"사무직 근로자들은 정액수입으로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으며 보험에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있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윤충로 서울 강남영업국장)

"고학력인 까닭에 금리등 수익면을 따져 보험보단 다른 저축수단이 유리
하다고 생각하는 층이 의외로 많다 월보험료를 가급적 낮춰 봉급생활자인
사무직의 부담을 덜어주는게 바람직하다"(송수행영업관리부 과장)

보험설계사가 공략하기가 가장 어렵다고 생각되는 직장인 그중에서도
화이트컬러층을 겨냥한 단체보험은 이같은 의견들을 최대공약수로 모으는
4시간여의 산고를 겪으면서 구체화됐다.

월4-5만원대의 보험료로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나타난 3대질환을 중점
보장하고 만기시 납입보험료의 50%를 되돌려주는 국내최초의 과로사 중점
보장보험이 조만간 등장하게 될 전망이다.

한덕의 상품특화전략은 작년10월 선보인 한평생설계보험에서 잘 드러
난다. 상품이름에서도 알수있듯 이보험은 가입자의 인생주기에 따라
필요한 각종 자금을 보장해주는 양로보험.

본래 국내보험시장에서 양로보험이 차지하는 위치는 어정쩡하다. 최근
각광받고 있는 연금보험과 기능이 중첩되고 3-5년에 끝나는 단기저축성
보험처럼 수익률이 높은 것도 아니다.

전체시장에서의 포지셔닝이 갖는 취약점을 보완하기 위해 한덕은 남성과
여성의 보장내용을 달리하는 성차별화기법을 도입하고 급부내용에 따라
보험료를 차등화하는 가격정책을 택했다.

일반적인 보험상품은 나이가 먹을수록 보험료가 비싸지지만 한평생설계
보험은 앞으로 받을 보장급부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진다. 고연령으로
갈수록 불리해지는 기존상품의 단점을 없앤 것이다.

예컨데 2천만원짜리 이보험(55세납 주보험기준)에 들려면 25세 여성은
월7만4천8백원을 내야하나 26세는 6만9천2백원의 보험료를 내도록 되어
있다.

26세에 가입하면 출산준비자금을 받을수 없기 때문에 그만큼 보험료를
덜 받아야 한다는 얘기다.

특히 여성만의 보험욕구에 촛점을 맞춰 23세 허니문자금 25세때 출산자금
33세 부부사랑자금이 지급되고 가정생활이 안정되는 40대에 들어서면
40세와 43세에 자기계발자금을 보장하는 새로운 상품을 개발했다.

또 46세가 되면 건강관리자금을, 49세와 52세에는 취미생활자금을 준다.
여성의 사회진출이 급진전되는 현실을 감안한 전생애 보장보험인 셈이다.

철저한 대상고객의 세분화를 통해 양로보험성격을 띤 한평생설계보험은
매월 2천여건 6백억원대의 신계약고를 기록, 개인보험상품중 랭킹3위의
자리를 지키는 인기상품으로 자리잡아가고 있다.

발상의 전환을 통한 상품특화전략은 반드시 성공한 것만은 아니다.

보험료납입방식을 계약체결당시 정한 금액을 만기시까지 내는 평준보험료
방식이 아니라 소득수준 향상에 맞춰 점점 많이 내도록 하는 체증식을
선택한 자유설계연금보험은 시판초 반짝경기를 타다 이내 실패로 끝났다.

계약초기 가입자의 보험료부담을 덜어주고 보험의 최대천적인 인플레로
인한 가치하락을 최소화하기 위해 도입한 체증납입방식은 설계사의 인식
부족과 복잡한 수당체제로 실제 시장에서 먹혀들어 가지 않았다고 신현수
계리인실장은 말했다.

한덕의 상품특화전략은 어쩌면 출범5년째를 맞이하는 신설생보사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불가피한 선택일는지 모른다.

설계사를 5만-6만명을 거느린 기존대형사에 비해 10분의 1밖에 안되는
영업조직의 열세를 카바하기 위한 처방으로는 상품에서의 경쟁력을 기르는
일 밖에 없다.

흔히 보험사 경영은 조직과 상품으로 판가름난다는게 정설로 받아들여
지고 있다. 조직을 늘리려면 시간도 많이 걸리고 투자부담도 꽤 크다.
반면 아이디어싸움인 상품개발은 노력여하에 따라 기존사보다 앞설수있다.

그래서 상품개발의 산실인 보험계리인실은 하루에도 몇번씩 회의를
갖는다. 그렇다고 딱딱한 분위기가 연출되는게 아니라 요즘 이슈가 되고
있는 경제 사회문제에 대해 자신들의 의견을 내놓고 주위사람과 나눈 대화
를 털어놓는 극히 자유스런 회의다.

보험이 우리생활과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듯이 자신들의 가족 친지와
직장동료들은 상품개발의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소중한 모니터요원이라고
생각하고 있다.

새롭게 부각되는 틈새시장을 특화상품으로 승부를 걸어도 치열한 경쟁
시대를 맞고 있는 국내생보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구축하고 성장을
해나갈수 있다는 한덕의 기본 경영방침은 이회사가 이미 일류로 가는
길목에 들어섰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