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여자 이야기"는 남편과 자식을 위해 고단한 삶을 살아온 우리 어머니의
얘기다.

진부하고 촌스러운 소재를 감동적인 영상으로 만들어낸 구성과 연출력이
인상적인 작품이다. 금년 제32회 대종상영화제 작품상수상작.

6.25직후의 남도해안마을. 아이를 갖지 못하는 영순(김서라)과 동생을
공부시키기 위해 후처로 들어온 경자(윤유선)는 남편(정동환)을 두고
사랑싸움을 벌인다.

벌판에서 한바탕 머리채를 휘어잡기도 한다. 그러나 차츰 서로의 불쌍한
처지를 이해하며 둘은 친구가 된다. 어느날 남편과 다툰 경자의 동생이
열차에 치어죽고 빚을 갚기위해 외항선을 탓던 남편도 실종되자 두 여자는
남자없는 집안을 꾸려가게 된다.

남편에게 사랑받던 추억을 잊지 못하는 경자는 동네사진사를 따라 야반
도주하고 혼자남은 영순은 경자가 남긴 어린아들 상민을 기르며 빚더미를
안고 살아간다.

세월이 흘러 경자가 선창가술집을 전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들은 영순은
경자를 데려온다. 들판 언덕위 나무밑에 앉아 상민을 기다리는 두여자.

경자는 영순이 건네준 남편의 일기장을 읽고 남편이 영순못지 않게 자신도
사랑했음을 알고 하염없이 눈물을 흘린다.

단편영화 "백일몽" "한여름낮의 꿈" 극영화 "부활의 꿈"등을 통해 연출력
을 인정받아온 이정국감독은 이 영화에서 롱테이크(장시간촬영), 원씬원캇
(1scene,1 cut)등의 영화기법을 과감히 사용했다.

보통의 영화들이 6백~7백 컷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이 영화에는 총 2백
66컷이 담겨있다. 그만큼 장면전환이 느리고 카메라가 열린채 고정된 장면이
많다. 롱테이크는 관객을 지루하게 만들기 쉬운 위험한 기법이기도하다.

이 영화를 통해 서정적리얼리즘을 보여주려 했다는 이감독의 시도는
성공적으로 보인다. "있는 그대로를 여과없이" 보여 주려한 의도가
연기자들의 세련된 연기로 현실화됐다.

김서라 윤유선 남수정 세여인이 술마시며 노래부르는 7분여의 장면은 우리
영화사상 최장의 롱테이크이다. 전남 보성군 조성평야와 승주군 낙안마을
에서 대부분 촬영됐다. 눈부시게 밝은 햇빛과 함께 호남의 평야와 해안풍광
이 제대로 담겨있다.

(고려영화사제작.23일 단성사개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