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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해외건설업체들은 작년에 총수주고 1천억달러를 돌파했다. 해외건설
수주 1천억달러. 그것은 현장의 사나이들만 가질수 있는 불굴의 투지, 무모
에 가까운 도전과 피와 땀의 산물이다.

그 노정엔 숱한 애환과 에피소드들이 신화처럼 남아있다. 사막과 정글과
산악에서 한국인 건설전사들이 남긴 해외건설의 이면사를 소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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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동에서 공사를 수주하기 위해 모슬렘 교도로 변신한 건설전사들도
있었다.

동부건설(당시 미륭건설)은 81년4월 이슬라믹 올림픽개회를 앞두고 사우디
가 발주한 막카스포츠시티공사를 시공중이었다. 그러나 계약체계가 유럽식
이었던 탓으로 동부건설은 공정을 제대로 습득하지 못해 독일업체에 공사를
넘겨야 하는 상황에 몰려 버렸다. 자칫 잘못하면 막카공사뿐만 아니라
사우디에서 더이상 추가공사를 바라볼수 없게 되는 절대절명의 위기였다.

이 현장을 이끌고 있던 홍관의씨는 발주처를 설득하기위해 동분서주하던중
마침 주감독관이 막카시내의 노부모집을 재단장한다는 천재일우의 기회를
접할수 있었다. 즉시 개축을 실비에 해주겠다고 제의, 가까스로 승낙을
얻어냈으나 뜻하지 않은 문제에 봉착했다.

개축할 집이 막카시내에 있어 모슬렘교도가 아닌 한국인은 출입할수가
없었다. 고심끝에 공사투입인력이 모슬렘교도로 변신키로 하는 기상천외한
발상이 채택됐다.

일부는 본국 휴가기간을 이용해 서울한남동 모스크에 나가 교리교육을
이수하고 세례를 받았다. 나머지 인력은 사우디 지다의 한국인 이맘(주임
목사)으로부터 교육을 받아 모슬렘인 증명서를 어렵사리 얻어낼수 있었다.
이렇게 급조된 모슬렘공사팀은 주감독관의 부모집을 개축할수 있게 됐고
서울본사는 주감독관을 초청, 칙사대접을 했다.

그에게 친숙감을 주기위해 국내현장 시찰땐 직원들이 전통아랍복장에
슬리퍼를 신고 도열, 환영분위기를 돋우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다.

감독관 부모집 개축공사장에 투입된 근로자들은 날마다 5차례씩 모스크에서
살라(기도)를 해야 했고 라마단(금식기간) 한달동안엔 주위눈치를 보며
숨어서 식사를 해야했다.

이같은 천신만고, 몸을 던지는 로비와 설득작업끝에 동부건설은
막카스포츠시티공사를 무난히 끝낼수 있었다.

<>.중동건설 시장개척에는 강원도 매까지 한몫을 했었다.

78년봄 어느날 주사우디한국대사관의 건설관 허재영씨에게 사우디도시
지방성의 마지드장관으로부터 전화가 걸려왔다.

그가 한국을 다녀온후 형인 칼리드 국왕에게 귀국보고를 했더니 한국의
매에 대해 지대한 관심을 표시하더라는 것이었다. 그러니 한국산 매를
구할수 없겠냐는 것이 마지드장관의 전화요지였다. 허재영씨는 즉시 서울
에다 "사우디 국왕 한국산 매 사육 희망, 조속조치 요망"이라고 타전했다.
매 수배와 송출을 놓고 청와대까지 나서게 됐고 당시 신형식건설부장관이
책임을 맡게됐다. 건설부는 신문에다 "매 급구"라는 긴급광고를 내고
창경원의 동물원등 생각이 닿는데라면 어디든 수소문을 했다.

그러나 매, 특히 칼리드국왕이 원하는 사냥매를 구하기란 쉬운일이
아니었다.

매를 못구해 노심초사하던 신장관에게 마침 건설부지방청회의에 참석했던
원주청장이 훈련된 사냥매를 구할수 있다고 보고했다. 부리나케 서둘러 그
매를 사우디로 송출하려는데 김포세관에서 제동이 걸렸다.

조수보호및 수류에 관한 법률상 매는 출국금지대상이었던것. 긴급관계기관
대책회의 끝에 결국 김포를 통해 매를 내보내되 세관장은 모르는척 하기로
했다. 사우디건설관 허재영씨는 그해 6월10일 오전7시 눈 빠지게 기다리던
한국산 매를 지다공항에서 인수했다.

허건설관은 10시발 리야드행 비행기를 타려고했으나 공항직원에게 걸렸다.
사우디관계법상 매는 비행기탑승을 못하게 돼있다는 얘기였다. 그러나
"칼리드국왕께 진상할 매"라는 한마디에 특별리무진버스까지 동원하고 매를
비행기까지 모셨다. 그날 오후5시 사우디왕궁에서 매를 전달받은 칼리드
국왕은 "내가 좋아하는 매를 보내준 한국정부에 진심으로 감사한다"고
말했다.

마침 그 자리에는 황태자를 비롯하여 22명의 각료들이 국무회의 참석차
대기중이었다.

매선물의 효험은 의외로 컸다. 몇달뒤 건설장관이 일정없이 사우디를
방문, 급하게 국왕알현을 신청했는데 이례적으로 즉시 수락되었다.

<>.74년 회교의 성지순례기간인 하지가 시작되는 12월20일을 40여일 앞두고
삼환기업이 시공중이던 사우디 지다시 미화공사장에는 날벼락같은 발주처의
요청이 날아들었다. 지다공항에서 성지메카쪽으로 향하는 2km의 공항로
확장공사를 40일이내에 완공시켜 달라는 내용이었다.

사우디진출초기 아직 확고한 시장기반을 닦지 못하고 있던 삼환기업으로선
무슨수를 써서라도 발주처의 요구에 응해야만 했다. 일단 OK해놓고 나자
그때부터 고민이 시작됐다.

상식에 비추어 아무리 돌관작업으로 밀어붙여도 2km의 도로를 40일에
확장하기란 불가능했다. 3일간 밤을 지새는 대책회의끝에 삼환기술진은
"8시간 3교대 24시간 계속공사"라는 초비상에 돌입키로 했다.

장비 인력이 모두 투입되고 가로등도 없는 도로공사장엔 횃불을 밝혀 장장
2km의 불야성을 이뤘다. 그러던 어느날 외국방문후 야간에 지다공항에 내린
파이잘 사우디국왕이 이 광경을 목격하게 됐다.

국왕은 그자리에서 지다시 미화2차공사도 삼환에 주라는 특명을 내렸다.
그 공사는 수의계약으로 삼환에 돌아갔다.

국왕이 공사장을 목격하게된 것은 평소 한국인의 성실과 근면을 높이
평가해온 모하메드 사이드 하산 화시 지다시장이 자신의 시정추진력도
과시할겸 일부러 국왕일행이 공사장옆을 지나가도록 행차길을 조정해 놓았기
때문이었다.

<>.80년5월 이란의 테헤란인터컨티넨털호텔에선 신화건설과 공사발주자인
NPC(이란국영석유회사)간에 최종상담이 벌어지고 있었다.

이란측은 최종도급금액을 깎기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었다. 그날 합의를
보지 못하면 공사를 취소하고 신화측이 낸 은행지불보증을 돌려서 보상하게
하고 대표단출국을 못하게 하겠다는등 거의 협박조였다.

그 와중에 느닷없이 최상남당시 신화건설측 대표는 "여러분 당나귀를
아십니까. 당나귀는 유난히 큰 귀와 큰 <><>을 갖고 있습니다. 그런데
당나귀의 상징인 큰 귀와 <><>을 잘라낸다면 당나귀의 몰골이 어떻게
되겠습니까.

당신네들은 우리가 제시한 견적서에서 중요한 부분을 다깎아버려 마치
귀떼고 <><>을 뗀 당나귀꼴로 만들려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죽어도
그렇게는 못합니다"

험악하던 회의장엔 순간 폭소가 터져나왔고 분위기가 부드러워졌다.

이후 신화측의 요구는 거의 1백% 이란측에서 받아들였다.

최상남씨는 코너에 몰린 절대불리한 상담에서 찰나의 기지를 발휘, 상황을
역전시켰던 것이다.

<>.건설현장엔 미신과 터부도 많다. 완성된 입찰서류를 방바닥에 펼쳐놓고
중역부터 순서대로 전직원이 밟고 지나가도록 하는 것은 낙찰을 기원하는
신성한 의식의 하나다.

회사의 명운을 좌우하는 큰 입찰을 준비하는 응찰팀의 마음은 마치 옥동자
를 기원하는 부녀자의 그것처럼 숙연해지는 것이다.

또 서류뭉치를 싸놓고는 1주일동안 목욕도 안한 몸으로 그위를 깔아
뭉개기도 한다. 입찰일을 보름정도 앞두게 되면 이발 면도 목욕 모두 금기
이다.

복과 비밀이 새나가는것을 막는다면서 입찰 보름전부터 숙소겸 준비사무실
에서 아무도 나가지 못하게 한다. 식사도 배달해 먹고 식기도 내보내지 않고
쌓아둔다. 열사의 사막에서도 이런 미신과 터부를 지켰으니 응찰팀의 위생
상태는 한마디로 엉망이었다. 그러나 당시 그들은 그런행위를 미신이나
터부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회교율법을 원리원칙대로 지키기로 소문난 모슬렘교의 종가 사우디
아라비아.

스트레스를 해소할 곳도 수단도 원천봉쇄된 이곳에서 한국인 근로자들은
술과 보신탕까지 즐길수 있는 기상천외한 발상을 짜냈고 이를 실천에
옮겼다.

사우디사막엔 곳곳에 야생개들이 무리지어 다니고 있었다. 한국인근로자들
이 일하는 공사장인근엔 공사가 진행될수록 공기에 비례해서 야생개들이
점점 줄어들었다. 현장 주방이나 쓰레기통에 접근하는 개들을 우리
근로자들이 닥치는대로 잡아 먹어 버렸기 때문.

보신탕을 끓이는 과정도 잡는조 양념조 끓이는조로 하도급(?)체제를
이뤘다.

보신탕엔 으레 따르게 마련인 술. 이 술문제도 식사후 제공되는 후식용
과일을 모아 두었다가 빈 기름통에 설탕과 함께 넣어 빵구울때 쓰는
이스트로 발효시키면 해결됐다.

<이동우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