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스톤(미텍사수주)=김흥구기자연착)

휴스톤의 로킨바GC(파72.6879야드)는 괴상한 골프장이다. 이곳은 없는게
많다. 우선 정문이나 클럽하우스에 "로킨바GC"라는 간판이 전혀 붙어 있지
않다.

또 골프장내에 여자는 그림자도 볼수 없고 티타임도 없다.

로킨바에서의 "GOLF"는 "Gentlemans Only, Ladies Forbidden"의 약자를
의미한다.

종업원중에도 여자는 없으며 혹시라도 남편을 골프장에 태워다줄 경우라도
정문앞에서 남편을 내려주고 되돌아 가야 한다. 미국에 여성이 라운드 할수
없는 골프장은 몇군데 되지만 정문조차 못들어 오는 골프장은 로킨바가
유일하지 않을까 한다.

미국과 같은 평등사회,여권신장의 나라에서 이같은 골프장 방침은 자연히
논란을 불러 일으키게 마련. 간판이 없는것은 바로 그점을 의식, "우리방식
대로 조용히 살테니 그냥 내버려 둬 달라"는 뜻이다.

티타임이 없는것은 "회원 맘대로"를 의미한다. 회원수는 225명인데 그중
실제 정규적으로 골프를 치는 회원은 80명 정도이다. 물론 정통 프라이비트
골프장이기 때문에 회원동반 없는 라운드는 꿈도 못꾼다. 80명이 매일
나오는게 아니니 코스는 거의 텅 비다시피한다. 그러니 티타임이 무슨 필요
가 있겠는가. 골프장에 와서 아무때나 티 꽂고 나가면 되는데 십중팔구
앞뒤팀 구경조차 할수 없다. 회원들은 한명이 쳐도 되고 10명이 한꺼번에
쳐도 된다. 말 그대로 회원 천국인 셈이다.

부시 전미국대통령도 이곳 회원이라 한다. 그러나 그보다 유명한 인물은
이곳 헤드프로인 부치 하몬이다. 부치하몬은 1948년 매스터즈챔피언인
클로드하몬의 아들인데 그가 바로 그레그노먼(호주)의 선생이다.

백스윙을 줄이고 스탠스를 약간 넓히는등 현재 노먼의 컴팩트한 스윙을
만들어 낸 장본인이 바로 부치하몬.

노먼은 하몬으로부터 교습을 받기 시작한후 93년 전영오픈을 제패, 하몬의
성가를 높였다.

한국경제신문에 "이야기골프"를 쓴바있는 배석우씨의 소개로 지난 12일
만난 하몬은 표정이 그리 밝지 못했다. 그도 그럴것이 이번 매스터즈에서
2라운드후 우승확률이 무려 50%까지 점쳐졌던 노먼이 3,4라운드 부진으로
추락한게 꽤 아쉬웠던 모양이다.

간단히 노먼 부진의 요인을 묻자 어개를 으쓱하며 다음과 같은 답변이
돌아왔다.

"노먼의 스윙은 요즘 최고이다. 그러나 좋은 스윙만으로 메이저우승을
할수는 없다. 올라사발의 운이 그걸 얘기한다. 2라운드후 매스컴등 외부로
부터의 압박감, 또 노먼 자신이 자신에게 가하는 압박감등이 퍼팅부조로
연결된것 같다" 잭 니클로스가 디자인한 좋은 코스를 가지고도 그들 나름
대로의 골프만을 추구하는 로킨바GC. 이 골프장은 하몬과 같은 인물의 존재
로 최근 외부에 알려지기 시작했다. 요즘엔 하몬으로부터 교습을 받으려는
"거물"들로 붐비는 경향인데 붐벼봤자 한국골퍼의 눈에는 언제나 텅 비어
있는 느낌이다.

로킨바와 같은 스타일을 "좋다, 나쁘다" 단언 할수는 없다. 로킨바GC는
미국골프의 다양함, 미국사회의 다양함을 의미 할뿐이다. 그런면에서 말도
많고 탈도 많은 한국골프, 한국골퍼들은 극히 작은 "골프의 세계"에 살고
있는 것이 확실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