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원의 나라 스위스가 공작기계분야의 다크호스라는 것을 아는 이는 많지
않을 것이다. 취리히공항에서 자동차로 1시간 거리에 위치한 소도시 솔로툰.
이곳에 있는 비스트로닉레이저사는 레이저가공기메이커. 종업원 1백50명의
중견기업이지만 연간 6천억원규모의 세계레이저가공기시장에서 선두를 다투
는 다크호스이다.

공장주위를 둘러봐도 푸른색만 보이는 한적한 시골에 묻혀있는 비스트로닉
사. 이회사의 강점은 어디에서 오는 것일까. 스위스공작기계업체의 경쟁력
은 어디서 오는 것일까. 힘은 장인정신에서 묻어나온다.

하나를 만들더라도 건성이 용납되지않는다. 회사는 한시대를 풍미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아닌 것이다. "기계한대를 팔기위해 무리한 마케팅
전략을 쓰지않는다. 좋은 제품을 개발했어도 사후관리(AS)가 곤란하면
판매를 유보한다"(줌스타인회장) 비스트로닉레이저사의 모체는 지난 67년
설립된 비스트로닉사. 유리가공기메이커인 비스트로닉사의 노하우를 살려
81년 레이저쪽에 신규 진출한 것. 비스트로닉이 레이저분야에서 강점을
나타낼 수있는 것은 그 나름대로의 장인정신을 구체화시킨데서 비롯된다.
연구개발(R&D)과 AS분야에서 강점이 엿보인다.

이회사는 하드웨어와 소프트웨어분야에 R&D인력이 따로있다. 회사의 머리
역할을 담당하는 R&D팀은 스위스는 물론 인근의 독일 오스트리아등지에서
스카우트한다. R&D팀 팀장은 레이저분야에서 세계적으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에른하트박사. 좋은 회사라는 평판이 들리면 회사규모와 상관없이
우수인재를 구하는 것이 그리 어렵지 않다고 회사관계자는 말한다. 우리
나라와 영 딴판이다.

AS분야는 줌스테인회장의 말대로 그야말로 마케팅의 핵심이나 다름없다.
비스트로닉은 미국 독일 이탈리아 프랑스등에 현지판매법인을 두고있다.
우리나라에도 (주)한광과 기술제휴,생산노하우제공과 아시아지역 AS를
전담케하고 있다. 시장진입에 앞서 AS를 위한 현지법인을 세운다. 수요
업체와의 긴밀한 관계는 고장부문을 고치는 차원을 넘어서 "신세대기계"
탄생의 전주곡이 된다는생각이 밑바닥에 깔려있다. 수요자의 잇따른 개선
요구에 부응하다 보면 자연히제품력을 향상시킬수있다는 판단인 것이다.
주요부품의 여분을 확보해 수요업체의 "긴급수혈"요청에 빠른 답을 제시
한다. 이런 시스템이 이회사가 강조하는AS마인드다.

부르그시에 있는 절곡기메이커 해밀레사. 이회사가 AS를 강조하기도
마찬가지이다. 퀼리커부사장은 한국시장에서 오퍼가 몇번 들어왔지만
AS체제가 없어서 "사양"했다고 소개한다. 제품을 팔기만 하면 그만이라는
생각이 스위스공작기계업체들에게는 없어보인다.

줌스테인 비스트로닉회장은 "스위스의 공작기계는 고도의 정밀성과
내구성을갖는다"고 말한다. 그뿌리는 장인정신과 R&D능력에서 나온다는
설명도 잊지않는다. 흔히 맥가이버칼로 알려진 다용도 칼의 원조는
스위스다. 그 뿌리가 기계를 만드는 기계,공작기계분야의 강점에서 출발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