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번 송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연구위원.경제학> **

지난3월31일자 "한경"에 실린 일본 노무라연구소의 정책 연구센터부장인
후쿠시마 가요히코씨의 "일 기업의 도전"에 관한 글을 읽고 몇가지 간과한
사실을 지적하고자 한다.

후쿠시마씨의 글은 일본경제와 미.일무역관계의 진정한 문제점을 직시하지
못하고 있는 듯하다. 미.일 무역불균형의 가장 기본적인 이유는 미국의
저축률이 너무 낮은 반면에 일본의 저축률은 너무 높기 때문임을 알아야
한다. 일본의 저축률이 높다는 얘기는 일본인의 소비가 소득에 비해 너무
낮다는 뜻으로 그만큼 미국으로부터의 수입이 적어 경상수지흑자를 계속
내는 것이다. 후쿠시마씨는 미.일무역 개선대책으로 일본의 저축률을
낮추고 소비를 높여 경상수지흑자를 없애버려야한다는 많은 일본식자들의
주장을 언급하지 않고 있다.

데이비드 흄이라는 경제학자가 200여년 전에 우리에게 가르쳐 준 바와
같이 한 나라가 무역흑자를 갖게 되면 그 나라의 소득과 물가가 올라가서
수입이 늘고 수출이 줄어 무역흑자가 장기적으로는 자동적으로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세계무역질서인데 일본은 이러한 과정을 자의적 행동으로
방지하고 있다. 무역흑자가 늘면 소득과 소비가 늘어 수입 또한 높도록
되어있는 것을 높은 저축률,즉 낮은 소비율로 방지하고 있으며 무역흑자가
늘어 물가가 올라가는 것을 인플레 걱정이 거의 없음에도 불구, 긴축금융
정책으로 계속 억제하고 있다. 이것이 세계무역질서를 저해하고 있는 것
이다.

후쿠시마씨는 미국이 자국의 제품과 서비스수출을 늘리기위해 상대방의
상황을 무시하고 있다고 강조하고 있다. 그 일례로 수입에 "수치목표"
설정을 강요하고 있다고 지적하면서 우루과이라운드 체결의 결과로 기대
됐던 세계무역확대가 그들의 강압적 자세로 벌써부터 커다란 곤란에 직면
하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분석도 옳지 않다. 세계무역의 확대에 가장
큰 걸림돌이 되고있는 것은 미국의 시장개방요구가 아니라 일본의 계속된
대규모 무역흑자이다. 일본이 제대로 수입을 하지않고 있는데서 오는 문제
이다.

1인당 전체 수입액을 볼때 독일 프랑스 영국은 90년에 4,000달러를
넘었으며 이탈리아는 3,160달러였는데 일본은 1,900달러밖에 되지않고
있다.

일본의 수입이 늘지않는 이유는 일본국민의 소비율이 낮다는 것 외에
타국제품에 대해 의구심이 많은 일본소비자들의 특성에서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이 외국상품에 대해 의구심을 품는 일본 소비자의 특성은 관세율이
낮아지거나 엔화 절상이 된다고 하여 쉽게 깨어질수 있는 성질이 아니다.

미국이 "수치목표"내지 "객관적 지수"를 강력히 요구하고 있는점도 바로
이러한 일본 소비자의 태도에 대한 환멸에 근거를 두고있다고 볼수있다.

백방의 방책을 모두 동원하여도 일본의 수입비율은 요지부동이기에 나온
궁여지책으로 생각된다. 문제점이 소비자의 습관에 있다면 시장원리에
다소 맞지 않는 방법을 써서라도 일본소비자가 미국등의 외국제품을
사용할수 있는 기회를 줌으로써 외국제품에 대한 일본인의 편견을 바꾸는
것이 유익하다고 생각된다.

후쿠시마씨는 또 수입 "수치목표"설정의 조치가 미국의 강압적인 일방적
요구임에도 불구,일본이 타협에 의한 해결을 지향키 위해 쌍방에 수용할수
있는 형태로 타결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주장했는데 이는 사실과 전혀
다르다.

일본정부가 수용의 방향으로 급전한 것은 포괄경제협상 결렬후 엔화가
급상승,일본 경제인들이 위기를 느껴 협상타결에 대한 압력을 가했기 때문
이다.

후쿠시마씨의 아시아경제협력체제에 대한 구상도 납득하기 어렵다.

문제는 미국에 막대한 수출을 하고 있는 일본이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지역
경제 결속에 과연 적극적으로 나설수 있는 위치에 있는가 하는 것이다.

일본 경제의 큰 희생을 감수할 각오가 되어 있지 않은 상태에서 일본이
미국을 제외한 아시아 경제협력체제를 주장하는 것은 감언이설이라고 하지
않을 수 없으며 미국으로부터의 시장개방압력을 피하기 위해 일시적으로
아시아 제국을 이용할 의도라고 볼수 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