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킹 컴퓨터 마케팅시대"

영업일선을 뛰는 보험설계사의 가방에 손바닥보다 약간 큰 휴대용 PC가
자리를 잡아감에 따라 생겨난 신조어이다.

보험회사들이 본사전산시스템 구축에 이어 전국 방방곡곡을 누비는 설계사
에게까지 컴퓨터의 바람은 거세게 불고 있다.

이달초 회사원 정모씨(30)는 삼성생명 서부영업소소속 설계사인 임혜숙씨
를 만나 깜작 놀랐다. 평소 가입하고 싶었던 암보험에 대해 물어보니 가방
에서 전자계산기보다 조금 큰 휴대용컴퓨터를 꺼내 보장내용과 매월 내야
하는 보험료를 계산해 즉석에서 제시하는 것 아닌가.

"가족형으로 80세까지 암보장을 받는 순수보장형에 가입하시려면 월 4만6천
7백원을 내시면 됩니다" 설계사 임씨는 설명과 함께 휴대용컴퓨터 화면에
나와있는 보장내용을 슬며시 보여준다. 암진단시 1천만원 입원급여금 1일
20만원 수술시 1회당 4백만원.

정씨는 그자리에서 보험가입을 승락했고 다음날 보험료를 삼성생명 은행
계좌로 보내겠다고 약속했다.

올2월 대한생명은 휴대용PC영업의 수준을 한단계 높였다. 설계사가 갖고
다니는 서브노트북을 본사 호스트 컴퓨터에 연결시켜 계약자가 원하는 각종
정보를 리얼타임으로 제공할 수 있는 길을 열었다. 본사에 저장되어있는 책
1백만권분량의 각종 보험정보와 생활정보가 영업일선에 제공돼 가입자의
편의를 돕도록 만든 것이다.

대한은 앞으로 보험계약과 동시에 청약서를 발급하는 원스톱시스템을 구축,
보다 신속한 보험서비스를 제공할 계획이다.

김규호대한생명정보시스템부장은 "컴퓨터 마케팅은 비단 영업활동의 지원
뿐만 아니라 설계사의 재댁근무를 가능케 하는 첨단 경영수단으로 부상하고
있다"고 말했다.

휴대용PC는 설계사의 영업활동뿐만 아니라 회사의 계약관리 조직관리 등
경영의 주된 매개체역할을 담당하는 주역으로 자리매겨지고 있는 셈이다.

이렇게 볼때 컴퓨터을 이용한 보험영업이 확산일로를 걷는 것은 당연한
추세이다. 특히 94년 한해에만 생보업계에서 3만대이상의 휴대용컴퓨터가
보급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작년말 3만5천대수준이던 생보업계의 휴대용PC는 올해말 2배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보인다. 제일 동아 태평양 국민 등 13개 생보사가 처음으로 컴퓨터
마케팅에 나설 방침을 확정했다.

작년말현재 2만3천대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은 금년중 8천대를 추가로 도입,
설계사 2명당 1대씩으로 보급률을 높일 계획이다.

교보와 대한도 금년중 5천-6천대를 신규매입하기로 했다. 또 삼성화재가
4월중 1백대의 휴대용PC를 도입, 시범 운영할 계획으로 있는 등 손해보험
업계도 개인연금 장기보험영업일선에 컴퓨터마케팅개념을 도입하고 있다.

보험사의 컴퓨터 마케팅은 내용자체가 어렵고 복잡한 보험상품의 특성상
필수적이라고 할 수 있다. 만일의 사태에 대비한다는 보험원리에도 기인
하지만 가입자의 나이 성별 소득수준등에 따라 보험료가 달라지는등 타금융
상품에 비해 상세한 설명을 곁들여야 한다. 또 같은 보험상품을 선택해도
각자 원하는 보장범위를 달리하는등 보험에 가입하는 조건도 천차만별이다.

보험영업을 어렵게 하는 이같은 요인을 해결해주는 수단으로 등장한
휴대용PC는 보험업계의 장치산업화를 단적으로 상징해주고 있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