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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자칼럼] 희한한 도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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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나라 제품중에서 특히 공산품의 끝마무리가 매끈하지 못한 원인에
    대해 대체로 두가지 의견이 있는것 같다. 하나는 일본의 문명비평가 사세휘
    의 말처럼 우리민족의 대범한 성격, 즉 "괜찮아" 심리에서 찾는 경우이고
    다른 하나는 이맹희씨의 설명같이 마무리하는 기술의 낙후에서 찾는 입장
    이라 할수있다. 사실은 이 두가지가 모두 혼합하여 우리제품의 마무리 질이
    떨어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우리나라 제품의 끝마무리가 약하다는 것은 자타가 모두 공인하는 바이지만
    우리 도축장에서 도축한 소의 혈관내에 지하수를 주입하여 중량을 늘리는
    수법으로 끝마무리를 하여 경찰이 수사에 나섰다고 한다. 전에는 소를 도살
    하기전에 물을 먹여 도살한 쇠고기의 중량을 늘리는 방법을 사용했었으나
    소가 물을 잘 마시지 않기 때문에 도살한후에 혈관에 물을 주입하는 방법을
    쓰게된 모양이다.

    그 결과로 도살한 쇠고기의 색깔은 선도가 한결 있어 보이고 중량이 늘어나
    소 1마리당 25만~30만원가량의 부당이득을 챙기게 되었다니 희한한 무리를
    한 셈이다. 그 도축장에는 수의사가 감시하러 나와 있었는데도 이같은 수법
    이 사용되었고 그밖에 도축장에서 기록을 남기지 않은채 밀도살된 소도
    있었다고 하니 놀라운 일이 아닐수 없다.

    일본의 경우를 보면 일본산 쇠고기의 가격이 외국에서 수입한 쇠고기의
    가격보다 대체로 비싸다. 그래도 잘 팔리는 것은 그만큼 일본산 쇠고기의
    질이 좋기 때문이다. 이름난 쇠고기의 산지에서는 소를 사육할때부터 온갖
    정성을 다 쏟는다. 사육소를 자주 목욕시키는 것은 물론이고 맥주를 먹이고
    모차르트의 클라식음악을 들려주는등 정성을 아끼지 않는다. 이렇게 기른
    소를 위생시설이 잘 갖추어진 도축장에서 처리하니 쇠고기값이 비쌀수 밖에
    없다.

    그러므로 수입쇠고기가 아무리 싸다 할지라도 일본산 쇠고기가 팔리게
    마련이다. 특히 쇠고기에 서리가 내린것 같은 흰 반점이 있는 것을 기호
    한다. 그래서 부유층은 일본산 고급쇠고기를 찾게 되고 서민층은 조금 저급
    인 쇠고기나 수입쇠고기로 입맛을 돋운다.

    우루과이라운드로 외국에서 저렴한 쇠고기가 대량을 이에 대비하여 국산
    쇠고기의 질을 높일 생각은 하지 않고 소비자를 기만하고 비위생적인 수법
    만 개발하고 있으니 한심하지 않은가. 신토불이란 만병을 고치는 특효약이
    아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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